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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는 옳은(right) 손잡이인가? 목록

조회 : 4483 | 2016-10-05

왼손잡이

 

점심시간, 수저통이 당신의 앞에 놓여있다. 자연스럽게 수저와 젓가락을 한 벌 꺼내 주변에 주변 사람들에게 놓아준다. 여기서 잠깐, 당신이 어떤 자리에 수저를 놓았는지 살펴보자. 열에서 아홉은 수저를 사용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놨을 거다. 왜냐하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잡이기 때문이다.



오른손잡이의 세상에서 왼손잡이들이 어떤 불편을 겪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왼손잡이에 따르면 학창시절 노트 필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적어나가는데,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펜을 쥐므로 손이 방금 적은 글을 쓸고 지나간다. 따라서 연필 가루가 묻거나 덜 마른 잉크가 번져 필기를 망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혹은 모두가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는데 혼자 왼손으로 하기 때문에 옆 사람(특히 왼쪽에 있는 사람!)과 자주 팔을 부딪혀 불편했다고 말한다.



■ 오른손은 정말 ‘옳은’ 손인가



오른손잡이-왼손잡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잠시 벗어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여러 책을 뒤적이다 보면 오른쪽을 ‘바른’ 방향이라고 대신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1988년까지 ‘바른손’은 오른손의 방언으로 취급돼 왔다. 오른쪽의 의미는 예상하는 것처럼 옳다, 바르다에서 왔다. 반대로 왼쪽은 비뚤어지거나 꼬이다는 뜻의 ‘외다’에서 왔다. 오른쪽과 왼쪽에 대한 의미는 비단 한국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영어에서 오른쪽을 뜻하는 ‘right’는 ‘옳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왼쪽을 뜻하는 단어 ‘left’는 쓸모없다는 뜻의 ‘lyft’에서 파생됐다. 프랑스어의 ‘drot’ 독일어의 ‘recht’ 오른쪽, 옳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물론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모두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기는 하다). 즉 많은 문화권에서 오른쪽은 ‘옳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시 본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어원에 따라 분석을 해보면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오른쪽을 ‘올바른 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른쪽이 올바른 방향이 된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이다. 2010년 훌리오 산티아고 데 토레스 스페인 그라나다대교수와 다니엘 카사산토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실험을 살펴보자.



연구팀은 실험참가자에게 좋아하는 동물은 착한 이미지로 싫어하는 동물은 나쁜 이미지로 기억하게 했다. 예를 들어 얼룩말을 좋아하고 판다를 싫어하는 실험참가자에게 얼룩말은 착한 동물, 판다는 나쁜 동물이라고 알려줬다. 그리고 착한 동물과 나쁜 동물을 종이에 그리게 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왼손잡이는 착한 동물을 왼쪽에, 오른손잡이는 오른쪽에 그렸다.



산티아고 교수는 이런 현상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유전적으로 열 명 중 아홉 명은 오른손잡이, 한 명은 왼손잡이로 태어난다. 오른쪽이 익숙한 사람과 왼쪽이 익숙한 사람은 자연히 행동하는 방향도 반대가 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면 오른손잡이는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지만 왼손잡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읽는다.



왼손잡이의 이런 행동은 곧 오른손잡이의 행동과 부딪히기 마련이다. 오른손잡이들의 입장에서는 왼손잡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 이상한 것, 바르지 않은 것이 된다. 마찬가지로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잡이의 행동과 물건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이상한 것이다. 다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상대에게 자신의 행동을 맞춰가므로 오른손잡이 수가 압도적으로 세상에서 왼손잡이는 ‘잘못된’ 왼손잡이의 행동을 고치고 오른손잡이에게 맞춰 살아가게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까지는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산티아고 교수팀의 ‘착한 동물 실험’같은 결과가 나온다.



■ 언어능력이 뛰어난 오른손잡이, 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왼손잡이?



대체 인간은 왜 오른손잡이가 많을까. 고양이를 관찰했을 때 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암컷은 오른쪽, 수컷은 왼쪽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연구는 있지만 한 종이 한쪽 방향만을 압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보기가 어렵다.



인간 오른손잡이의 역사는 무려 50~6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비드 프레이어 미국 캔자스주립대 연구원이 스페인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한 고대 인류의 앞니자국을 분석했을 때, 연구원은 이들에게서 오른손으로 도구를 쓴 흔적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 50만 년 전에는 인류의 93.1%가 오른손잡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현대에서 자연 발생하는 오른손잡이 수가 약 89%이므로 당시 지금보다 오른손잡이가 더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이 이유를 언어능력과 연결시켜 설명했다. 언어능력은 좌뇌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좌뇌는 언어능력 뿐 만 아니라 오른쪽 부분의 운동능력을 제어한다. 따라서 언어가 발달하며 좌뇌가 발달하고, 따라서 오른쪽 부분의 운동 능력 제어도 잘 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른 것이 생각난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인 것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좌뇌는 읽기, 쓰기, 말하기 같은 언어성 지능을, 우뇌는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동작성 지능과 관련이 있다. 즉 논리적으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같은 천재 미술가들은 우뇌가 발달해 후세에 길이 남을 미술작품을 남겼다고도 말할 수 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현대에서 활약하는 왼손잡이를 보면 그 가설이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세상에서 왼손으로 야구공을 던지는 왼손투수들은 야구 구단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귀중한 투수자원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 탁구같은 종목에서도 왼손잡이 선수를 상대로 하면 오른손잡이들이 고전을 한다는 경험에 의한 정설도 내려온다.



그러나 이런 몇몇 사례만으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예술성이 뛰어나다, 천재가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2년에는 호주에서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연구도 있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누가 더 뛰어난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결국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해야 뛰어난 종합적 사고력을 보여줄 테니까. 특정 손을 잘 쓰는 사람이 특정 뇌가 발달해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발가락이 긴 사람이 달리기를 잘한다고 하는 것처럼 별 것 아닌 하나의 특징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물론 오른손잡이가 많은 만큼 오른손을 많이 쓰는 것이 세상 살기에 편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다.



글 :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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