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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산술’을 통해 본 동양의 고대수학 목록

조회 : 970 | 2017-05-31

고대수학

 

「구장산술」이 동양의 수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서양으로 치자면 유클리드의 「기하원본」에나 견줄 정도로 막강하다. 「구장산술」은 중국 산학의 유구한 발달을 실질적으로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은 물론, 심지어 인도의 수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우리와의 인연은 이미 7, 8세기경 신라의 국립대학인 국학에서 “산학박사 또는 조교 1인을 가려 철경, 삼개, 구장, 육장을 교재로 삼아 그들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있을 정도로 깊은데, 거명된 수학서들 가운데 ‘구장’이 바로 「구장산술」인 것이다. 또한, 「고려사」는 당시의 경제 관료인 산사(算士)들을 선발하는 시험에 대해서 “첫날에는 「구장산술」의 9장 10조를 접어서 암송시키고, 다음날에는 육장을 접어 그 일부를 암송시키며, 그 다음날에는 여섯 문제를 풀어서 네 문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조선조 말 정치가이자 수학자였던 남병길(1820-1869)의 저서 가운데 이 책의 주해서인 「구장술해」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바로 이 책의 끈질긴 영향력을 증언한다.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구장산술」의 판본은 위나라의 유휘(劉徽)가 263년에 편찬하고 주를 붙인 것이며 제목 자체가 시사하듯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모두 246개의 문제가 등장하는데, 본문은 기본적으로 문, 답, 풀이의 3중구조로 되어 있다. 첫째 장 “방전”(方田)은 다양한 형태의 평면기하 문제들과 아울러 기초적인 분수 계산법을 다룬 것이다. 둘째 장 “속미”(粟米)는 농산물간의 교환비율을 이용한 계산 문제들이 주조를 이룬다. 셋째 장 “쇠분”(衰分)은 차등적인 비율에 따라 할당량을 구하는 문제와 등차ㆍ등비급수 문제들을, 그리고 넷째 장 “소광”(少廣)은 이른 바 조화급수와 제곱근, 세제곱근을 구하는 문제들을 각각 취급한다. 다섯째 장인 “상공”(商功)에는 토목공사 관련 문제들과 입체 도형들에 관한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여섯째 장 “균수”(均輸)에는 진ㆍ한 시대 고대국가에서 어떻게 공평과세를 실현하려고 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문제들이 등장한다. 일곱째 장 “영부족”(盈不足)과 여덟째 장 “방정”(方程)은 모두 연립방정식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구고”(句股)장은 산학에서 “구고술”(句股術)이라고 부르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한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같은 면면에 비춰본다면, 「구장산술」은 일차적으로 고대 동양사회가 당면하고 있었던 산업, 행정, 교통, 토목ㆍ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현실 문제들을 적시하고 그것들에 대한 수리적 해법들을 제시하였다는 성격을 지닌다. 물론, 그와 같이 강한 현실 유관성으로 말미암아 이 책은 단순한 수학 교과서의 차원을 넘어서 동양 전통사회에 관한 훌륭한 정치경제학서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순수하게 수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때, 이 책의 최대의 매력은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1)는 의미에서 그것이 수학의 기원과 발생에 대해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이 될 것이다. 「구장산술」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한 문명권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축적해 놓은 수학체계를 음미해보는 것이 어찌 오늘의 우리에게 수리적 사고와 교육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것은 이제까지 등한시되어왔던 과학 분야의 문화전통과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 내지 역사의식을 다시 한번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여전히 그로부터 새로운 창조를 위한 불씨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이런 계열의 산학서들을 수집해 간 일본이 바로 그것들을 토대로 하여 그네들의 자랑거리인 ‘화산(和算)’을 발달시키고, 그 과정에서 세키 다카카즈(關孝和)처럼 세계 최초로 행렬식(determinant)을 개발해내는 성과를 올리기까지 했던 사실은 바로 이런 문화전통 속에 숨어있는 엄청난 잠재력의 일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사례에 불과하다. 


「구장산술」에 실려 있는 호전(궁형)의 풀이법이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나 메톤이 궁형과 원을 정사각형으로 만들려고 한 시도와 더불어 이미 근대의 미적분적 사고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유휘 서문의 말은 「구장산술」과 같은 동양수학의 고전 읽기가 왜 여전히 우리의 수리적 합리화를 위하여 유효한지를 역설하는 것으로 새겨서 들어도 좋으리라. “경험적으로 유추하여 확장시켜 나가노라면, 제아무리 깊고, 멀고, 괴이하고, 숨겨져 있다 한들 파고들지 못할 곳이 없으리라.

 

박물군자들이시여, 자세히 살피시라.” 

 

글 : 차종천 ?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구장산술 주비산경> 역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주1)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 - 개체는 그 발생도상(개체발생)에 있어서 그 조상이 지나온 경과(계통발생)를 간단하게 되풀이한다는 설이다. 독일의 E.헤켈에 의하여 1868년에 발표된 것으로 발생반복설(發生反復說) 또는 생물발생설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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