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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전 씨를 위한 놀이공원 안내서 목록

조회 : 2820 | 2016-10-19

                                                                                                                                    놀이공원

 

오 마이 갓! 지금 몇 시?! 약속 시간에 한 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소중 씨가 시간 맞춰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어떡하지? 약속 장소인 놀이공원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드러난 건 아닐까 걱정이다. 그녀가 놀이공원 마니아일 줄은 몰랐다. 소중 씨가 좋긴 하지만 놀이공원은 싫단 말이야~.



헐레벌떡 뛰어가다 정문 부근의 호수 앞 벤치에 주저앉아버렸다. 롤러코스터에 자이로드롭에, 놀이공원은 정말 나를 두렵게 한다. 계속 안타고 버티면 소중 씨가 화낼 텐데, 대체 무슨 변명을 해야 하나.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딱 부러지게 말을 못 하는 내 성격이 이럴 땐 정말 싫다. “미안하지만 놀이기구는 정말 무섭다구요.” 이 한 마디를 왜 못하나…. 숨을 달래며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아직 모르시다니 전 너무 슬픕니다, 오나전 씨]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싱싱한 초록색 물고기가 있었다. 인공 호수에 웬 초록색 물고기? 아니 그 전에, 저게 지금 말을 해? 지금 상황을 판단할 사이도 없이 몸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짜릿한 느낌에 정신 못 차리는 내게 들린 마지막 한마디.



[물리법칙과 함께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웰컴 투 드림파크]



‘즐거운 스릴’을 원한다면 원심력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꿈과 사랑이 넘치는 ‘과학향기 드림파크’입니다. 놀이공원을 좀 더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기시기 위해 본 안내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 호수 속에 끌려들어갔었는데, 왜 아무도 없는 광장 한 복판에 있는 거지? 우두커니 서서 눈만 깜빡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생생한 목소리가 들려와 화들짝 놀랐다. 잠깐, 드림파크? 여기 놀이공원이야? 싫어~!



[놀이공원의 시작이자 마침은 롤러코스터죠. 안전벨트 단단히 매셨습니까? 소지품은 꼭 옆에 있는 바구니에 넣어 주시구요. 자, 이제 짜릿한 원심력의 세계로 출발합니다!]



‘앗!’하고 보니 어느새 롤러코스터의 가장 뒷자리에 타고 있다. “우리 꼭 뒷자리에 타요! 선로가 안보이기 때문에 앞자리보다 더 스릴이 넘친대요”라며 흥분하던 소중 씨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소중 씨, 저 이미 뒷자리에 타고 있어요….



[약 1~2km를 3분 만에 달리는 롤러코스터의 힘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일정한 높이까지 모터로 끌어당겨 만든 ‘위치에너지’죠. 꼭대기까지 올라간 롤러코스터는 중력에 끌려 아래로 떨어지고, 이 때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며 롤러코스터의 속력을 높여줍니다. 이곳은 꿈과 사랑이 넘치는 ‘과학향기 드림파크’이라 마찰력이 없어 위치에너지는 고스란히 운동에너지로 바뀝니다. 자 꼭대기에 도착했네요. 이곳 높이는 100m, 따라서 최대 속력은 약 시속 160km가 되겠습니다!(최대운동에너지=√19.6x최대높이)]


배…백 미터?! 시속 160km?!!! 롤러코스터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 소중 씨, 정말 이런 놀이기구가 좋은 건가요?!



[타고 있는 사람은 중력과 원심력을 느낍니다. 쉴 새 없이 방향이 바뀔 때 좌우로 쏠리는 힘이 원심력이고, 올라가고 내려가며 느끼는 힘이 중력입니다. 롤러코스터에서는 원심력의 방향이 바뀌고 여러분의 몸무게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짜릿함을 몇 번 느끼긴 했다. 그러나 너무 높이 올라갔다 와서 그런지, 몸이 먼저 지쳐버렸다. 롤러코스터가 정지한 걸 확인한 뒤 울렁이는 속을 다스리며 안전벨트를 벗었다. 그 때 갑자기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나풀거리는 안전벨트마냥 힘없이 추락한 곳은 범퍼카 위였다.



짜릿한 만남의 비밀, 작용과 반작용


[롤러코스터와 짜릿한 만남을 경험하신 나전 씨, 새로운 만남이 준비돼 있답니다. 범퍼카에 있는 안전벨트를 매 주세요.]



멍해진 정신을 수습하자마자 안내 방송을 듣고 다시 멍해졌다. 또 무슨 만남? 홧김에 액셀을 밟는 바람에 앞에서 돌진해오는 차에 쿵- 하고 부딪혔다.



[시속 200km로 달리는 차에 부딪히면 곤란합니다. 범퍼가 있다고 해도 충돌로 인한 반작용은 고스란히 나전 씨가 받게 되거든요. 달리던 속도만큼 상대 차에 힘을 가하고, 그 힘이 다시 나전 씨에게 돌아오는 거죠. 상대 차의 속도도 나전 씨에게 영향을 줘요. 몸은 관성에 의해 충돌 방향으로 쏠리게 되니 조심하시구요.]



