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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도 번개가 친다!? 메가번개 목록

조회 : 2091 | 2016-06-15

구름 위에도 번개가 친다!? 메가번개

 

100년 전부터 비행기 조종사들 사이에는 구름 위에서 붉거나 푸른 불기둥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빨간 불덩어리가 춤을 추고, 파란 불기둥이 분수처럼 솟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조종사 중에는 원인불명으로 처리된 많은 비행사고가 이 불기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조종사의 목격담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목격담으로만 치부됐던 이 붉거나 푸른 불기둥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불기둥의 정체는 바로 ‘메가번개’(Megalightning)다. 메가번개는 구름 위로 번개가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고 구름 위에서 발생한다. 그 규모도 수십km에 달해 일반 번개보다 1000배나 더 크다. 번개의 신인 제우스가 사용했을 법한 ‘번개 중의 번개’인 셈이다.



메가번개가 전설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기는 1989년이다. 미네소타대 로버트 프란츠 박사는 TV 카메라를 시험하는 도중 우연히 뇌운(번개를 동반하는 구름) 위의 하늘에서 치는 불빛을 촬영했다. 최초로 메가번개의 일종인 ‘스프라이트’(sprite)를 촬영한 것이다. 파란츠 박사는 촬영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보다 스프라이트를 발견했다. 스프라이트는 10~100ms(밀리초, 1ms=1000분의 1초)동안만 치고 사라지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확인하기 힘들다.



처음 발견된 이후 우주왕복선, 기상용 원격 비디오카메라, 비행기 등에서 스프라이트가 잇달아 촬영되기 시작했다. 스프라이트의 색이 붉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중 미국 스탠퍼드대 대기물리학자 움란 이난 교수팀이 초고속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스프라이트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려줬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스프라이트가 아래에서 위로 친다고 생각했지만 초고속카메라 영상을 통해 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프라이트는 고도 90km의 전리층에서 고도 15km의 뇌운 정상으로, 즉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최대속도는 광속의 30분의 1인 초속 1만km에 달한다. 스프라이트의 모양은 해파리와 닮았다. 사진을 보면 해파리의 머리처럼 생긴 부분에서 촉수 모양의 가닥이 아래로 내려온다. 가로 40km, 세로 75km에 달하는 거대한 해파리다.





재미있게도 스프라이트는 뇌운이 지상으로 벼락을 칠 때 동시에 발생한다. 대부분의 벼락은 뇌운 아래쪽에 쌓인 전자가 지상으로 쏟아지면서 생긴다. 하지만 지상에 있던 전자가 뇌운 꼭대기로 치솟으며 생기는 벼락도 일부 존재한다. 이를 ‘구름과 지상 간 양의 방전’이라고 하는데, 이때 뇌운은 지상의 전자까지 받은 터라 전기적으로 음전하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전리층 상층부에 있던 양전하가 뇌운이 있는 아래쪽으로 급격히 쏟아져 내려오게 된다. 그리고 양전하가 이동하며 주변의 산소를 때리면 들뜬 상태의 산소에서 붉은 빛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스프라이트다.



다른 메가번개도 있다. ‘블루제트’(blue jet)는 스프라이트와 달리 구름에서 위로 솟구치는 메가번개다. 이름처럼 블루제트의 색은 파란색이다. 초속 100km로 고도 40~50km까지 치솟고 지속 시간도 0.1~1ms로 스프라이트보다 더 빨리 사라진다. 스프라이트와는 달리 지상에 치는 벼락과 함께 발생하지 않는다.



블루제트가 생기는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미자가 원인이라는 가설이 있다. 중성미자가 지구를 관통하면 일부가 타우 경입자로 바뀌는데, 이 타우입자가 대기의 분자와 반응하며 방전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보통 질소가 들뜬 상태에서 푸른빛을 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타우입자에 부딪힌 질소 분자가 내는 빛이라고 추정한다.



스프라이트와 블루제트가 혼합된 형태의 ‘자이언트 제트’(giant jet)도 있다. 2002년 7월 대만 국립성공대 과학자들은 남중국해 상공에서 뇌운 위쪽을 촬영했는데, 불기둥이 고도 90km까지 치솟았다. 이 영상에 나타난 메가번개는 아래쪽은 블루제트, 위쪽은 스프라이트로 추정됐다. 자이언트 제트는 일종의 ‘잡종 메가번개’인 셈이다.



수직 방향이 아니라 수평 방향으로 나타나는 메가번개, ‘엘브스’(ELVES)도 있다. 1990년 10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대서양에서 엘브스를 촬영했다. 지름 400km의 거대한 도넛 모양으로 붉은 빛을 내며, 열권에 해당하는 고도 100km에서 나타난다.

아직 메가번개가 전지구적 규모에서 관측된 적은 없다. 우리나라 ‘멤스우주망원경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화여대 박일흥 교수는 인공위성을 띄워 메가번개를 1년 이상 관측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전반기에 메가번개 관측용 우주망원경을 탑재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이 망원경은 넓은 지역과 좁은 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번개가 치는 곳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엔 지름 200km의 넓은 영역을 관측하다가 메가번개가 출현하면 바로 그 부분을 확대해서 촬영하는 방식이다. 위성에 탑재된 촬영 장비는 초당 10만장을 찍기 때문에 메가번개의 비밀을 상당부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구의 대기의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메가번개는 지구의 전자기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타나는 것일지 모른다. 메가번개의 비밀을 밝힐 우리 연구진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 : 이충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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