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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청동기술이 녹아있는 방짜 목록

조회 : 1385 | 2017-05-24

꽹과리

 

농악을 신명나게 만드는 것은 사물(징, 꽹과리, 장구, 북)인데 이중에서 놋쇠로 만든 징과 꽹과리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수한 청동 기술. 즉 방짜1)로 만든 제품이다. 방짜는 구리와 주석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청동 제품으로 불그스레한 금빛을 띠게 된다. 
구리를 주재료로 해서 아연을 섞으면 황동, 주석을
 섞으면 청동(향동, 놋쇠), 니켈을 섞으면 백동이 되는데 징과 꽹과리의 재료는 청동인 놋쇠이다. 



방짜의 합금비율은 구리 78%, 주석 22%인데 현대공학에서는 주석의 양이 많아질 경우 깨지기 때문에 실용 용기를 만들 경우 주석의 양을 10% 이내로 추천한다. 그런데 방짜는 22%의 주석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깨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거듭되는 망치질과 반복적인 열처리가 방짜가 깨지지 않는 비밀이라고 말한다. 주석은 무르기는 하나 열에 강한 물질로, 달궈져 있는 한 아무리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데, 지속적인 열처리로 주석의 취약한 성질을 극복한 후, 망치질로 주석을 잘게 부숴 흐트러뜨려 깨지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짜는 1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주석과 구리를 섞은 후 합쳐진 쇳물로 판을 만들어 망치질로 두드려서 얇게 펴는데 식으면 다시 달궈 망치질을 거듭한다. 얇아진 판들은 서너 장씩 덧대 오목하게 가공한 후 원하는 그릇의 깊이대로 잘라내고 그릇형태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짜는 두드려도 결코 깨지지 않으며 징과 꽹과리 역시 마음껏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러한 방짜의 장점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데 작게는 밥을 담아 놓으면 잘 식지 않는다거나, 방짜 그릇에 물과 함께 미나리를 담가 놓으면 거머리가 방짜 그릇에 달라붙어 미나리를 깨끗이 씻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또 농산물을 재배할 때 무분별하게 사용된 농약도 방짜가 족집게처럼 검출한다. 농약 성분이 덜 세척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물을 방짜 그릇에 담을 경우 자국이 생기는 것. 당연히 독극물을 가려내는 효과도 있다. 사극에서 왕의 수라상에 올라가는 음식물을 놋수저로 독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장면은 방짜의 이같은 효과에서 기인한다.



이외에도 방짜는 몇 해 전 방송실험에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는 ‘O157’균을 박멸하는 능력도 보여준 바 있다. 스테인리스 용기와 사기 그릇, 방짜 그릇에 일정량의 균을 증류수에 섞어 넣은 후 16시간 후에 세 그릇에서 추출한 물을 배양했더니 다른 그릇들과 달리 방짜 그릇에서는 단 한 마리의 균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 이와 관련 경원대의 박종현 교수는 방짜 그릇은 항균이 아니라 살균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주석은 자체로 상당한 살균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는데 O157균이 박멸된 것은 바로 청동에 들어 있는 주석 성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그릇, 스테인리스 그릇, 방짜 등 3개 용기를 대상으로 한 미네랄 성분 검사에서도 방짜는 특이점을 보였다. 방짜에서만 나트륨?구리?아연 성분이 소량 검출된 것이다. 미네랄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물질로 우리 몸 안에서는 생성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우리 조상이 놋그릇을 통해 미네랄을 자연적으로 섭취했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방짜로 식기를 만들어 쓴 민족은 한민족 밖에 없으며 같은 문화권인 중국에서는 주로 자기를 사용했고 일본은 나무 제품이 주종을 이룬다. 
방짜는 오늘날 종가에서도 가보처럼 다뤄지지만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유기그릇을 모두 거둬갈 때에도 종갓집에서 제일 먼저 대피시킬 만큼 중시됐었다.



그러나 방짜는 주기적으로 닦아 줘야 황금빛을 내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고 더구나 일산화탄소와는 천적이기 때문에 연탄이 등장하면서 부터는 한순간에 사라지는 비운도 맛보았다. 그럼에도 방짜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면서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물놀이에 쓰이는 4개의 타악기 중 두 개인 징과 꽹과리만은 반드시 방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방짜로 만든 식기류들이 모두 사라지던 시대에도 선조들은 징과 꽹과리만은 고집스럽게 방짜를 주장했던 것이다. 



주물로 찍어 낸 징은 음의 파장이 직선으로 곧게 뻗어 나가지만 방짜로 만든 징의 경우 맥놀이 현상이 나타난다. 맥놀이란 두 음파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 진폭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현상을 말한다. 잘 알려진

에밀레종

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맥놀이 현상 때문이다. 
서양의 종은 같은 주물식이지만 맥놀이가 없다. 그러므로 은은하게 울리지 않고 소위 ‘학교종이 땡땡땡’이란 다소 경박한 소리가 난다. 그런데 우리 대형 종의 성분을 보면 주석 17.5%, 구리 82.5%이다. 주석의 양이 17.5%라면 현대공학상 권장 비율을 넘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선조들은 거대한 종을 만들었으며 특유한 맥놀이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방짜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이 음파를 선조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도 방짜로 만든 징과 꽹과리만 고집하였으리라. 



청동의 소리를 선조들은 놋쇠 소리라고 했다. 놋쇠. 즉 방짜의 소리야말로 한민족의 소리라는 것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종호 ? 과학국가박사

출처 : KISTI 과학향기



주1) 방짜 ? 질 좋은 놋쇠를 녹여 거푸집에 부은 다음, 불에 달구어 가며 두드려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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