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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진화학자 월리스를 아시나요 목록

조회 : 1868 |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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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프리드 월리스요? 처음 들어요. 진화론이라고 하면 다윈은 들어봤는데….”

  지난 11월 1일, 이탈리아인 여자친구와 함께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을 찾은 니콜로 스탐보글리스 씨가 말했다. 자연사박물관 한 켠에 전시된 월리스 기념 유물을 유심히 살피던 중이었다. 유물을 보던 또다른 런던 시민 조니 케이시 씨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월리스가 영국 출신 과학자라고요? 처음 알았네요.”


  월리스는 찰스 다윈과 함께 진화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영국 생물학자다. 진화론 중 핵심 개념인 ‘자연선택’ 개념을 독자적으로 생각해 냈기 때문이다. 다윈이 월리스가 자연 선택 개념을 발견했다는 편지에 자극을 받아 ‘종의 기원’ 집필을 완수하고, 책 안에 자연선택의 개념을 포함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다윈이 고전이 된 명저 ‘종의 기원’과 함께 불멸의 과학자 반열에 오른 반면, 월리스와 그의 업적은 진화생물학 교과서의 한 켠에 겨우 기록될 정도로 잊혀졌다.


  지난 6일은 그가 타계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을 기념해 월리스의 삶을 되살리고 불운한 천재 진화학자이자 탐험가로서의 업적을 재평가하기 위한 움직임이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월리스는 어떤 의미에서 다윈보다 더 정확하게 ‘자연선택’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다윈이 획득형질(많이 사용되는 특성이 진화에 반영됨)을 주장한 라마르크주의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데 비해, 월리스는 그렇지 않았지요.”


  월리스를 재평가하기 위해 런던자연사박물관을 주축으로 한 ‘월리스 100’ 행사의 총 책임자인 조지 베칼로니 런던자연사박물관 생명과학부 박사(큐레이터)가 설명했다. 그는 원래 바퀴벌레를 비롯한 곤충을 연구하는 곤충학자지만, 12년 전부터 월리스에 매료돼 자연사박물관 내에 월리스의 삶과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코너를 9개 설치하고, 그가 작성한 미발굴 편지나 문서를 수집하고 있다.


  “월리스 관련 전문가는 세계에서 저를 포함해 두세 명도 안될 정도로 연구가 부족합니다. 책 역시 자서전 한 권과 연구서 두어 권 빼면 전무하죠. 이렇다 보니 보다 광범위한 연구가 아직 없어요. 그게 가장 아쉽네요.”


  베칼로니 박사는 월리스 관련 문서를 모으는 ‘월리스 서신 프로젝트’를 1998년부터 시작했다. 그의 후손 등으로부터 4000~5000점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1000점 이상은 편지로 공개된 적이 없는데 현재 디지털 작업 중이다. 

  월리스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다윈과의 관계다. 다윈이 월리스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자세히 참조해 ‘종의 기원’을 집필했는지고 논쟁의 핵심이다. ‘신중한 다윈 씨’, ‘종의 기원 속 찰스 다윈’을 쓴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은 ‘도도의 노래’라는 책에서 다윈이 월리스의 편지를 그저 다른 학자에게 전달하기만 했다는 의견과, 편지 내용을 토대로 다윈이 월리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베칼로니 박사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월리스가 먼저 자연선택 개념을 발견했는지 혹은 그저 다윈과 동시에 발견했는지, 그건 확실치 않습니다. 아마 각자 떠올렸다고 보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월리스는 자연선택 개념만으로 추모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에요. 12만 종 이상의 곤충을 채집했고 신종을 발견했으며, ‘생물지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시했습니다. 현장을 사랑한 탐험가였고, 평생 1000편 이상의 논문과 22권의 책을 쓴 집필가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물에 대해 좀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세계는 월리스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10월부터 영국은 물론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 학술대회와 대중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이 파악하고 있는 것만 내년까지 93개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 월리스가 탐사 활동을 하고 자연선택 개념을 떠올린 동남아시아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한국은 없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아직 월리스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가 관심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죠. 한국에서도 다윈에 대한 책은 출간이 많이 됐죠? 하지만 월리스는 거의 없을 겁니다. 진화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간다면 월리스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과학동아 런던=윤신영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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