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이언스랜드

전체메뉴보기 검색 과학상자

내 친구 홍철이의 침으로 본 과학 목록

조회 : 2406 | 2016-11-09

                                                                                                                                     침

 

간만에 여유로운 휴일을 맞아 피자와 비디오를 싸들고 친구 홍철이를 찾아갔다. 예쁜 여배우가 나오면 을 질질 흘리는 녀석은 정말 비호감이다. 영화를 보며 군침이 도는 맛있는 피자에 손을 뻗자 얄밉게 “야~ 이거 내가 이미 발라 놨다!”고 말하는 녀석. 웃는 낯에 을 뱉을 수도 없고. 게다가 모기 물린 자리를 긁적이며 “이런 건 바르면 돼”라고 을 튀기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면 정말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녀석이 말할 때 마다 엄청나게 튀어나오는 침은 어디서 생길까? 침을 만드는 큰 침샘은 귀 아래, 턱뼈 아래, 혀 앞쪽의 아래에 있다. 작은 침샘은 입술, 혀, 볼 안쪽, 입천장 등에 있다. 침은 분당 0.5mL씩 나와 하루에 무려 1~1.5L나 나온다. 하루에 1000mL 우유 한 통씩 침이 나오는 셈. 신 김치나 레몬 등의 자극이 생기면 분당 4mL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침이 계속 분비 되는 이유는 침이 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철이와 가장 먼 쪽의 피자 한 쪽을 떼어냈다. 오물오물 씹다보니 단맛이 느껴진다. 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화 작용이다. 침 속에는 알파-아밀라아제(α-amylase)라는 소화효소가 있어 녹말을 분해해 단맛이 나는 맥아당으로 만든다. 재미있는 건 침의 pH가 외부 자극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 평소 pH6.0 정도의 약산성이지만 음식이 들어오면 pH가 7.0~7.3까지 증가한다. 이 산도가 바로 소화를 돕는 아밀라아제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피자를 먹으면서도 홍철이는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먹을 것 다 먹으면서도 할 말 다하는 녀석의 스킬이 놀랍다. 이 역시 침의 윤활작용 때문이다. 침이 살짝 점성을 가지는 이유는 당과 단백질이 결합된 뮤신(mucin)이라는 물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음식이 들어가 pH가 달라지면 침은 더욱 점성이 높아진다. 뮤신은 침 속의 수분과 함께 입안을 적셔 촉촉함을 유지시키고 음식물을 쉽게 삼키게 하면서 말을 하기 쉽게 도와준다.



모기 물린데 침을 바르며 긁적이는 홍철이를 보니 든 생각. 정말 가렵거나 아픈 곳에 침을 바르면 효과가 있을까? 침의 기능 중의 하나가 항균작용으로 침에는 라이소짐, 감마글로블린, 시안화황 등이 들어있다. 라이소짐은 세균을 녹여 파괴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이며 감마글로블린은 항체기능이 있어 몸속에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침은 진통 작용도 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은 모르핀보다 최대 6배까지 진통 효과가 있는 오피오르핀이라는 물질이 침 속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영화에 키스신이 나오자 녀석은 ‘꿀꺽’ 침을 삼킨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자율신경계통이 자극돼 침이 나온다. 침을 흘리는 걸 보니 바로 자율신경이 흥분했나 보다. 또 맛있는 음식을 보고 군침이 도는 이유는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침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음식 없이 상상만으로도 침이 나온다는 사실. 이것은 과거의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반응하는 조건반사 때문이다. 아마도 녀석은 밥 먹을 때만 되면 자동으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흘릴 것이 틀림없다.



“너 또 흥분했지”라고 추궁하자 홍철이가 당황하며 무슨 소리냐고 따진다.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져 침의 분비가 줄어들며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뻑뻑해진다. 그래서 거짓말을 긴장하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사람을 ‘입술에 침이나 바르지’라며 비꼬기도 한다.



녀석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 하고 침을 뱉기도 한다. 침을 뱉으면 입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세균이 함께 섞여 나간다. 심지어 납, 아연, 수은 등 중금속도 침에 섞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면 병원균이 섞인 작은 침방울이 튀어 감기에 옮을 수 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차마 세균이 섞인 침을 뱉기 힘들 것 같다. 하물며 ‘제 얼굴에 침 뱉기’는 정말 안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침은 우리 몸 상태를 알려주는 블랙박스와 같다. AIDS에 감염되면 항체가 침으로 분비돼 이 항체로 간편하게 AIDS를 검사할 수 있다. 침으로 혈액형 검사도 가능하다. 범인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에 묻은 침에서 DNA를 검사해 범인을 식별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종합암센터에서는 구강암, 설암, 후두암 등 두경부암 같은 암을 진단하는데 91%의 정확도를 가진 효과적인 침 검사법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 의대의 폴 쇼 교수는 “잠이 부족할수록 침 속에 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증가한다”고 미국국립과학회보(PNAS)에 발표했다. 앞으로는 음주측정기처럼 침으로 졸음측정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개가 오줌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하듯 ‘침 발라’ 놓으면 자신의 생물학적 특징과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남겨놓는 셈이다.



홍철이와 함께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입 속에는 침이 분비되고 있다. 말 할 때, 밥 먹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키스할 때도 침은 분비된다. 하는 일도 많고 담고 있는 정보도 많은 침. 친구로서 조언하건데 녀석이 여자친구를 만날 땐 ‘침 관리’ 좀 하는 센스를 발휘하길 바란다.

 

글 : 남연정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주제!
관련주제가 없습니다.
관련단원 보기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
사진올리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