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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선물… 루돌프 진동차 목록

조회 : 2804 | 2014-12-03

이 시기는 왜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걸까. 편곡과 녹음이 조금씩 세련되지기는 하지만 기본 멜로디나 가사는 한 치도 틀림이 없는 지겨운 곡을 왜 항상 들어야 하는 걸까. 12월도 어느새 23일, 불빛도 사람들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를 걸으며 짠돌 씨는 투덜거렸다. 

따지고 보면 캐롤송에는 아무 죄가 없었다. 일정한 속도로 돌며 중위도 지역에 4계절을 만들어 내는 지구 역시. 더 따지고 보면 짠돌 씨에게도 죄는 없었다. 이 계절에 사고 아닌 사고를 쳐서 사람을 지방 공장으로 부른 계열사에게도 죄는 없으리라. 사고 수습을 위해 2박 3일 지방 출장을 명한 상사도 이하생략이다. 속으로 죄를 따질 곳을 이리저리 찾다가 지친 짠돌 씨는 투덜거림 대신 한숨을 내쉬며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반짝이는 네온사인 밑 작은 트리를 억지로 외면하며 들어선 모텔 방은 작고, 춥고, 황량했다. 

[아빠~! 언제 와?]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를 연결하자마자 웹캠 화면에 막희가 가득 찼다. 막희 뒤로 보이는 트리는 12월 초 함께 마트에 갔을 때 구입한 녀석이다. 짠돌 씨는 피로에 찌든 얼굴 피부를 문질러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막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 아빠 두 밤만 더 자면 돌아가.” 
[두 밤 지나면 크리스마스잖아!] 
“맞아. 크리스마스 밤에 집에 갈 거야.” 
[싫어~! 아빠 없으면 산타 할아버지도 안 오시잖아~! 선물 없잖아~!!] 

나보다 산타 할아버지가 더 중요하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씹어 삼키며 짠돌 씨는 다시 한 번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 귀엽고 철없는 막내와는 절대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짠돌 씨는 그저 손을 싹싹 비비며 빌었다. 

“올해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밤에 오시는 걸로 하자~. 아빠가 멋진 선물 사 갖고 갈게. 막희야, 알았지?” 
[안 돼! 그럼 지금 당장 선물 줘!] 
“…아빠 지금 대구에 있어. KTX 타고 가도 2시간은 넘게 걸…. 아냐아냐, 지금 그럼 여기서 선물 보여 줄게. 대신 엄마 바꿔 주라, 응?” 

빼액 소리가 스피커로 튀어 나오기 전에 재주 좋게 막희를 달랜 짠돌 씨는 아내 김 씨를 호출했다. 여기서 뭘 갖고 가는 건 불가능해도 ‘만드는 방법’은 설명할 수 있다. 뒤는 아내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아니나 다를까, 메신저 대화창에 쳐 넣은 준비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 씨는 손가락을 흔들어 아들 막신을 불렀다. 이 손발 착착 맞는 모자가 분명 자신을 구할 것이다. 짠돌 씨는 도리도리 잼잼 하듯 쥐었다 편 손가락을 키보드에 살포시 얹었다. 지금부터는 만드는 법 강의 시간이다. 분당 500타의 속도로 달리는 손가락이, 제법 훈훈한 기가 돌기 시작한 작은 방에 경쾌한 소리를 새겨갔다. 

[자기가 말한 대로 다 만들었어. 루돌프도 붙였고.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막희 앞, 평평한 곳에 두고 스위치를 켜. 아, 너무 막희 쪽에 바싹 붙이지 말고. 카페트 위도 안 돼!” 
[어머, 막희야~! 이것 좀 봐. 루돌프 퉁퉁 튀어 다니는 거 보여?] 
[우와~! 루돌프가 막 점프해!] 

