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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공생 이야기 목록

조회 : 1761 | 2016-01-20

“우리 서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공생 이야기

생물계는 따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 서로 더불어 한 코, 한 땀 얽혀 산다. 말 그대로 상생하며 공생한다. 공생(symbiosis)이란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이 생리적ㆍ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다.

공생 관계 하면 흔히 우리는 개미와 진딧물, 말미잘과 흰동가리,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가 이익을 보며 공존하는 상리공생(Mutualism)을 떠올린다. 또 상어의 몸에 달라붙는 빨판물고기와 상어처럼 한쪽은 이익을 얻지만 다른 쪽은 이익도 해도 없는 편리공생(Commensalism) 관계도 있다. 빨판물고기는 상어에게 아무 해를 주지 않고 커다란 상어가 먹고 남은 음식을 쫓아다니며 받아먹을 뿐이다.

상리공생이나 편리공생을 하는 모든 생물은 원래 한정된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쟁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느 순간 백짓장도 맞들면 낫듯 서로 도움을 주는 편이 생존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하여 삶의 방향을 전환했을 것이다. 그러한 인연을 계기로 서로 다른 종과 공생해 나가고 있는 생물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동물-동물 | 극피동물인 해삼은 아가미 대신 호흡수라는 기관이 항문에 있어서 항문으로 숨을 쉰다. 그런데 해삼의 항문으로 숨이고기가 드나든다. 이 해삼은 우리가 식용으로 쓰는 것보다 더 큰 종이다. 몸의 길이가 15cm도 되지 않는 숨이고기는 몸집이 가늘고 길쭉해서 해삼의 내장 속에 숨기에 아주 적합하다. 숨이고기가 해삼의 항문을 한 번씩 드나들 때마다 해삼의 항문이 깨끗해진다. 깨끗한 물이 들어가고 항문 속의 더러운 물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해삼에게 보금자리와 은신처를 제공받는 숨이고기가 그 대가로 해삼을 ‘관장’(灌腸) 시켜주는 셈이다.

피신처를 제공받는 대신 눈 역할을 대신해주는 관계도 있다. 새우는 시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힘들다. 그런 위험을 파수꾼처럼 지켜 주는 생물이 있으니 바로 고비물고기(Goby Fish)다. 새우는 모래에 구멍을 파고 고비물고기와 함께 산다. 포식자가 새우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오면 고비물고기는 꼬리로 새우를 건드려 위험 신호를 한다. 그러면 모래에 파둔 구멍으로 고비물고기와 함께 재빨리 피한다. 몸집이 작아 스스로 구멍을 팔 수 없는 고비물고기는 파수꾼 역할을 하면서 은신처를 제공받는다.

동물-식물 | 열대에서 아열대에 걸친 바다 속에서는 산호초와 조류(藻類)의 공생을 볼 수 있다. 산호초의 선명한 색깔은 산호 자체의 색이 아니라 산호의 몸속에 공생하는 갈충조의 색이다. 갈충조는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산호초에게 제공하고, 대신 산호로부터 생활의 터전을 제공받는다. 산호는 호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칼슘을 사용하여 석회질의 재료인 탄산칼슘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산칼슘은 석회질의 뼈대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갈충조가 공급하는 영양분이 촉진시킨다. 산호의 백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해수 온도가 올라가 갈충조가 죽기 때문이다. 갈충조가 죽으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산호도 결국 죽는다.

알래스카 여러 강가의 나무와 태평양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도 공생관계다. 연어가 올라오는 강가의 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무려 3배 빨리 자란다. 연어는 태평양에서 크게 자란 뒤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이때 연어 사체에 있는 다양한 영양분이 강으로 배출되고, 강가에 있는 나무가 이 영양분을 빨아들인다. 그 화답으로 나무는 강가에 그늘을 만들어 연어에게 알 낳는 장소를 제공한다. 가까이 두고 보호해 가며 영양분을 얻어먹겠다는 그들만의 심오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동물-미생물 | 동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도 흥미롭다. 심해에 살고 있는 길이 2~3m 정도의 관벌레는 소화기관이 없다. 어린 관벌레일 때는 입과 창자, 항문이 있지만 자라면서 없어진다. 그러면 입과 창자가 없는 관벌레가 어떻게 살까. 이들은 몸 안에 공생하는 박테리아 덕분에 살 수 있다. 박테리아는 어린 관벌레의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간다. 관벌레는 심해의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황화수소(H2S)를 들이마시는데 이 황화수소가 박테리아의 먹이다. 박테리아는 황화수소로 탄수화물을 합성한 뒤 관벌레에게 공급한다.

식물-미생물 | 콩과식물과 뿌리혹박테리아는 대표적인 상리공생 관계다. 콩과식물에는 콩 종류, 팥, 토끼풀, 아카시나무, 싸리나무 등이 있다. 이들 식물은 질소 성분이 적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라는 공생세균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가 콩과식물의 뿌리에 들어가면 뿌리에 혹을 만들어 번식한다. 얼마 뒤 이들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기 시작한다. 니트로게나제 효소를 이용해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암모니아나 유기질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뿌리혹박테리아가 혼자 흙 속에 있으면 질소를 고정할 수 없다. 콩과식물은 박테리아의 성장에 필요한 유기 영양소를 주고, 박테리아는 콩과식물에게 질소 성분을 주며 상부상조한다.

공생의 세계는 거대한 그물망에 비유할 수 있다. 그물코 하나하나는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그물코에 의존해 있다. 만약 하나의 그물코가 풀리면 다른 그물코도 온전할 수 없다. 생명의 그물망은 하나하나의 그물코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거대한 체계다. ‘너’가 없이는 ‘내’가 없고, ‘내’가 없이는 ‘너’가 없다는 말이다. 뭇 생명체들이 서로 없이는 못사는 ‘함께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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