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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떼의 출몰은 이상기후의 증거다?! 목록

조회 : 3237 | 2016-07-20

나방

 

지난 5월 말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교 운동장, 하늘에서 나방이 눈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타난 나방 떼는 6월 초까지 춘천 일대를 점령했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힌 상점들은 나방을 쫓기에 바빴고, 아침에는 널브러진 나방을 치우는 것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했다. 춘천에 나타난 나방의 이름은 연노랑뒷날개나방. 이 나방은 날개 길이가 21~22mm인 중대형 나방으로 날개를 펼치면 연노랑색의 날개가 보인다. 주로 6월에서 7월에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방이다.



나방이 갑자기 떼로 나타난 데에는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먼저 나방의 유충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춘천에 마련됐다는 것이다. 나방이 나타나기 전 5월의 춘천 강수량은 총 109.1mm로 지난해 5월보다 약 3배 많은 수치다. 3일에 한 번꼴로 적당히 내린 비는 나방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충분했다. 또 춘천지역에는 나방이 좋아하는 참나무류가 많아 먹이도 풍족했다.



다른 의견으로는 올봄의 기온이 높아져 나방을 포함한 벌레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매년 ‘벌써 여름이야?’ 싶을 정도로 봄은 짧아지고 여름이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서울에는 5월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또 5월 19일과 20일, 22일에는 춘천 지역의 최고기온이 30℃를 넘기도 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벌레는 더 빠르게 성장한다. 대표적인 여름 벌레인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체온이 올라가면서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 또 성장이나 번식도 빨라져 여름에 모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18℃ 이상이 되면 활동을 한다. 가끔 추운 날씨에도 모기를 볼 수 있는데, 실내온도가 18℃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나방도 마찬가지다. 나방 유충은 적당한 습도와 높은 온도에서 잘 자란다. 비가 적당히 내린 춘천에서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나방의 개체 수는 평소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자주 있었다. 2014년 8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풀무치 떼가 나타나 20만m2에 해당하는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메뚜기의 일종인 풀무치는 벼나 잡곡류의 잎이나 줄기를 갉아 먹어 해당 농가에 큰 피해를 줬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친환경 약제로 풀무치를 방제했다.



당시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해남지역 풀무치 발생 원인분석’에 따르면, 풀무치가 떼로 나타난 해남군 산이면 덕호마을 간척지가 비농경지 면적이 넓고 숙주식물이 많아 풀무치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또 풀무치의 월동기간이었던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평균기온이 0.9~2.4℃ 정도 높아 풀무치 알의 생존율이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14년 여름 평균기온도 21℃ 이상의 고온을 유지했고, 강수량도 평균의 절반정도여서 풀무치 알이 더욱 잘 자랄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도심에서도 발생했다. 2013년 6월 동대문 의류상가에서도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떼로 나타났다. 동대문 의류상가는 새벽까지 화려한 조명을 이루는 곳으로 빛을 따라온 나방이 떼를 이룬 것이다.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대거 나타났던 춘천과는 달리 동대문 상가 근처는 나방 유충이 자랄 만한 나무는 없었다.



서울에서는 연노랑뒷날개나방뿐만 아니라 ‘압구정 벌레’라고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대거 나타나기도 했다. 동양하루살이는 2006년부터 서울 강동, 광진, 송파 일대에서 자주 발견됐다. 동대문의 나방과 동양하루살이가 도심에 대거 나타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서울에는 여의도, 암사, 강서, 관악산 등 생태공원이 많이 있다.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벌레들의 유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고, 이 벌레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대량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도심의 높은 온도 때문인데, 도심의 온도는 주변 지역에 비해 온도가 높다. 이것을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인구가 늘고 각종 인공 시설물, 자동차 등이 증가하면서 기온이 높아지고, 이런 현상은 여름보다는 일교차가 큰 봄이나 가을에, 낮보다는 밤에 심하게 나타난다. 온도가 높아지면 벌레는 더욱 활발하게 대사활동을 하고 대량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방이나 풀무치 등의 벌레가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안정된 환경 안에서는 특정 벌레가 대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의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이 기상관측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우리는 뜨거움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인도 동남부 지역에서는 48℃가 넘는 폭염으로 지난 5월 한 달 동안 약 230명이 사망했다. 태국에서도 지난 4월에 44℃에 육박하는 최고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5월부터 이른 폭염을 겪기도 했다.



갑작스레 날아든 나방 떼가 반가울리 없다. 춘천시는 급히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곤충 알의 부화를 억제하는 디플루벤주론이라는 살충제를 사용했다. 이 살충제는 독성이 강해 나방뿐만 아니라 다른 벌레나 식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에게도 당연히 좋을 리 없다. 나방은 그저 살기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 밝은 빛을 쫓아갔을 뿐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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