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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제대로 세야 잠 온다 목록

조회 : 3754 | 2016-04-06

양도 제대로 세야 잠 온다

 

사람의 뇌에는 일종의 전기신호인 뇌파가 나온다. 뇌에 있는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들은 주변의 다른 신경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전달하는데, 이 때 전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피에 전극을 꽂고 전기 변화를 측정하면 전기의 변화가 파동처럼 표시되는데 이것이 뇌파다.

 

1924년 독일 정신과의사인 베르거가 자신의 아들을 대상으로 처음 인간의 뇌파를 기록한 뒤 뇌파 연구는 다양하게 발전돼왔다. 뇌의 활동 정도에 따라 뇌파의 모양도 다르게 나타났다. 뇌가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뇌파의 진동수는 높아지고, 편할수록 진동수는 낮아진다.



30~50Hz로 가장 높은 진동수를 가진 감마파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이거나 매우 복잡한 정신 기능을 수행할 때 나타난다. 베타파는 깨어있으면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상적인 사고를 할 때 나타나는 뇌파로 15~30Hz의 진동수를 가진다. 8~12Hz의 진동수를 가지는 알파파는 주로 명상을 할 때 나타나는 뇌파다. 의식과 잠재의식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베타파와 알파파 사이에 SMR파라는 새로운 형태의 파가 발견됐다. 이는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때 나타나는 뇌파다. 베타파만큼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도 일을 실수없이 처리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혀 생소한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감마파가 나타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베타파가 나타나고, 완전히 익숙해지면 SMR파로 바뀌는 것이다.



알파파보다 더 진동수가 낮은 뇌파는 수면과 관계 있다. 4~8Hz의 세타파는 얕은 수면 상태에서 나타난다. 졸음이 쏟아지거나 잠이 막 들려고 할 때다. 또 세타파는 즐거운 때나 감정이 풍부하게 나타날 때에도 나타난다.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면 뇌파는 더욱 느려져 0.5~4Hz의 델타파가 나타난다. 뇌 부위 중에서 생명과 직접 관계된 연수, 중뇌에서 주로 발생한다. 델타파는 뇌파 중에서 진폭이 가장 크고 침투력이 강해 뇌 전체를 지배한다.



뇌파에 대해 이해한 과학자들은 이를 치료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뉴로피드백’이다. 뉴로피드백이란 뇌파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충동적인 사람의 경우 뇌파를 보면서 본인 스스로 정상적인 뇌파가 되도록 반복 훈련하는 것이다. 뇌파를 뇌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해 뇌파를 보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식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 불면증 환자는 빠른 뇌파인 베타파의 비율이 높고, 느린 뇌파인 세타파의 비율이 낮다. 환자에게 자신의 뇌파를 보여주면서 스스로 세타파가 늘어나는 요령을 알려주고 반복하게 하면 환자가 잠을 잘 수 있다. 그런데 세타파를 늘어나게 하는 요령이 뭘까? 바로 반복해서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세타파를 늘리는 요령에 따르면 ‘잠이 오지 않을 때 양을 세라’는 옛말이 나름 적절했던 셈이다.



하지만 양의 숫자를 ‘하나, 둘, 셋…’ 식으로 세며 숫자에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숫자가 아니라 양의 이미지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에는 잠자고 있는 사람의 뇌를 자극해 델타파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깊은 잠을 유도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뉴로피드백과는 반대로 뇌파를 명령 수단으로 이용하는 연구도 있다. 미국 이모티브사가 개발한 헤드셋 ‘에폭’(Epoc)은 뇌파를 인식해 게임 속 캐릭터를 움직인다. 에폭에는 16개의 센서가 달려 뇌에서 나오는 다양한 뇌파를 읽고 게임 속 명령으로 바꾼다. 헤드셋을 착용한 사용자가 손을 들면 게임 속 캐릭터도 손을 든다. 더구나 웃거나 화내면 게임 속 캐릭터도 웃고 화낸다. 현재 약 30가지의 감정을 읽어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한 신경학자도 최근 뇌파로 즐기는 탁구게임을 개발했다. 손이나 발과 같은 몸을 거의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즐길 수 있는 ‘감성 지능형’ 게임의 세계를 연 셈이다.



이런 장비는 단순한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뇌파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커다란 희망이다. 생각하기만 하면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자판을 입력해 의사를 표현하고 감정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더 발달하면 생각을 그대로 저장하고 기록할 수 있어 우리의 생활도 훨씬 편해질 수 있을 것이다. 뇌파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그 혜택은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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