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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 마리’는 한 집에 없다? 목록

조회 : 2437 | 2016-11-09

                                                                                                                                   과학향기

 

동요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다. 동시에 어린이가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요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동요가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노래’인 건 지금도 분명해 보인다.



남녀간의 사랑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 가요와는 달리 동요에는 과학 원리가 스며들 만한 소재가 많다. 동물을 통한 의인화, 기상 현상 등이 노랫말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민 동요’ 몇 개를 살펴보며 그 안에 숨은 과학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동물은 동요에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노랫말에는 대개 가족을 서로 보듬고 사는 동물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곰 세 마리’가 그렇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지난해 한 방송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의 3~7세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 실제로도 곰이 이런 단란한 생활을 할까? 안타깝게도 실제 곰의 생활은 동요와는 달리 외롭기 그지없다. 번식기 외엔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곰은 우두머리를 정점으로 사회를 형성하는 일이 없다. 집단생활은 곰에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이 같은 생물학적 습성은 세계 모든 종류의 곰이 공유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곰 세 마리’는 단란한 가정을 그리고 싶은 인간의 바람일 뿐 실제 곰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또 다른 동요 ‘송아지’에서 묻어나는 가족애는 다른 방향의 과학적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가사는 DNA를 통한 유전을 웅변한다. 생물의 세포 안에는 생물의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DNA가 있다. 엄마 소와 아빠 소가 교배해서 송아지가 탄생할 때 송아지의 DNA의 절반은 엄마 소로부터 받는다. 때문에 송아지가 엄마 소를 닮는 건 당연하다. 물론 아빠 소가 얼룩소가 아니라 황소라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동요라고 부르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위한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를 보면 고양이의 습성을 엿볼 수 있다. 노랫말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이랬다 저랬다 장난꾸러기’는 잘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기를 때 생기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집안 여기저기에 새겨지는 발톱 자국이다.



고양이는 왜 발톱 자국을 만들까? 바로 활동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강한 세력을 지닌 고양이일수록 더 높은 자리에 더 깊은 상처를 낸다. 다른 고양이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니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있는 대형 물체가 목표물이 된다. 거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소파, 방 천장까지 솟아 있는 장롱이 발톱 자국의 재물이 된다.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바다, 산, 강, 바람 역시 빠질 수 없는 동요의 소재다. 가령 ‘초록바다’의 노랫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에는 좀 더 복잡한 과학원리가 배어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바닷물은 파장이 긴 붉은색과 노란색 등은 처음에 바로 흡수하고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가장 나중에 흡수한다.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스며든 파란색은 미립자에 의해 반사되고 이것이 바다의 고유한 색깔을 만든다.



그렇다면 파란 바다를 ‘초록빛’이라고 말한 동요는 틀린 건가. 그렇지 않다. 연안에는 식물 플랑크톤이 번성하는데 이것이 바다를 초록색으로 만든다. 반면 식물 플랑크톤이 적은 먼 바다는 짙푸른 색이 된다. 바다의 기본 색깔은 파란색이지만 외적 요인에 따라 다른 빛을 띠는 것이다. 해조류가 확산돼 붉은색을 띠는 홍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해 검정색 퇴적물이 쌓인 흑해도 비슷한 맥락이다.

냇물을 소재로 한 ‘퐁당 퐁당’에는 파동물리학이 담겨있다. 우선 ‘퐁당 퐁당’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냇물아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라/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돌이 냇물에 떨어지면 잔잔하던 수면에 ‘교란’ 현상이 일어난다. 물 분자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전달되며 수면파가 발생한다. 수면파가 생긴다고 물이 이동하지는 않는다. 단지 파동의 에너지를 옆으로 전달해 파동이 퍼지도록 할 뿐이다. 파동의 이런 성질을 생각할 때 돌이 떨어진 곳에서 멀리 있는 누나의 손등을 간질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누나 몰래’하는 것은 가능할까?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냇물의 폭이 20m 넘어야 건너편에 있는 누나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파동에너지가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쇄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돌을 던지는 곳이 연못이 아닌 냇물이라는 점은 감쇄현상이 더욱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갈돌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큰 돌을 힘껏 던져야 한다. 이쯤 되면 누나 몰래 던지기는 힘들 것 같다.



동요는 정서적 감동뿐만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머금고 있다.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린 나이에 가요를 부르며 춤추는 내 아이를 ‘자랑’으로 삼고 싶을지 모르나 아이들의 정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너무 일찍 가요를 알게 하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그 속에 담긴 자연과 과학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글 : 이정호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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