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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량특집]인류의 식인 풍습이 진짜라고? 목록

조회 : 1665 | 2014-10-15

[납량특집]인류의 식인 풍습이 진짜라고?

 

캠핑장 뒷산으로 슬슬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그릴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이때가 태연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삼시 세끼 고기를 구워달라는 무식한 주장을 해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는 유일한 공간, 캠핑장이 있어 태연은 여름이 좋다.

“가족여러분! 다시 여름이 찾아왔고, 우리는 캠핑장에 왔고, 배꼽이 튀어나올 만큼 바비큐도 실컷 먹었습니다. 자, 이제 그럼 오랜만에 납량특집 무서운 얘기 배틀을 시작해 볼까요~~?”

 

태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오늘을 위해 식인종에 관한 무서운 얘기를 미리 준비해뒀던 것이다!

“롱~롱~어고, 아프리카 정글에서는 마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뽑아서 신께 제물로 바치고 부족전체가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고 합니다.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면서… 으흐흐… 무섭죠~~!”

“에고, 우리 태연이 또 오버한다 오버해. 그런 얘기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거고, 실제로 식인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단다. ‘그렇다고 하더라’ 또는 ‘그랬었다고 하더라’ 식의 자료가 대부분이지. 식인 이야기들은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던 시절에 식민 세력의 선두로 파견된 사람들이 ‘원주민은 사람을 먹는 미개인 중 미개인’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수집했다는 설이 많아요. 미개인이기 때문에 정복해 식민지로 삼아도 된다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지.”

“와, 말도 안 돼! 남의 땅을 뺏는 것도 모자라서 식인종이라는 천인공노할 누명까지 씌운 거예요?”

“그런데 식인 습관이 거짓말은 또 아니에요. 아프리카 남단 클라지즈강 유역의 동굴에서 발견된 현생 인류의 골격 파편들이 인위적으로 잘려있는 것이나, 베이징 원인(일종의 직립 원인)의 두개골 하단부가 크게 손상을 입은 것 등을 보면, 세계 도처에 식인 풍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란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이 인간의 식인 풍습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해가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고, 캠핑장은 서서히 검은 어둠에 휩싸였다. 아빠는 납량특집에 걸맞게 점점 목소리를 낮게 깐다.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목 줄기를 스쳐 지나가고, 급격히 으스스한 분위기가 된다.

“암튼, 식인 풍습이 있긴 있었다는 얘기죠? 그럼 그 얘기는 여기서 끝내기로 해요. 뭔가… 기분이 후덜덜 하단 말이에요….”

“아니 왜 그러냐, 네가 먼저 꺼낸 얘기면서. 그렇다면 옛 사람들을 왜 같은 종족을 먹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우선 영양학적인 이유란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에 있는 뉴기니 섬의 내륙 고산 지대에서는 광범위하게 식인 풍습이 나타났어. 인류학자들은 그 이유가 포유류, 어류, 파충류 등 단백질 공급원이 풍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다음으로는 영양학적인 이유와 종교적인 이유가 뒤섞인 경우인데, 중앙아메리카 멕시코 분지의 고대 아즈텍 제국에서는 매우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신께 제물로 바쳐졌고, 의식이 끝난 다음 귀족과 군인들이 그 시신을 먹었다고 하는구나. 심지어는 아즈텍 제국이 끊임없이 전쟁을 한 이유가 제물로 바칠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어. 또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면 다른 별들을 먹듯이(별이 사라지듯이) 인간도 같은 인간을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록이 남아 있단다.

 

“아, 아빠는 참 소설도 잘 쓰셔…. 지, 진짜는 아니죠?”

“아냐, 진짜야~. 식인의 이유는 이 밖에도 많은데, 파푸아뉴기니 포레족의 경우 식인이 일종의 장례문화였단다. 사람이 죽으면 모계 친족 여성들이 시신(뇌를 포함한)을 다듬어 모두 함께 나눠 먹었는데, 이렇게 하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일부가 돼 옆에서 계속 살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구나. 같은 이유에서, 아마존의 야노마모 족은 죽은 사람을 화장한 뒤 그 재를 죽에 섞어 친척끼리 나눠 먹었다고도 해. 그런데 포레족 사람들 사이에서는 식인 장례풍습 때문에 근육과 신경이 마비돼 죽는 ‘쿠루’라는 무서운 병이 창궐하기도 했단다. 쿠루는 소의 ‘광우병’이나 사람의 ‘크로이츠펠트-야코브(CJD)병’처럼 뇌가

광범위하게 파괴돼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신경질환인데, 1957년 이후 12년 동안 무려 1,1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하는구나. 다행히 식인 풍습이 금지된 이후에는 극히 드문 병이 됐지.”

 

“처, 천벌을 받은 게 아닐까요? 조상을 먹어서요…. 그런데, 아빠 혹시 제 뒤에 누가 있는 거 아니죠? 왠지 으스스해요.”

“글쎄다, 아까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 얼굴이 슬쩍 보이는 것도 같던데…. 아이고, 깜짝이야! 방금 옆으로 지나간 목 없는 여자 봤니? 목이 많이 아팠겠다. 아주 그냥 시뻘건 피가 강물처럼 흐르네. 쯧쯧쯧….”

“악!!! 아빠, 그러지 마세요. 제발!! 제가 다 잘못했어요.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게요!!”

“고?? 그럼, 저쪽 으슥한 개수대로 가서 설거지를 해 오련? 목 없는 여자랑 같이. 다행히 손은 잘 붙어 있는 거 같더구나.”

“아빠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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