갑자기 낸 아이디어였긴 결과물에 함께 감탄하며 웹캠 화면 너머 웃는 가족들을 지켜봤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상 외로 좋은 평가를 얻은 듯하다. 계속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며 덜덜 움직이는 ‘루돌프 진동차’에 푹 빠져 있는 막희가 그 증거였다. 

[이거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아빠?] 
“역시 중요한 질문은 네가 하는구나. 진동차에 달린 모터, 즉 전동기에 뚜껑을 어떻게 끼웠지?” 
[중간이 아니라 좀 옆에 꽂아 놨어.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 
“전동기가 돌아갈 때 잘 보면 그 뚜껑이 불규칙하게 돌아갈 거야. 그럼 무게중심도 바뀌면서 차가 덜덜 떨게 돼.” 

[무게중심? 자 중간에 손가락 얹어서 균형 잡고 하는 거 맞지?] 
“아, 넌 학교에서 배웠겠구나. 무게중심은 정확히 말하면 물체를 이루는 입자들의 위치를 평균 낸 지점을 말해. 거기를 받치면 물체의 균형이 잡히는 거지. 자나 둥근 뚜껑 같이 좌우가 대칭되는 물체는 기하학적 중심이 바로 무게중심이야. 자, 생각해 봐. 자에 손가락을 얹을 때처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 물체가 균형을 이루잖아. 그게 계속 바뀌거나 중심을 못 잡으면 어떻게 될까?” 

[넘어지거나 비틀대겠지. …아, 그래서 차가 덜덜 떠는 거구나.] 
“그렇지~. 무게중심을 잘 받치면 물체 전체를 들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은 그 물체의 평형점이라고 할 수 있어.” 
[자기야. 갑자기 난입해서 미안한데, 이거 방향은 못 바꿔? 계속 제자리에서 돌 뿐이라서 막희가 슬슬 싫증내려고 해….] 
“아! 다리 사이에 끼운 막대기를 빼. 그럼 막 뛰면서 아무 데로나 가.” 
[그것만 하면 돼?] 

“못도 앞은 짧게, 뒤는 길게 박아놨잖아. 그럼 짧은 앞의 못을 중심으로 차가 돌게 되거든. 반대로 못 다리 길이를 조절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도 있어. 막희 손 안 찔리도록 조심하면서 시켜 봐.” 

[응. …그나저나 자기 진짜 금요일 밤에 오는 거야? 휴일인데 더 일찍은 못 와?] 
“여기 수습이 금요일 낮이나 돼야 끝날 거 같아. 모처럼 연휴인데 미안….” 
[나는 괜찮은데, 애들이 난리라서 그러지. 알았어. 일인데 어쩔 수 없지 뭐. 대신에 올 때 진짜 선물 사와. 저 자동차, 분명 오늘 밤에 부서질 거 같아. 루돌프는 이미 너덜너덜~.] 
“…자기마저….” 
[아, 막희야! 안 되겠다, 자기야. 일단 메신저 꺼야겠다. 내가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부산스러운 목소리와 더불어 꺼진 웹캠 창에는 따스한 가족의 모습 대신 짠돌 씨의 허탈한 표정만 비춰지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대화창을 끄고 노트북 전원까지 꺼버리려던 짠돌 씨는 상태표시줄에서 깜빡이는 작고 긴 네모를 발견했다. 다시 띄운 대화창에는 파일 전송 안내가 남아있었다. ‘메리_크리스마스_선물_받아요.mp3’. 

다운 받은 파일을 실행시키고 침대에 누운 짠돌 씨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목소리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변성기가 얼마 남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와 아직 발음이 엉성한 귀여운 목소리가 겹쳐져 방을 물들였다. 가끔 킥킥대는 배경음은 아마 녹음한 이의 웃음이리라. 익숙한 목소리들에, 녹음기 앞에 모여 앉아 입을 모았을 세 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mp3 플레이어의 무한 반복 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다시 누운 짠돌 씨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노이즈가 끼고 화음도 엉망이었지만, 지금껏 들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캐롤송이 귀와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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