진작 이야기해줄 것이지. 급정거하는 듯하더니 뒤로 튕겨나 버린 차 위에서 확 꺾인 목을 어루만졌다. 안전한 것처럼 위장하고는 갑자기 충격을 주기 때문에 범퍼카가 싫었다. 여기서 속으로 궁시렁 대봤자 소용없지만 말이다.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액셀을 한 번 더 밟았다. 하긴. 범퍼카는 애초에 액셀 말고는 밟을 것도 없다. 온갖 방향에서 끼어드는 차들에 부딪히면서도 목을 꼿꼿하게 세우고 버텼다. 앞에서 두 번, 옆에서 세 번, 그리고 뒤에서 한 번. 튕긴 차가 멀리멀리 날아가는 그 순간까지.



일상에서 맛보는 우주인의 무중력


[자~.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각종 기구가 준비돼 있습니다. 수백 미터 높이에서 단 2초 만에 지상으로 내려오는 ‘자이로드롭’, 한번만 떨어지는 건 섭섭해서 두세 번 더 튀겨주는 ‘샷드롭’, 그것도 모자라 진자운동까지 곁들인 ‘자이로스윙’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됐으니 원하시는 기구를 골라주시면 되겠습니다.]



범퍼카와 함께 날아가나 싶었는데 여긴 또 언제 올라왔나? 푸른 하늘 위 점점이 떠있는 구름을 뚫고도 한참 올라간 자이로드롭에 앉혀진 나는 하얗게 질렸다. 롤러코스터에 범퍼카까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이건 정말 탈 수 없단 말이다! 차라리 날 죽여랏!


이런 생각은 자이로드롭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 몸 전체가 뜨는 기분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자이로드롭이 자유낙하하는 동안 나전 씨에게 작용하는 중력은 없어집니다. 무중력상태가 되는 것이죠. ‘과학향기 드림파크’의 자이로드롭은 마찰력이 없어 진정한 무중력이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어때요? 이 정도도 부족하시면 번지점프도 준비돼 있는데요.]



부족하기는커녕 과하지만 별 수 있나. 계속 내려가다 보니 머릿속이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 바닥과 충돌해도 괜찮을 것 같다. 돌고 부딪히고 추락하다 머리가 어떻게 됐나보다. 그래도 이왕 떨어질 거라면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좋겠지.



[지상 10미터 구간에서부터 판과 중앙 기둥의 자석 사이에 맴돌이 전류가 생겨 안전하게 정지할 테니 걱정 마시기 바랍니다. 맴돌이 전류는 움직이는 자석과 금속 사이에 생기는 전류로 서로 반발하는 힘을 내기 때문에 브레이크 역할을 해준답니다.]



브레이크가 있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됐다. 그러고 보니 붕 뜨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우주유영을 하듯 무중력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아스라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쩐지 소중 씨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웰컴 투 현실
“…나전 씨? 정신 차려요. 나전 씨!”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쏟아져 들어왔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자이로드롭이 아닌 벤치 위였다. 그리고 눈앞에는 소중 씨. 그럼 그게 다 꿈이었단 말이야? 아직 안전벨트가 채워진 것 같아 배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소중 씨, 저….”
“미안해요!”



“네?”
“나전 씨 친구에게 들었는데 놀이공원 안 좋아한다면서요? 난 그것도 모르고…. 미안해요. 다신 안 조를게요. 놀이공원 안 가도 괜찮으니까 오늘은 나전 씨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요.”



꿈속에서의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눈꼬리를 살짝 접으며 사과하는 소중 씨의 얼굴이 평소보다 훨씬 더 예뻐 보여서였을까. 어느 쪽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용기가 솟아났다.



“괜찮아요 소중 씨. 우리 놀이공원 가요. 롤러코스터 한 번 시원하게 타야죠!”



놀란 표정으로 눈만 깜박이다가 이내 활짝 웃는 소중 씨를 보니 내 마음도 환해졌다. 롤러코스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내내 오늘 들은 물리법칙을 설명하면 무서움도 잊을 수 있을 거다. 범퍼카는 목 좀 풀고 도전해봐야지. 자이로드롭은 그래도 아직 조금 무서우니 소중 씨와 손을 꼭 잡고 타야겠다. 영 안 되겠으면 소중 씨만 타라고 하고 밑에서 열심히 응원하지 뭐~.



[얼마 전 국내의 유명 놀이공원 두 곳에서 각각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물리법칙을 따라 놀이공원을 아무리 잘 설계해도 이를 관리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기억하세요. 안전은 물리법칙이 아니라 주의에서 보장된다는 것을. 아참, 놀이공원 싫어하는 애인 때문에 안타까우신 분은 언제든 의뢰해 주세요. -‘과학향기 드림파크’ 관리자 초록물고기]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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