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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수술을 가능하게 한 마취 목록

조회 : 2703 | 2014-12-24

가문의 적 로미오를 사랑하게 된 14살의 줄리엣은 억지 결혼을 피하기 위해 로렌스 신부에게 42시간동안 가사 상태가 유지되는 약을 받아 마신다. 세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내용이다. 줄리엣은 어떤 약을 먹었던 것일까? 혹시 마취제? 소설은 줄리엣이 먹은 약을 ‘숨이 멎고 피가 차갑게 식은 상태에서 42시간을 죽은 듯 자게 되는 약’이라고 설명한다. 줄리엣의 상태는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전신 마취와 일견 유사하지만 확실히 다르다. 아마 줄리엣이 마신 약은 마취약이 아닌 소설 속에만 나오는 약일 것이다. 전신마취는 ‘죽은 듯 보이는’ 상태는 유사하지만 체온, 호흡, 심장 박동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보통 외과 수술에서 사용되는 전신마취는 환자의 팔 정맥에 약물을 주사해 의식을 잃게 만드는 정맥 마취를 실시한 뒤 산소와 마취 가스를 섞어 호흡기에 투여하는 흡입 마취로 이어진다. 마취제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이산화질소·산소·할로탄 등의 혼합가스. 기도를 통해 들어간 마취제가 일정량 뇌에 전달되면 마취 상태가 지속된다. 수술이 끝날 즈음 마취 가스의 농도를 옅게 하고 순수한 산소를 공급하면 마취제 농도가 떨어져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인류는 고대 사회부터 자연의 산물을 이용해 마취 효과를 누려왔다. 고통을 멈추게 하기 위해 히오스속, 양귀비, 만다라화, 대마 등의 식물을 달여 마셨던 것이다. 알코올 역시 흔히 애용된 마취제였다. 마취가 의술에 사용된 사례는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면술이나 동양의학의 침술 등도 마취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마취효과를 통해 통증을 다스렸지만, 의학에 적용된 시기는 1847년에 이르러서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마취가 유지되고 깨어나는 시간, 즉 마취의 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까지도 마취제의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은 숙련된 마취 전문 의사의 경험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 마취의 양을 정하기 어려운 것은 환자의 유전적인 특질이나 신체 상황, 먹은 음식물 등에 따라 효과가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 예를 들어 환자가 감자, 토마토, 가지, 무 등 마취제 작용을 지연시키는 음식물을 먹었다면 마취제를 분해하는 효소가 활성화되지 못한다. 이들 음식에는 곤충이나 곰팡이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살충 물질인 SGAs(솔라내슈스 글리코알칼로이드)가 들어 있는데 이것이 마취 효과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알고 있는 봉숭아물을 들이면 마취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인류가 원시적으로 사용한 마취제의 원료를 살펴보면, 양귀비·대마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약류의 원료와 일치하는 것이 많다.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모르핀은 진통 작용과 쾌감 작용을 동시에 일으키며 대마나 알코올 역시 환각 작용과 함께 어느 도의 통증 완화와 마취 증상을 일으킨다. 현대 의학에서 사용하는 마취제나 진통제 중에서도 상습, 과다 복용하면 일종의 환각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마취제가 가진 환각 작용을 악용한 사례가 나타나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말기 암환자에게 사용되는 진통제인 ‘데메롤’을 이용해 환각을 경험한 의사가 지난 2002년부터 상습적으로 이 약을 스스로 투여하고 진료는 물론 수술에 나섰던 것. 마취 유도제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상습 투약한 의사도 구속된 바 있다. 마취제 처방이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마취제는 또 대량 살상무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러시아 특수부대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에서 인질 119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스는 초강력 마취제인 ‘펜타닐’과 ‘할로세인’의 혼합물이었다. 이들 마취제는 암환자를 위한 강력한 진통제나 심장병, 장기 이식 등 고난위도의 수술에 사용되어 온 것으로 마취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순간적으로 뇌의 활동을 정지시키기도 한다. 



마취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세우는 모험적인 일이다. 이런 마취를 의학의 힘을 통해 조율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 의학은 눈부신 발전과 인간 수명의 연장을 이뤘다. 주요 외과 수술과 장기 이식 등은 마취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취 매커니즘의 많은 부분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마치 줄리엣이 마신 약이 어떤 약인지 모르는 것처럼..

 

 

글-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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