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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타기산미치광이 외 6인의 항변 목록

조회 : 3544 | 2017-01-04

나무타기산미치광이

 

‘나무타기산미치광이’란 이름을 들어봤는가? 정신병자의 이름처럼 들리기도 하고 설인처럼 뭔가 비밀스러운 존재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무타기산미치광이(Coendous)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지에 사는 포유류의 이름이다. 이 독특한 이름을 가진 동물은 쥐목(目) 나무타기산미치광이과(科) 나무타기산미치광이속(屬)에 속한다.



나무타기산미치광이는 어찌해 이런 희한한 이름을 갖게 됐을까? 이것은 나무타기산미치광이의 생활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무타기산미치광이는 항상 산에 있는 나무 위에서 살면서 ‘미친 듯이’ 나무를 즐겨 타기 때문에 나무타기산미치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동물의 영어명은 ‘prehensile-tailed porcupine’으로 ‘꼬리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가시달린 돼지’란 뜻이다. 실제로 긴 꼬리로 나무를 감아쥐고 돼지처럼 통통한 몸매에 가시가 나있다. 생물의 학명은 세계적으로 정한 명명법에 따라 정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은 각국 나름대로 이름을 지어 사용한다. 우리나라 이름은 생물의 생활사를, 영어 이름은 생물의 모양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물 이름에는 각 생물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나무타기산미치광이’말고도 온 몸으로 이름을 말해주는 동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웃는개구리’(Rana ridibunda)다. 웃는개구리는 개구리목 개구리과에 속하는 양서류로 녹색에 검은 점이 있는 가장 흔한 생김새를 갖고 있다. 그러나 “갸르르~ 걀걀걀~”하는 울음소리가 사람의 웃음소리와 비슷해서 웃는개구리라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이름을 갖게 됐다.



생긴 대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다. ‘지붕도마뱀’은 쥐라기 후기에 살았다는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의 우리나라 이름이다. 사우루스는 라틴어로 ‘커다란 도마뱀’이란 뜻이고 스테고는 영어로 ‘지붕’ 또는 ‘판자’라는 뜻이다. 척추를 따라 삼각형의 큰 골판이 여러 개 나 있어서 마치 지붕을 등에 얹은 모습 같다고 해 지붕도마뱀이라고 한다.



‘쥐똥나무’(Ligustrum obtusifolium)도 마찬가지다. 산울타리로 많이 심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쥐똥나무는 길이 6~7mm의 둥근 달걀 모양 열매가 열린다. 열매가 10월에는 검은색으로 익는데 이 모양이 쥐똥같이 생겼다고 해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이 생김새를 말해주는 셈이다.



양귀비과 식물은 줄기를 꺾어야만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다. 양귀비과 식물은 유독 유액이 많이 나온다. 이 중 4~5월에 노란 꽃이 피는 ‘피나물’(Hylomecon hylomeconoides)은 줄기를 꺾으면 흠칫 놀랄 만큼 붉은 유액이 나온다. 붉은 피를 흘리는 것 같다고 해 피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애기똥풀’(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도 줄기를 꺾어보면 유액이 나오는데 그 색이 아기가 눈 샛노란 똥 색깔과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와는 별개로 학자들이 오해해서 붙여진 이름도 있다. 백악기 후기에 주로 몽골 지역에 살았던 오비랩터(Oviraptor philoceratops)는 ‘알도둑 공룡’이다. 라틴어로 ‘오비’는 알, ‘랩터’는 공룡이라는 뜻이다.



오비랩터의 화석은 1923년 오스본이라는 고생물학자가 처음 발견했다. 발견 당시 오비랩터는 프로토케라톱스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알 무더기 위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오스본은 오비랩터가 남의 알을 훔쳐다 그 위에 앉아 있는 것으로 여겨 알도둑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다 1992년 몽골로 떠난 발굴팀이 새로운 오비랩터의 화석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프로토케라톱스의 둥지라고 생각했던 곳에 오비랩터의 새끼 골격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오비랩터는 훔친 알이 아닌 자신의 알을 품고 있는 훌륭한 어미 공룡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붙여진 이름을 바꿀 수는 없는 일. 억울하지만 오비랩터는 아직까지도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다.



피나물, 지붕도마뱀, 웃는개구리, 나무타기산미치광이처럼 하나같이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 이유가 있다. 이름 덕분에 나의 존재를 알리고 나아가 너의 존재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이름은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는 숭고한 역할을 한다는데 이 말은 자연에도 잘 맞는 듯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이름 덕분에 나와 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의 이름이다.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퀴즈) 닭목 호로새과에 속하며 별명이 색시닭인 ‘호로새’(Numida meleagris)라는 새가 있다. 그럼 ‘호로새’의 이름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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