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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번아웃, 직업적 증후군으로 분류되다 목록

조회 : 140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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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직장 ‘번아웃’을 직업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후군으로 분류했다. 증후군이란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어떤 증상들을 가리킨다.



번아웃 증후군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질병 진단 시 사용하는 국제질병진단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의 새로운 개정판인 ICD-11에 공식적으로 등재되었다. 정확히는 직업적 증후군에 해당하며 의학적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만일 질병으로 받아들여지면 의료기관은 이를 공식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보건기구가 번아웃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질병으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번아웃 증후군이 처음 ICD에 포함된 시점은 ICD 10번째 개정판부터이다. 하지만 ICD-10은 번아웃 증후군을 “치명적인 피로 상태”라고 다소 모호하게 기술하여 참고 및 진단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개정판의 경우 구체적인 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번아웃 증후군의 예후를 과소평가하는 기존의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ICD-11에 따르면 의사는 다음과 같은 증상을 기준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다.

1. 에너지 고갈 또는 피로감
2. 자신의 직업과의 정신적 거리의 증가 또는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이나 냉소적 느낌 증가
3. 전문적인 작업 효능감 감소



한편 확진을 위해서는 우울증과 불안증과 같은 유사한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상황을 제외한 작업 장면만을 고려해 만성적인 직업 스트레스로 유발 요인을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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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처음에 번아웃은 간호사, 사회복지사 같은 감정노동자의 정신적 탈진을 연구할 때 사용한 단어이지만 이제는 직장인이 느끼는 직무능력 소진에 폭넓게 적용된다. (출처: shutterstock)
 









꾀병이 아니에요 부장님 - 간과해서는 안 될 번아웃 증후군


직장에서는 흔히 자기희생이 미덕이며 집합주의가 규범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애타심과 애사심에 대한 문화적 집착은 직장인에게는 번아웃으로 돌아온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는 직장인의 번아웃은 직장의 요구가 작업에 대한 보상 및 인정 그리고 휴식 시간 보다 훨씬 클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직장인은 자신의 가치관과 직업에 대한 야망 및 이성이 천천히 메말라감을 느낀다. 이러한 번아웃은 단순히 개인 혹은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넘어 공중 보건의 문제이다.



번아웃은 개인의 뇌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기관의 아르키타 고르타 연구자는 번아웃으로 유발되는 심한 정신적 피로와 부정적 인지작용이 직장인의 뇌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감소시킨다고 설명한다. 동일 기관의 또 다른 뇌 영상 연구에 의하면 번아웃 증후군 진단을 받은 성인의 뇌가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의 뇌와의 유사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뇌의 변화가 온전히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직장인의 장기적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한편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샤논 토커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심정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토커 교수는 약 9000여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평균 3.4년의 종단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번아웃 설문 문항의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직장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관상동맥 심장질환을 진단받을 확률이 79퍼센트 높았다.



번아웃은 신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 불면증, 우울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항우울제 복용과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한 입원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왜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나? 정확한 진단의 어려움


지난 수십년 간 연구자들이 번아웃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그것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애를 먹고 있다. 국가 및 지역마다 서로 다른 직장문화를 갖고 있듯 번아웃에 대한 이해도 서로 상이했던 것.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의 재분류는 국제적인 합의 도출을 위한 큰 일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적 차이 이외에도 번아웃의 진단 및 치료에 난관이 있다. 의학적으로 기존의 다른 유사 질병과 구분하기가 모호하다. 지난 2017년 린다 하이네만과 토센 하이네만은 지난 사십 년 간 번아웃 증후군과 관련된 연구를 정리하여 논문을 출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번아웃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현대 정신 질환’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음에도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하이네만은 기존 연구들이 번아웃의 원인과 유관 요인들을 규명하는데만 집중하고 구체적인 진단 기준 확립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하이네만은 번아웃 증후군이 우울증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립적인 의학적 질병으로의 분류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의학적 대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듯하다. 이번 세계보건기구 ICD-11의 재분류를 시발점으로 적극적인 진단 기준 확립과 더불어 치료법 모색이 활발히 전개되길 기대해본다.











글: 백소정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출처: KISTI 과학향기 (기사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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