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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호빗은 1만2000년 전에 살았다!? 목록

조회 : 1474 | 2017-01-18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2003년 동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영화 ‘반지의 제왕’의 호빗같은 신인류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지금의 사람 키의 2/3에 큰 발을 가지고 있어 별명이 ‘호빗’인 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얼마나 오래된 인류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신인류가 1만 2000년 전에 우리 인류와 같이 살았다고 밝혔다.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연대를 알아낸 것일까?



과거에는 암석에 포함된 화석을 찾아 연대를 추정했지만, 원자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방사성원소의 붕괴를 이용하게 되면서 연대측정법은 큰 전환기를 맞았다. 방사성원소란 불안정해서 스스로 붕괴하며 에너지를 잃는 원소를 말한다. 붕괴 전의 원소를 엄마 원소라 하여 ‘모원소’라 하고, 모원소가 붕괴하여 생긴 원소를 아들 원소라 하여 ‘자원소’라고 한다. 



모원소 절반이 붕괴하여 자원소로 바뀌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이 반감기는 온도나 압력 등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에 연대측정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어떤 유물에서 반감기가 100년인 모원소가 1/4 남아있다면 우리는 그 유물이 200년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은 연대를 측정할 때 이용하는 원소에 따라 탄소(14C-14N), 우라늄-납(U-Pb) 연대측정법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윌라드 리비 박사가 고안한 ‘방사성 탄소연대측정법’이다. 생물체 내의 모원소인 탄소14는 천천히 자원소인 탄소12로 붕괴하고 최종적으로 질소14가 된다. 살아있는 생물은 호흡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에 포함된 탄소14를 보충하기 때문에 대기의 탄소14/탄소12의 비율과 체내 탄소14/탄소12의 비율이 같다.



하지만 죽은 생물은 호흡을 하지 않아 새로 탄소14를 얻을 수 없고, 체내에 존재하던 탄소14는 계속 5700년의 반감기로 붕괴하여 줄어든다. 즉 연대측정 대상이 오래될수록 줄어드는 탄소14와 늘어나는 탄소12의 비율로 연대를 알아낸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고고학과 지질학에서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큰 단점이 있다. 유물에 탄소가 있어야만 하고, 한번 측정을 위해 탄소가 수g이나 필요해 유물을 훼손하게 된다. 게다가 탄소의 반감기가 약 5700년이어서 500년 이하나 5만년 이상의 유물은 탄소14가 너무 많거나 적어서 오차가 커진다. 이 같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연대측정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먼저 질량분석이온빔가속기(Accelerator Mass Spectrometer, AMS)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동일한 원리를 사용하지만, 탄소원자들을 가속시킬 때 무거운 탄소14가 자기장에서 덜 휘는 성질을 이용해 정확히 탄소14와 탄소12의 비율을 알아낸다. 이를 통해 소중한 유물에서 연대측정을 위해 뜯어내야 하는 시료의 양이 0.001g으로 줄었고 훨씬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게 됐다.



또 새롭게 주목받는 OSL법(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을 사용하면 방사성탄소측정법으로 측정할 수 없었던 5만년 이상 된 유물을 측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유물 자체가 아니라 유물이 묻힌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발견된 구덩이를 파내려가면서 상부에서 발견된 뼛조각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으로 1만 2000년이 된 것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더 깊은 곳에서 발굴된 5만년보다 오래된 돌도끼의 연대는 알 수가 없었다. 이때 OSL법으로 이 유물들이 12만 5000년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OSL법의 원리는 무엇일까?



OSL법은 유물이 묻힌 지층에 포함된 석영 같은 광물의 발광(luminescence) 현상을 이용해 연대를 알아낸다. 발광이란 광석이 외부에서 강한 빛을 받으면 내부에 저장했던 에너지를 열이나 빛으로 방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OSL법에 쓰이는 석영은 땅속에 묻히면 주변의 방사능 원소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해 축적하는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구석기인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 파낸 흙 속에 들어있던 석영은 햇빛에 노출되면서 발광현상을 일으켜 에너지를 모두 잃는다. 그 구석기인이 집에 살다가 갑자기 큰 홍수가 닥쳐 두꺼운 퇴적물에 묻혔다고 하자. 구석기인과 같은 장소에 존재하던 석영은 빛이 차단된 그 순간부터 주변의 퇴적물로부터 받은 에너지를 다시 축적하기 시작한다.



세월이 수십만년 흘러 고고학자가 이 구석기인을 발굴했다. 고고학자는 구석기인이 출토된 주변 흙을 가져와서 그 속의 석영이 축적한 총 에너지가 100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또 그 흙 주변의 방사능을 측정해서 매년 방출하는 에너지가 2라는 것을 알았다. 이를 통해 고고학자는 이 유물이 50만(100만/2)년 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OSL법의 중요한 가정은 주변의 방사능물질은 매년 일정하게 붕괴하므로 매년 일정한 에너지가 공급된다는 것이다. 이때 석영과 함께 묻혀있으면서 석영에게 방사능 에너지를 주는 자연 방사성원소의 양은 지역마다 틀리므로, 연대측정을 원하는 곳에 따라 해마다 방출되는 에너지를 각각 측정해야 한다.



발광현상은 이미 수세기 전에 여러 무기물질로부터 관찰됐지만, 검출기가 개발된 1950년대에 이르러 지질학, 고고학의 연대측정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연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측정 대상인 석영이 대부분의 흙에 포함돼 있어 모든 유물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햇빛에 노출되면 거의 완벽하게 기존 에너지를 잃기 때문에 ‘초기값’을 정하기에 좋다.



이외에도 매년 하나씩 느는 나이테를 세어 측정하는 나이테연대측정법은 수천년 내의 연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나이테의 성장 정도를 비교하면 춥고 더운 당시의 기후까지 알 수 있다. 매년 층층이 쌓이는 호수 바닥의 퇴적물을 이용하거나, 지층에 포함된 화산재를 연대측정에 이용할 수도 있다. 분출 시기가 정확히 알려진 화산재가 포함된 지층의 퇴적 시기는 화산 분출 시기와 같기에 지층의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보다 정확한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연대측정방법을 실시해서 서로 비교한다. 유물의 정확한 연대를 알아내는 것은 과학적인 호기심뿐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설립하고, 이미 밝혀진 역사를 고증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앞으로 더 정확한 연대측정법이 개발되면 아직 불명확한 역사의 고리들이 선명해질 것이다.

 

글 : 남연정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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