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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마지막 미션 ‘그랜드 피날레’ 목록

조회 : 1921 | 2017-06-07

토성탐사선

 

지구를 떠난 지 20년 만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스릴 넘치는 생애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카시니는 2004년 토성에 도착한 이래 지난 13년 동안 토성 궤도를 돌면서 고리를 두른 아름다운 행성과 그 위성들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 인류에게 전해줬다. 이제 연료가 바닥남에 따라 카시니는 토성과 충돌하기 전 마지막 미션에 돌입했다.

 

토성탐사선

그림 1. 토성 고리 위를 날고 있는 카시니호의 상상도. (출처: NASA)
 
최후를 앞두고 카시니는 현재 ‘그랜드 피날레’로 이름 붙여진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토성의 가장 안쪽 고리와 토성 대기층 사이의 틈새를 22차례나 다이빙하는 것이다. 고리와 토성 사이의 틈새는 너비 2400km 공간으로 지금까지 어떤 우주선도 지나간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 미션의 목적은 토성 중력장과 자기장, 대기와 고리의 성분, 구조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아가 거대 가스 행성의 형성과 진화의 증거를 탐사하는 데 있다.
 
 
첫 번째 다이빙은 이미 지난 4월 27일 성공적으로 끝났다. 첫 다이빙에서 카시니 우주선은 토성과 토성 고리의 좁은 공간을 뚫고 들어가 토성 대기권 3000km까지 접근하면서 최초로 토성의 생생한 맨얼굴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해주었다.
5월 15일까지 카시니가 네 번의 다이빙을 하며 얻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토성과 토성 고리 사이는 비어 있는 공간으로 밝혀졌다. 카시니는 토성 위 구름과 고리를 탐사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9월까지 모두 22차례 토성 고리 사이를 들어갔다 나오는 일을 반복한 뒤 오는 9월 15일 두터운 토성 대기권과 충돌해 최후를 맞을 예정이다.
 
토성탐사선
그림 2. 지난 4월 26일, 카시니는 이제껏 미답의 영역이던 토성 고리 속으로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했다. 카시니는 토성 대기권 3000km까지 접근하면서 최초로 토성의 생생한 맨얼굴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해주었다.  (출처: NASA)
 
 
■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는 단연 토성이다. 아름다운 고리를 두르고 있어 누구나 망원경으로 이 모습을 한번 본다면 충격과 감탄을 금치 못하기 때문이다. 
 
토성 고리는 수많은 얇은 고리들의 집합으로 작은 알갱이에서 기차만한 얼음 덩어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께가 수십 미터인 고리들은 레코드판처럼 곱게 나열되어 토성의 적도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토성 표면에서 약 7~14만km까지 분포하고 있다. 고리의 너비는 7만km에 이른다. 토성의 적도 지름이 약 10만km이니까 고리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거리는 약 38만km로 지구-달까지 거리와 맞먹는다.
 
그렇다면 토성 고리는 어떻게 생겼을까. 토성이 생성된 뒤 남은 물질이 고리를 이루는 것이라는 설, 토성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위성이나 혜성의 잔해물이라는 설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확립된 정설은 없다.
 
■ 하위헌스 착륙선, 타이탄에 내리다
카시니는 최초의 토성 궤도선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합작품이다. 1997년 10월 지구를 떠날 때의 이름은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이었다. NASA가 만든 토성 궤도선 카시니호와 ESA에서 만든 하위헌스 착륙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카시니호는 토성 고리에서 ‘카시니 틈’을 발견한 이탈리아계 프랑스 천문학자 조반니 카시니에서 이름을 따왔고 하위헌스호는 토성 고리를 최초로 확인한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에서 따왔다.
 
