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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검출로 ‘중력문명의 시대’를 기대한다 목록

조회 : 2661 | 2016-05-25

중력파 검출로 ‘중력문명의 시대’를 기대한다

 

퐁당 퐁당 돌을 던져라
누나 몰래 돌을 던져라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윤석중 시인의 동요 ‘퐁당퐁당’의 가사는 13억 년 전 우주 저편에서 일어났던 장대한 사건을 마치 마을 어귀 냇가에 옮겨놓은 것 같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라는 시공간의 물결이 퍼져 13억 년을 빛의 속도로 지구로 날아와 라이고(LIGO)라고 불리는 누나의 손등을 간지러 준 것이 지난해 9월 14일이었다.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은 서로를 바라보며 돌다가 마치 라틴 댄스를 추는 한 쌍의 남녀처럼 그 피날레를 격렬한 포옹으로 마무리했다. 그 찰나의 충돌로 인한 이중주의 웅장한 피날레가 기적적으로 지구에서 포착됐고, 이는 100년 전에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의해 예견됐던 이론의 증거가 명백하게 확인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시간에 따라 재구성해 보면 중력파와 인류의 조우가 얼마나 극적이고 기적적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13억 년 전 지구는 선캄브리아기의 원생누대에 해당하는 시기였고, 대기 중에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 지구에는 고등생명체는 고사하고 원핵생물에서 이제 막 진핵생물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질량이 각각 태양의 36배와 29배가 되는 두 개의 블랙홀이 공전하다가 서로 충돌해 강력한 중력파를 방출했고, 그 파동은 빛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아오던 시공간의 파동은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에 우리 은하에 진입했는데 그 당시 지구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후 10만 년 동안 인류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아주 최근에서야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과학의 역사가 시작됐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그 이듬해 그의 이론에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 그리고 13억 년 전의 그 중력파가 날아오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2002년 지구에서는 라이고라고 부르는 중력파 검출기를 건설했다. 중력파 신호가 도달하기 20개월 전인 2014년 10월에는 라이고를 업그레이드한 ‘어드밴스드 라이고’의 조립을 완료했다. 이때 중력파는 드디어 태양계의 가장 바깥 껍질인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 진입했다.



그리고 태양계로 진입한 중력파는 지구에 도달하기 30분 전인 2015년 9월 14일 오후 6시 20분경(한국시간) 지구에서 약 6억km 밖에 도달했다. 이 시각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8월 중순부터 본격 관측가동을 시작하기 바로 전 마지막 시험가동을 수행 중이었고, 기술적으로는 관측상태의 데이터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오후 6시까지 리빙스턴 관측소는 정비를 이유로 다운상태에 있었고, 핸퍼드 관측소도 오후 5시경부터 재가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30분 뒤 13억 년 전의 우주에서 펼쳐졌던 중력의 물결은 리빙스턴 관측소와 핸퍼드 관측소를 차례로 쓸고 지나갔다. 두 곳의 관측소에서는 인류에게 처음으로 선보인 놀랍도록 선명하고 아름다운 파동의 신호가 포착됐다.



 

 사진. 라이고에서 탐지된 충돌하는 두 개의 블랙홀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화면이다.
(출처: SXS, the Simulating eXtreme Spacetimes (SXS) project (http://www.black-holes.org))



인류와 중력파의 이 기적적인 조우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중력파 신호만이 우주에서 오는 유일한 신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측 시기와 맞물려서 공교롭게도 이날 13억 광년 떨어져 있는 곳에서 온 신호가 포착됐을 뿐, 우주에는 다양한 천체로부터 발생되는 여러 주파수를 가지는 중력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면에서 중력파를 통해 천체를 관측한다는 것은 천체들이 연주하는 우주의 교향악을 듣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귀를 열고 주의를 집중하면 수많은 천체들로부터 오는 중력파들은 항상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냇가의 저편에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의 손등을 간지러 주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검출기를 건설하고 성능을 높이는 연구에 매진하고 중력파 검출 작업이 전 지구적인 거대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다. 향후 계획되고 있는 많은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들은 미래에 일상화된 관측과 발견 소식을 계속 전해줄 것이다.



중력파의 신호는 오늘날까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신호다. 중력파의 검출을 통해 그 파동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대상에 대한 관찰은 인류가 그동안 빛과 다른 종류의 전자기파를 통해 관측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빛이나 전자기파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현상을 중력파라는 매개체로 밝혀낸 놀라운 발견인 것이다. 이 관측의 결과로 그동안 간접적인 증거로만 추정했던 블랙홀의 존재뿐만 아니라 블랙홀 쌍성계를 발견하고, 그것이 충돌해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는 역동적인 과정까지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력파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1887년 하인리히 헤르츠가 전자기파를 발견하고 받았던 질문에 대답했던 “아무 데도 쓸모가 없다”고 했던 말에 덧붙여 “아직 모릅니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현재 중력파를 인류가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된 거대한 장치를 망원경으로 삼아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 현재로는 유일하다. 그 정도로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마치 400년 전 갈릴레이가 육안으로만 관측하던 밤하늘을 망원경을 통해 혁명적인 발견을 이루어내고, 약 80여 년 전에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발견해 가시광선에 의존한 우주 관측의 새로운 길을 열었던 것처럼 이 중력파는 현재까지 인류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보게 해 줄 것이다. 중력파를 통해 중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첫걸음을 떼게 되는 셈이다.



2015년 9월의 이 발견은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약을 이루게 될 ‘중력파 천문학’이 탄생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또 중력파를 통해 중력이라는 힘을 이해하게 됨에 따라 인류에게 어떤 또 다른 기술적 혜택과 문명이 나타날지 기대되고 흥분된다. 우리는 눈을 감고 꿈을 꾸어 볼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아버지 조셉 쿠퍼처럼 블랙홀을 여행하고 돌아온 미래에서 중력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는 인류의 모습을 보는 날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 참고 : 한국의 중력파 연구 ]


이번 중력파 검출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둥 연구소와 6개 대학 연구진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단장: 서울대 이형목 교수)의 국내 과학자 14인이 같이하여 PHYSICAL REVIEW LETTERS 지에 "Observation of Gravitational Waves from a Binary Black Hole Merger" 논문의 공저자이다. 한국인 과학자들은 데이터 분석 연구와 실험기기에 대한 연구에 기여하였고, 특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의 슈퍼컴퓨팅 자원이 중력파 실험 데이터 해석에 활용되었다.



글 :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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