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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찰나’, 펨토과학 목록

조회 : 2263 | 2016-10-26

                                                                                                                                      펨토초

 

1999년 스웨덴 노벨상위원회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아흐메드 즈웨일 교수에게 노벨화학상을 안겼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새로운 형태의 초고속 카메라(?)를 발명한 공으로 상을 받았다. 필름을 빨리 돌려 만드는 초고속 카메라가 아니다. 분자가 원자와 원자로 분리되는 순간을 레이저로 관찰하는 초고속 카메라다.



즈웨일 교수는 자신의 발명품을 들고 요오드화나트륨(NaI)이 요오드(I)와 나트륨(Na)으로 갈라지는 순간을 ‘찍었다’. 인류가 처음으로 1000조분의 1초에 벌어지는 분자들의 움직임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을 연구하는 분야를 ‘펨토과학’이라고 하며 주로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서 관찰한다. 노벨 화학상을 받을 정도로 펨토과학과 펨토초 레이저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펨토초에 대한 개념을 잡자. 펨토초는 1000조분의 1(10-15)초를 말한다. 10-15를 의미하는 단위명이 펨토(Femto)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펨토초 동안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도 고작 0.3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10-6m)를 움직일 뿐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눈 깜빡할 시간’이 약 10분의 1초, 총알이 물체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100만분의 5초니 펨토초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세상을 구성하는 분자와 원자 세계에서는 펨토초가 기본 단위다.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입자들의 움직임, 생체 내에서 효소가 분자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사건이 펨토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광합성이 일어날 때 엽록소 분자가 에너지를 전달하는 시간은 약 350펨토초다. 사람이 인식하기도 어려운 이 짧은 시간에 식물은 빛을 받아 에너지로 바꾼 뒤 저장한다. 엽록소뿐만이 아니다. 효소가 유기물에 산소를 붙이는 시간은 약 150펨토초,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원자 주변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0.1펨토초다.



펨토초 동안 벌어지는 이런 물리, 화학, 생물학적 현상을 연구할 때 주로 쓰이는 것이 펨토초 레이저다. 펨토초 레이저는 10~50 펨토초 동안만 켜졌다 꺼지는 펄스로 이루어져있다. 깜빡깜빡하는 펄스를 분자나 원자에 쏘면 이 펄스는 펨토초 시간동안만 분자를 만났다가 반사된다. 이 반사된 빛에 분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바꿔 말해 펨토초만에 찍어내는 카메라인 셈이다. 펄스를 연사하면 펨토초라는 ‘찰나’의 시간 동안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담은 ‘동영상’도 만들 수 있다.



즈웨일 교수가 만든 초고속 카메라는 바로 이 연속적인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했다. 먼저 레이저 펄스로 분자 안에 있는 전자에 에너지를 공급해 들뜬 상태로 만든다.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두 번째 레이저를 쏴 들뜬 전자에서 나오는 빛을 측정한다. 이 빛의 세기는 분자의 운동과 성질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에너지를 받은 분자가 내는 빛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해 분자의 운동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펨토초 레이저는 빛의 파장이 펨초토 길이로 매우 짧기 때문에 같은 속도를 가진 다른 빛에 비해 진동수가 매우 크다. 빛의 에너지 크기는 진동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펨토초 레이저는 다른 레이저에 비해 에너지가 크고 응용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두께가 매우 얇은 첨단소재나 부품을 만들 때 파장이 짧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하면 세밀한 작업을 훨씬 안전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써온 레이저는 파장이 길고 열이 많이 발생해 금속 표면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녹이거나 지저분한 상태로 만들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펨토초 레이저는 소재에 발생하는 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금속 표면을 깨끗하고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다.



의학계에서도 펨토초 레이저는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보통 수술용으로 많이 쓰이는 일반 레이저는 커다란 조직은 잘 치료하지만 작은 세포는 태워서 죽이거나 손상을 입히는 단점이 있었다. 작은 크기의 수술도 가능한 이온 치료법이 있긴 하지만 이는 진공 상태에서만 가능해 반도체 같은 물질에만 쓸 수 있다. 하지만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하면 펄스의 짧은 파장을 이용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살아있는 세포 1개에 생긴 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 안과용 각막이식이나 라식수술에도 펨토초 레이저는 유용하다. 2004년 독일의 연구팀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무통 치과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소립자 물리학의 세계에서 펨토초 레이저는 ‘구세주’다. 우주의 탄생 비밀을 밝혀줄 쿼크나 암 치료에 쓰이는 양성자를 얻기 위해서는 원자나 전자를 가속시켜 충돌을 일으킬 가속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전압과 속도를 일으키기 위해서 수~수십 km 크기의 가속기가 필요하다. 반면 펨토초 레이저를 증폭하면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압을 걸 수 있어 훨씬 작은 크기의 가속기를 만들 수 있다. 공간도 줄이고 예산도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80년대 중반에 등장해 90년대 후반 노벨상을 거머쥘 정도로 진가를 인정받은 펨토초 레이저는 2000년대 들어 더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덕 연구단지와 광주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등에서 펨토초 레이저를 더욱 강하게 가공해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펨토초를 넘어 전자가 움직이는 아토초(10-18) 영역까지 연구 대상이 확대됐다니 시간을 쪼개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펨토초 레이저의 펄스가 더 정교하고 빠르게 깜빡일수록,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글 : 김은영 과학전문 기자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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