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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본위화폐로 미래의 변기를 이야기하다! 목록

조회 : 3925 | 2016-07-13

똥 본위화폐로 미래의 변기를 이야기하다!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1976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진화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주장했다. 다른 사람을 돕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대개는 도덕성이나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하지만, 도킨스는 이타적(利他的) 행동이 이기적 유전자를 만들고 그런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고 강조했다.



도킨스가 주장한 근거를 생각해보면 나름의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나 혜택을 남에게 양보할 때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양보한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유전자라는 가설을 세웠다. 남에게 양보하는 판단이나 행위 때문에 유전자는 더 이상 유전자의 주인을 믿지 못하고 강한 유전자를 자생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강한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로 후세에 유전된다는 것이 도킨스의 주장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이기적 유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개인차원에서는 남을 배려하고 돕는 행위가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현대인이 가장 이타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기후변화해결을 위한 노력과 화장실 문제 해결이다. 이 글에서는 화장실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수세식 화장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다. 하지만 자연환경측면에서는 최악의 발명품이기도 하다. 수세식 화장실은 우선 물을 필요로 하며 순식간에 물을 오염시킨다. 더럽다고 생각하는 분뇨를 물을 이용해 씻어 보냄으로써 나의 공간은 깨끗해진다. 물과 섞인 분뇨는 하수처리장으로 가서 처리된다. 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분뇨가 완벽히 처리되지도 않는다.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지 못한 분뇨는 하천이나 호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보다는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분뇨를 누군가에게 처리를 맡기는 그 이기적인 마음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만약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던 위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더럽게만 느껴졌던 분뇨를 더럽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변기를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 새로운 변기가 탄생한다면 먼저 물이 절약될 것이다. 또 하수처리장의 부담도 줄어들고 하수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하수처리장을 거쳐 자연으로 보내졌던 오염물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만약 분뇨를 이용해 에너지나 필요한 자원을 만들 수 있다면 이는 화장실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삶, 가치,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정착된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세식 화장실 변기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 개발돼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고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 문제를 과학이나 기술개발만으로 또는 환경보호에 호소하는 것으로 해결가능하다고 믿었다면 지나치게 쉽게 생각한 것이다. 오랜 세월 문화로 정착한 수세식 화장실을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사람들의 마음은 새로운 가치와 세상을 보여줄 때만이 변한다고 믿는다.



그 새로운 가치는 이기적 유전자고 새로운 세상은 똥 본위화폐(本位貨幣)다. 나의 똥과 오줌이 버려지지 않고 에너지와 자원으로 바뀐다면, 나의 작은 행위가 타인을 직간접적으로 이롭게 하며 또 자연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므로 이것이야말로 이타적 행위고 매일 매일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어질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의 출발인 것이다. 이런 가치를 도와주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대안으로 똥 본위화폐를 제안할 수 있다.



똥 본위화폐는 물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의 기준을 똥에 두는 것이다. 따라서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특정 시설로 똥을 가지고 오면 똥 본위화폐를 지불하는 것이다. 똥 본위화폐를 이용해 만들어진 에너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왜 하필 돈이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똥으로 돈이 가진 사회적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의 화폐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즉, 사회복지, 기초생활 보장과 같은 측면을 똥 본위화폐제도가 일정 부분 담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들이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게 하려면 위생적이면서도 물을 사용하지 않는 변기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도 그런 변기는 상용화돼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디자인이나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변기를 통해 만들어진 특정 형태의 똥을 이용해 에너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 물론 관련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지만 도시에서도 접목 가능한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 유니스트 내 ‘사월당’ 전경(왼쪽)과 BeeVi 화장실의 모습(ⓒ조재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에는 현실과 거리를 가진 기대가 존재한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유니스트(UNIST)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에서는 실험실 ‘사월당(思越堂)’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BeeVi 화장실’을 개발하고 똥을 이용해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바이오 에너지 연구로는 미생의 소화를 통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 생산기술,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분리, 미세조류 배양기술과 바이오 디젤 생산기술 등을 포함한다. 또한 실험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빗물로부터 만들어내기 위한 빗물수집 및 정화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화장실, 에너지, 물, 그리고 똥 본위화폐의 환경경제 시스템이 순환될 수 있는 예술의 실험적 시도가 연구되고 있다. 미래형 변기 디자인, 똥 본위화폐의 스마트폰 어플 개발, 도시 속 바이오 에너지 생산 건축 디자인, 똥 본위화폐 기반 인간 행동 강화도시 디자인 연구 등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개인화, 의미를 가진 소통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 해결을 통한 새로운 사회를 목표로 한 사이언스 월든 프로젝트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 예술의 도움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연구를 계속해 갈 것이다.



글 :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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