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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 정제염, 재제염… 그 소금이 그 소금” 목록

조회 : 3796 | 2015-10-29

푹푹 찌던 여름이 가고 어느덧 바람이 쌀쌀해졌다. 조금 이르지만 김장을 걱정할 시기다. 김장을 담그려면 당장 소금이 필요한데 근래 소금에 대해 부쩍 말이 많아졌다. 소금 자체가 ‘공공의 적’이 돼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웰빙 식품인 줄 알았던 천일염이 논란이 되고 있다. ‘황금’에 이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금, ‘소금’. 소금에 대한 진실과 논란을 ‘지금’ 파헤쳐 본다.

 

소금

 

○ 소금은 NaCl

 

소금은 나트륨(Na) 이온과 염소(Cl) 이온이 결합한 ‘염화나트륨(NaCl)’이다. 두 원소 모두 우리 몸에는 필수적인 물질이다. 짭짜름한 음식이 맛있고 더 당기는 이유도 짠맛을 내는 소금이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짠맛의 원인은 나트륨 이온(Na+)에 있다. 나트륨과 염소가 서로 결합한 상태인 소금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지만 소금이 물이나 입속 침에 녹아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으로 각각 분리되면 혀에 있는 미뢰가 나트륨 이온을 감지해 짠맛을 느낀다. 미뢰는 혀 위에 맛을 느끼도록 하는 ‘센서’인 미세포가 모인 곳이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한다. 혈액형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체액의 나트륨 농도는 0.9%로, 전 인류가 똑같다. 우리 몸의 세포 기능이 이 농도에서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트륨 섭취가 부족해 체액의 농도가 묽어져 전해질 균형이 깨질 경우 ‘전해질 쇼크’로 사망할 수 있다. 나트륨은 신경전달물질로도 쓰인다. 한마디로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원소다.

 

염소는 위액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위액의 주성분은 강산성 물질로 유명한 염산(HCl)이다. 위액은 우리가 먹은 식품에 섞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고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갑작스레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우리 몸은 전해질 균형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예를 들어 짠 바닷물을 삼키면 갈증을 느끼게 함으로써 물(담수)을 마시도록 만들어 체내 전해질 농도를 낮춘다. 감당하기 힘든 양의 소금을 단시간에 섭취했을 경우엔 구토를 일으켜 몸의 흡수를 막기도 한다. 민간요법에서 배탈이 나면 일부러 소금을 한 움큼 삼키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 번에 과량으로 소금을 섭취하는 일은 우리 몸의 똑똑한 방어기제로 막을 수 있지만 장기간 섭취할 경우 당뇨, 비만에서부터 백내장, 뼈엉성증(골다공증), 고혈압, 뇌중풍(뇌졸중)까지 일으킬 수 있는 고염 식단은 식습관 개선을 통해 막는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일일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 이하다. 하지만 한국인 평균 1일 소금 섭취량은 10g이 넘는 만큼 전문가들은 소금의 양을 줄인 저염 식단을 강조하고 있다.

 

○ 천일염? 재제염? 어떻게 만드나

 

‘자연의 선물’ ‘우리 전통 방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천일염은 최근 위생 문제가 대두되며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가두고 햇볕과 바람에 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이 천일염이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우리나라 천일염은 ‘장판염’으로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판염이란 PVC 등 고분자물질로 만든 장판 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은 소금을 말한다. PVC 소재가 직사광선을 받아 분해되며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천일염에 섞여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 황 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신안천일염 생산 관계자들은 낙후된 염전시설을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인 폴리에틸렌(PE) 소재로 교체 중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관계자들은 2012년부터 바닥재 교체에 나서 현재는 교체율이 66%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친환경 장판으로 교체한다 해도 장판 아래 흙은 밀폐돼 썩을 수밖에 없고 소금을 긁어내는 과정에서 장판이 훼손될 수 있어 문제점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염전은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기 재질의 세라믹으로 바닥을 바꾸고 있다. 또한 PVC나 PE 같은 플라스틱 장판을 쓰지 않고 단단히 다진 흙 바닥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얻은 ‘토판염’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천일염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방식이 아니며, 한국에 들어온 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천일염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08년 한 일본인이 대만식 염전을 인천으로 들여오면서 비로소 국내에서 천일염 생산이 시작됐다.

 

소금에 대해 다년간 연구한 민속사학자인 유승훈 박사는 우리나라의 전통 소금은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자염(煮鹽)’이라 밝혔다. 구덩이에 바닷물을 모아 진흙이나 무쇠 가마에 넣고 졸여 소금을 만드는데, 물을 끓이기 위해선 많은 연료가 필요해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았다.

 

재제염은 꽃소금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전기분해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오해와 달리 재제염은 과량의 천일염을 물에 녹여 아래쪽에 만들어지는 순수한 소금 결정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지는 소금(再製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금 외 불순물을 10% 이상 함유하는 천일염과 달리 불순물 함유량이 1∼2% 이하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정제해 부유물 등을 제거한 후 이온교환막을 통해 중금속과 불순물을 걸러내고 끓여 만든 소금이다. 정제한다는 이름처럼 바닷물을 정제하고 끓여 만든 소금일 뿐 임의로 합성하거나 가공한 소금이 아니다.