카니시호
그림 3.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장엄한 최후’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 동영상 중의 한 장면. (출처: NASA)

무게 6톤에 스쿨버스만 한 크기의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은 1997년 10월 1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된 뒤 먼저 금성으로 날아가 2회에 걸쳐 금성 궤도를 돌면서 중력도움을 얻었다. 중력도움이란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공짜 추진력을 얻는 플라이바이(flyby) 비행기법이다. 흔히 새총 쏘기나 우주의 당구치기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선이 공전하는 한 행성의 뒤를 따라가면서 행성의 에너지(엄밀하게는 궤도 각운동량)를 훔쳐서 탈출하면 그만큼 추진력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이 기법을 이용해 우주선을 태양계 외곽으로 보낼 수 있고 보이저 1호처럼 태양계를 벗어나게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어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은 지구와 목성으로부터 각각 중력도움을 받아 초속 6.7km까지 가속한 뒤 발사된 지 6년 8개월여 만인 2004년 7월 1일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총 비행거리는 지구와 토성 사이의 평균거리인 14억km의 약 2.5배에 달하는 34억km이다.
 
카시니 미션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하위헌스 탐사선인 토성 위성 타이탄에 착륙하던 순간이다. 60개가 넘는 토성의 위성 중 가장 큰 타이탄은 원시 지구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추정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크기는 우리 달보다 50%나 더 크며 질량은 달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2004년 12월 모선 카시니에서 분리된 하위헌스는 타이탄 표면을 향해 위험천만한 하강을 시작했다. 하위헌스는 이듬해 1월 얼음 자갈이 뒹구는 타이탄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고 배터리가 나갈 때까지 한 시간 이상 데이터를 송출했다. 그 덕분에 타이탄 표면 온도가 메탄이 액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영하 179도나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타이탄 표면에는 액체 상태의 물은 없지만 대신 액화 천연가스와 비슷한 탄화수소의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카시니의 관측을 통해 확인됐다. NASA는 타이탄의 바다에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착륙선 대신 잠수함을 보내 타이탄의 바닷속을 탐사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이 계획이 이루어진다면 역사상 최초로 외계 바닷속을 탐사하는 쾌거가 될 것이다. 
 

■ 그 바다에는 과연 생명이 있을까?
카시니호는 뜻밖의 성과도 거두었다. 대표적인 예가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을 발견한 것이다. 이 위성의 간헐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100개가 넘는 얼음기둥 중에는 높이가 무려 300km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이는 지하에 거대한 바다가 있음을 뜻하는 증거였다. 얼음기둥은 토성의 인력에 의해 분출된 것임도 아울러 밝혀졌다.
 
엔셀라두스
그림 4. 카시니가 촬영한 엔셀라두스의 표면. (출처: NASA)
 
엔셀라두스는 토성의 위성 중에서 지름이 500km 정도에 불과한 작은 위성이다. 카시니호의 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위성 남극에서 염류를 포함한 얼음 결정이 분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카시니가 엔셀라두스 가까이 돌면서 확보한 중력측정자료를 분석하자 이 위성 남극에 있는 바다는 얼음 표층으로부터 30∼40km 아래에 있으며 바다의 깊이는 약 10km인 것으로 추정됐다. 
 
엔셀라두스 같은 얼음 천체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곳에서 생명체를 발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엔셀라두스는 내부에 바다를 갖고 있으며 토성과의 강력한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그 바다가 액체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고 그 바다에 미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엔셀라두스는 우주 생물학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천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쨌든 32억 6,000만 달러(약 3조 5,000억 원)가 투입된 카시니-하위헌스 미션은 오는 9월 15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13년에 걸친 토성 탐사 대장정은 카시니호가 토성 고리 사이의 다이빙을 모두 끝마친 뒤 토성 대기 속으로 최후의 하강을 하면서 마감하게 된다. 이렇게 탐사선을 파괴하는 목적은 혹시나 탐사선에 실린 방사성 물질이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의 바다를 오염시켜 거기 살고 있을지도 모를 생명을 해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카니시호
그림 5. 카시니호가 토성 뒤쪽에서 그가 떠나온 고향 지구(화살표)를 향해 찍은 사진이다. 배경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는 토성 몸체가 태양을 가렸을 때 촬영했기 때문이다. (출처: NASA)
 
물론 카시니호는 토성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기 직전까지 토성의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 태양계의 형성 비밀을 우리에게 알려줄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카시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 이광식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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