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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웃고 개도 웃고, 웃음의 신비 목록

조회 : 4602 | 2016-10-05

웃음

 

웃음은 신비로운 신체 반응이다.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이 웃는다. 아기는 생후 2개월부터 웃는다. 선천적으로 볼 수 없거나 들을 수 없는 아이도 웃는다. 문화가 달라도 웃음소리는 비슷하다. 웃음소리만 들어도 같이 웃게 되는 전염성이 있어서,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



■ 쥐는 ‘찍찍’ 웃고 개는 ‘헉헉’ 웃는다



도대체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과학자들은 동물의 웃음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찰스 다윈은 저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동물들이 사람처럼 표정과 소리를 통해 감정을 표출한다고 밝혔다. 물론 웃음도 포함된다.



동물행동학자들은 침팬지나 보노보와 같은 영장류의 새끼들이 서로 뒤꽁무니를 쫓거나 간지럼을 태우면서 놀 때 마치 웃는 것처럼 숨을 헐떡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침팬지의 웃음은 사람의 웃음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은 웃을 때 짧은 숨을 반복적으로 내쉬는 반면, 침팬지는 숨을 들이 마시면서 헉헉거리는 소리를 낸다.



웃을 줄 아는 동물은 영장류뿐만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개도 헉헉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웃는다. 심지어 쥐도 웃는다. 미국 볼링 그린주립대 야크 판크셉 교수는 2003년 쥐들이 같이 놀 때 반복적으로 찍찍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판크셉 교수는 사람이 쥐의 몸을 간질이자 쥐들이 찍찍대면서 사람과 즐겁게 어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웃음과 관련된 뇌 회로는 아주 오래된 태곳적의 뇌 영역에 존재한다”며 “인간이 웃기 훨씬 전부터 다른 동물들에서 웃음의 원형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 웃음은 언제, 왜, 시작됐을까



웃음의 기원에는 다양한 가설이 있다. 먼저 동료를 안심시키는 역할이다. 미국 UC샌디에이고의 뇌과학자 빌리야누르 라마찬드란 교수는 ‘거짓 경보 이론’을 주장했다. 유머는 듣는 이가 기대를 부풀리다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이 나왔을 때 웃음을 주는데, 그 반전이 사소한 것이어야 재미있다. 즉 누군가가 위험을 감지한 뒤, 그 위험이 사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소한 일이었다는 반전을 알리기 위해 웃음이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라마찬드란 교수는 “웃는 사람은 결과적으로 ‘너희들은 거짓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공지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웃음이 왜 큰 소리를 동반하는지, 왜 전염성이 강한지도 설명해준다. 웃음이 집단 내에 멀리 퍼져야 ‘경보를 해제한다’는 공지가 구석구석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다른 가설도 있다. 미국 빙엄턴 뉴욕주립대 생물학과 데이비드 슬론 윌슨 교수는 배부르고 따뜻하며 안전한 상황을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리는 신호로 웃음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초기 인류는 끼니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아프리카 초원을 뒤져야 했다. 또 맹수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안전하고 지루한 시기는 거의 없었다. 간혹 고기를 배부르게 먹는 행운이 찾아왔다면, 먹이를 찾아 헤매지 말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같은 색다른 일을 최대한 해야 했다. 윌슨 교수는 “인간의 웃음은 이런 시기를 식별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신호로 최초에 진화했을 것”이라며 “웃음은 집단 구성원들이 동일한 방법으로 동시에 느끼게 하는 데 특히 효과가 있는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했다.



위의 두 가설처럼 메시지 전달이 웃음의 기원이라면, 영장류의 웃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추론을 할 수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심리학과 로버트 프로바인 교수는 어린 아이들이나 영장류 새끼들이 뒤엉켜 싸우는 듯한 놀이를 할 때 내는 소리를 웃음의 기원으로 봤다. 놀이가 안전한 놀이로 끝나려면 이 행동이 진짜 싸움이 아니라 연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즉 영장류가 놀이 과정에서 웃는 소리는 지금 이 행동이 진짜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순수한 놀이라는 사실을 상대방과 구성원에게 전달하는 신호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 유머는 좋은 유전자를 광고하는 행위일까



이후 웃음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영향을 주면서 자연선택 됐다.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많이 웃은 사람들에게는 오래 살아서 자손을 많이 남기는 복(福)이 왔다”고 말했다.



웃음이 가져온 복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성 선택이다. 진화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남자를 배우자로 선호한다. 미국 뉴멕시코대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 교수는 “위트가 넘치는 말을 하는 유머 생산 능력은 창조성이 뛰어나다는 사실과 복잡한 인지 기능에 손상이 없다는 사실, 즉 좋은 유전자를 가졌음을 알려주는 표지”라고 주장했다.



웃음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웃음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지만, 현대의 웃음마저 생존과 번식의 필요에 맞춰진 건 아니다. 한마디 말로 청중을 웃기는 코미디언을 보면, 지금의 웃음은 전제-긴장-반전-안심이라는 태곳적 웃음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화된 웃음을 물려받았지만, 이제는 그 웃음을 창조하는 위대한 코미디언이다.”(코미디언 이윤석).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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