 

○ 어떤 소금이 몸에 좋나?

 

‘어떤 소금이 몸에 좋나’라는 질문에 앞서 소금을 먹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소금을 먹는 까닭은 첫 번째로 우리 몸에 필요한 두 가지 원소인 나트륨과 염소를 얻기 위함이고, 두 번째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우리의 손은 항상 짭짜름한 음식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천일염과 정제염, 재제염 중 몸에 더 좋은 소금이 있을까. 재제염과 정제염은 사실상 거의 순수한 소금(염화나트륨)이므로 얻는 방법만 다를 뿐 같은 물질이라 볼 수 있다.

 

재제염, 정제염에 비해 천일염이 몸에 더 좋다는 주장은 천일염이 포함하는 ‘미네랄’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네랄이란 일반적으로 칼륨, 마그네슘 등 광물을 만드는 금속 양이온을 의미한다. 천일염에 포함된 미네랄들이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원소라는 것도 맞는 주장이다.

 

문제는 천일염이 식탁에 오르기 전 반드시 거치는 숙성 과정에 있다. 흔히 ‘간수를 뺀다’고도 하는 숙성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간수를 빼지 않은 천일염은 맛이 쓰고 좋지 않기 때문이다. 종종 주부들 사이에서 중국산 소금이 국산 소금에 비해 맛이 쓰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간수를 충분히 빼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소금에서 간수가 빠지는 이유는 소금이 공기 중 수분에 의해 스스로 녹는 성질인 ‘조해성(潮解性)’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해성은 염화나트륨(소금)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간수를 빼는 숙성 과정에서 염화칼륨, 황산마그네슘 등 다양한 미네랄이 빠져나온다. 결국 간수를 충분히 빼고 나면 천일염 전체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염화나트륨만이 남게 된다. 이덕환 교수는 “천일염의 장점으로 꼽는 것이 풍부한 미네랄인데 먹기 좋은 소금으로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미네랄이 다 빠져나가 사실 잘 숙성시킨 소금은 성분이 재제염, 정제염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천일염이 재제염이나 정제염보다 덜 짜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일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소금(염화나트륨)이 전체 성분의 98∼99%인 재제염, 정제염에 비해 천일염은 10∼20%에 이르는 수분을 포함하고 있다. 같은 양의 천일염이 다른 소금보다 덜 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천일염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똑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금이란 필요한 만큼의 나트륨과 염소를 섭취하고, 짠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몸에 더 좋은 소금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의 유명한 ‘게랑드 소금’조차 역사적 문화적 가치 때문에 고가로 판매되는 것일 뿐 몸에 더 좋아서 비싼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구운 소금이나 죽염은 어떨까. 천일염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드는 구운 소금은 본질적으로 굽기 이전과 화학적 차이가 없다. 소금에는 불에 탈 수 있는 유기물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열을 통해 정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천일염에 다량 함유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이 전부다. 집에서 천일염을 임의로 가열해 구운 소금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굽는 과정에서 건강에 해를 입을 위험성이 있다. 바짝 마른 프라이팬 위에서 소금을 고온으로 가열할 때 미량의 흄(fume)이 발생할 수 있고, 이 흄을 들이마실 경우 기관지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죽염은 잿빛을 내는 소금으로,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넣고 구워 만든다. 죽염이 잿빛인 이유는 대나무가 탄 재가 섞여 들어가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죽염을 만드는 과정 중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죽염파동’이 일어나 소비가 급감하기도 했다.

이성준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천일염이든 재제염이든 종류를 불문하고 소금을 과량 섭취하지 않고 권장량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다.

 

짠맛은 그대로 느끼면서도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류미라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순수한 염화나트륨으로 이뤄진 소금 대신 염화칼륨(KCl)이 섞인 소금을 먹으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저염 소금이 이런 형태”라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칼륨 이온도 나트륨 이온과 유사한 짠맛을 낼 수 있다”며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열량은 없지만 단맛이 나는 인공감미료가 섞인 콜라를 먹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세네갈

 

○ 하와이의 검은 소금, 세네갈엔 분홍 소금…

 

순수한 소금(염화나트륨)은 흰색이지만 생산지에 따라 종종 색깔이 다른 소금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죽염은 회색이며,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화산 지형에서 흔한 검은 모래가 섞여 검은색이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동북쪽에 위치한 염호(鹽湖)인 레이크 레트바에서 나오는 소금은 분홍색이다. 붉은색을 띠는 홍조류가 백색 소금 결정 사이에 끼어들어가 색이 섞이며 고운 분홍 빛깔을 내는 것. 홍조류 대신 녹조류가 섞일 경우 녹색 소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았는데도 소금이 색깔을 띠는 경우도 있다.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의 결정 구조 사이에서 나트륨이 빠지고 전자(電子)가 들어가면 ‘푸른 소금’이 만들어진다. 빈자리를 전자가 채우는 대신 철 이온이 들어갈 경우 붉은 소금이 된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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