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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의 붉은빛 - 호프 다이아몬드 목록

조회 : 1270 | 2015-12-30

2,000억의 붉은빛 - 호프 다이아몬드

신부들이 결혼 예물로 가장 받고 싶어하는 보석은 아마도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일 것이다. 지금까지 ‘절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다이아몬드의 명칭은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 어인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되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정팔면체 형태로 배열돼 만들어지는데, 경도가 10으로 모든 광물 중에서 가장 높다.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한 경도를 가진 물질은 아직 없으므로 거의 영구불멸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 또한 만만찮은 보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은 추정가가 약 2,000억 원이나 된다. 그 주인공은 비운의 전설로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45.52캐럿(9.1g)의 무게에 가로 2.56cm, 세로 2.58cm, 높이 1.2cm로 대단히 큰 블루(청색)다이아몬드다. 이 블루다이아몬드는 소장자였던 헨리 필립 호프(Henry Philip Hope)의 이름을 따서 호프 다이아몬드로 명명되었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1600년대 중반 인도에서 처음 채굴되었는데, 당시는 112캐럿짜리의 청색 다이아몬드였다. 이것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사들여 67캐럿짜리로 조각해 소유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기에 사라졌다가 지금의 45.52캐럿짜리로 발견돼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특유의 매혹적인 빛과 광채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호프 다이아몬드만큼 비운의 전설적 역사를 가진 보석도 없을 것이다. 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사람들은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루이 14세는 단 한 번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두로 사망했고, 이것을 이어받은 루이 16세도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1792년 9월에는 왕실의 이 호프 다이아몬드가 강탈당했다가 어느 날 다시 좀 작아진 크기로 런던 거리에 나타났다. 그것을 1830년 영국의 은행가인 헨리 호프가 구입했다. 하지만 런던의 부호였던 그 역시 몇 년 뒤에 파산하면서 가족이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불행이 너무나도 줄줄이 이어지자 1958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하여 이것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영구 보관하게 되었다.

‘희망’이라는 뜻의 ‘호프’ 다이아몬드는 전설로 보면 ‘저주’와 더 친숙한 느낌이다. 하지만 비운의 전설은 이야기에 그칠 뿐, 실제 호프 다이아몬드 자체는 신비로움을 지닌 보석이다. 호프 다이아몬드는 어떤 보석도 가지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색의 빛을 낸다.

보통 다이아몬드는 주성분인 탄소 속의 불순물 차이 때문에 다른 색깔을 띤다. 다이아몬드를 무색투명한 아름다움의 대명사라고 하는데, 사실 광산에서 채굴되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옅은 노란색이나 갈색을 띤다. 다이아몬드가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질소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99.95%의 탄소와 0.05%의 불순물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탄소로 이뤄진 다이아몬드는 빛을 100% 반사해 무색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다이아몬드로 들어온 빛이 모두 반사돼 그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0.05%의 이 미량의 불순물이 다이아몬드의 색상을 결정해 내보낸다. 즉, 탄소 대신 다른 원자가 섞여 있으면 다른 색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미량의 불순물이 특정 파장의 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대부분(98%) 불순물 중 질소를 함유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질 때 땅속에 풍부한 질소가 탄소와 자리바꿈을 하면서 결정 구조에 차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질소가 포함된 양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색이 바뀌어 노란색이나 갈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각 아래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색투명한 천연 다이아몬드는 그만큼 희소성이 높은 셈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청색을 나타내는 블루다이아몬드, 즉 호프 다이아몬드에는 질소가 아닌 붕소가 함유되어 있다. 붕소는 땅속에 적게 분포해 다이아몬드 결정에 드물게 포함된다. 결국 불순물이 컬러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인 셈이다. 대개 보석 속의 불순물은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하여 색의 효과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루비는 루비에 섞여 들어간 크롬에 의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사파이어는 철이나 티탄이 포함되어 황색, 녹색, 자청색 등의 여러 가지 색을 나타낸다. 에메랄드에 포함된 크롬은 루비와 달리 에메랄드를 녹색으로 빛나게 한다. 이는 루비와 에메랄드의 결정 구조 차이에 의해 크롬이 흡수하는 파장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어둠 속에서 자외선을 비추면 원래는 아름다운 청색의 블루다이아몬드가 몇 분 동안 붉은 인광(phosphorescence)을 발한다. 이것은 다이아몬드 속의 전자가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가시광선으로서 그것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인광은 자극이 멎은 뒤에도 계속 빛을 내는 것이고, 형광은 자극이 작용하고 있는 사이에만 발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색의 호프 다이아몬드가 자외선을 쪼이면 선명한 붉은 인광을 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660nm(나노미터)의 빛이 훨씬 많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제프리 포스트 박사팀과 해군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5.52캐럿짜리 이 호프 다이아몬드에 백색광을 쪼이면 푸른빛을 내고 자외선을 쪼이면 붉은빛을 스스로 내는데, 붉은빛을 낼 경우에는 660nm 파장의 빛이 강했다고 한다. 블루다이아몬드에서 붉은 발광이 일어나는 현상은 아주 드문 일이다. 그래서 66개의 다른 블루다이아몬드에도 자외선을 쬐어 보았더니 미세하지만 저마다 다른 푸른빛이나 핑크빛을 나타냈는데, 이때는 500nm 파장의 빛이 더 강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블루다이아몬드가 내는 이런 빛의 특성은 다이아몬드를 하나하나 구별하는 데 일종의 ‘지문’처럼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공적으로 만든 가짜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데에도 한몫한다. 인공적으로 만든 블루다이아몬드는 인광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컬러 다이아몬드는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에 인공적으로 색을 넣기도 한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방사선을 쏘여 결정 구조를 조금이라도 뒤틀리게 하면 색을 띠게 된다. 이런 다이아몬드를 간혹 천연 컬러 다이아몬드로 착각하기도 한다.

숯과 다이아몬드는 그 원소가 탄소로 구성돼 원소기호(C)가 똑같다. 그 똑같은 원소가 하나는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가 되고, 다른 하나는 보잘 것 없는 검은 덩어리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탄소 원자의 완전히 다른 배열과 결합 방식에 있다. 같은 원소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학 원리가 참 신기하면서도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삶은 다이아몬드라는 아름다움을 통째로 선물하지 않는다. 단지 가꾸는 사람에 따라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고 숯이 될 수도 있는 씨앗을 선물할 뿐이니 말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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