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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은 이집트형일까, 그리스형일까? 목록

조회 : 2485 | 2017-01-11

발

 

오래간만에 신발 가게에서 구두를 골랐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왼발에 맞추면 오른발이 허전하고, 오른발에 맞추면 왼발은 너무 빡빡하다. 매장 직원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한다. 희한하게도 왼발과 오른발은 손에 비해 양쪽의 차이가 크다.



지난 2003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세진 박사가 한국인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왼발이 오른발보다 평균 0.6mm 더 길다. 0.6mm은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어디까지나 평균이 그렇다는 이야기. 왼발과 오른발 길이가 1~2mm 정도 차이 나는 발을 흔히 볼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 10mm나 차이 나는 발도 있다. 왜 왼발이 오른발보다 더 큰 사람이 많을까?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많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오른발보다 더 힘이 센데, 손과 달리 척수에서 신경이 한번 교차가 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왼발이 몸을 지탱하고 힘을 쓰는 역할을 하다보니 오른발보다 더 길어졌다고 추정한다.



혹시 축구를 잘 하는 사람은 “난 오른손잡이라서 오른발로 슛을 하고, 드리블하니 오른발이 더 세지 않나”하는 의문을 가질 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멀리뛰기를 할 때 어느 발로 구르는 지 생각해 보라. 오른발이 공을 차고 드리블하는 동안 왼발은 온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묵묵히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발 길이가 차이 나는 것처럼 발가락 길이도 사람마다 다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벽화와 조각을 보면 이집트인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길고, 그리스인은 반대로 둘째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길다. 따라서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보다 긴 발을 이집트형, 짧은 발을 그리스형, 같은 것을 스퀘어형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집트형이 60%로 가장 많고, 그리스형은 7%, 스퀘어형은 33%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집트형이 가장 많은데 이는 엄지발가락의 중요성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손에서 엄지손가락이 가장 중요하듯, 발에서도 엄지발가락은 발의 균형을 잡고,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육상 선수들은 엄지발가락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따로 연습을 하기도 한다.



우리 몸을 지탱하고 이동시키는 발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양쪽 발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를 모두 합하면 52개.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가 54개이니 우리 몸의 뼈 206개 중에서 손과 발이 차지하는 뼈가 절반이 넘는다. 따라서 발은 손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또 손과 마찬가지로 제곱미터 당 수천 개의 말초신경이 존재해 감각이 매우 발달한 기관 중 하나다. 특히 촉각에 대해서는 손가락 끝보다 더 민감하다. 발이 손보다 간지럼을 더 많이 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우리가 발을 훈련하지 않아서 그렇지, 양손을 잃어 발로 손을 대신하는 사람을 보면 문을 열고, 키보드를 치고, 그림을 그리며, 음식을 먹는 등 손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발로 대신할 수 있다.



게다가 발을 구성하는 20개의 근육은 촘촘히 연결돼 있어 웬만큼 강한 압력도 쉽게 분산시키도록 돼 있다. 성인이 하루 종일 걸을 때 발에 실리는 무게를 모두 합치면 1000톤에 달한다. 평생 20만~40만km를 이동하고, 3억번을 굽혔다 펴도 발은 끄떡없다. 이런 내구성은 발 근육의 쿠션 장치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천시되는 기관 중 하나다. 얼굴 씻은 물로 발을 씻지, 발 씻은 물로 얼굴을 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얼굴을 관리하는 수고의 10분의 1만 발에 투자해도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중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을 잘 골라 신는 것이 가장 큰 투자가 될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하이힐은 서양판 전족(纏足)이나 다름없다. 하이힐을 오래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눌려 변형되고 관절이 상한다. 그리고 가끔 사랑하는 가족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주자. 발은 촉각이 가장 잘 발달한 기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도 가장 잘 전달된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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