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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목록

조회 : 1277 | 2013-08-28

항우연 제공

▲ 항우연제공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코스피 주가가 올라갈까. 아니면 정부가 나로호 발사 성공 기념으로 전국민에 보너스 개념의 상여금을 줄까. 나로호 발사에 관여한 연구원들이 인센티브를 받을까.

 

  과학기술의 처지에서 우주개발은 무척 어렵다. 기계, 소재, 물리, 화학, 천문, 전자제어에서 심지어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되기 때문이다. 영화 ‘스타트랙’이나 ‘스타워즈’에서 행성과 행성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우주선이 꽤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나로호와 한국형발사체, 달 탐사가 우리나라 우주 개발 사업의 현실적 과제다.

 

  그런데 우주개발 연구자들에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다. 우주개발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과연 이바지하느냐다. 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우리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국민 정서와도 관계가 깊다.

 

다소 삐딱하고 냉소적이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보자면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이른바 ‘돈 먹는 하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정부 예산을 쓰지만 딱히 피부에 와닿는 이렇다 할 메리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출연연 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고 기술사업화라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우주개발이 뭐 그리 대단한 겁니까. 생각만큼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도한 관심은 사양합니다.” 김승조 항우연 원장이 대뜸 꺼낸 이야기다. 무슨 생각에서 이런 도발적인 발언을 했을까.

 

●우주개발 그 자체로 봐달라?

-이슈에서 빗겨가서 우주개발 사업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먼저 나로호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우주개발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습니다. 나로호는 우리가 발사체를 자력으로 가지기 위한 과정일 뿐인데 마치 종착역처럼 여깁니다. 지대한 관심이 있다 보니까 정치사회적인 화두가 됐습니다. 성공을 하면 너무 과도한 대접을 받고 또 여러번 실패하다 보니 너무 과하게 비판받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주개발은 정말 실용적으로 해야 합니다. 정치사회적인 관심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투자한 만큼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되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나로호는 하나의 시험과정일 뿐인데 이게 항우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는 걸까요.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우주개발을 하는 것입니다. 2년간 해보니 ‘돈 먹는 하마’ 같은 사업이 아니어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오해하고 있는 게 로켓기술이 경천동지할 기술인 줄 안다는 겁니다. 로켓기술은 대단히 오래된 기술입니다. 물론 안전하지는 않죠. 잘못하면 준폭발과 같은 폭발이 일어난다. 1940년대에 개발된 로켓 기술과 달라진 게 거의 없습니다. 헤맬 이유가 없는 것이죠. 로켓 개발은 장치 산업입니다. 그것도 엄청난 돈이 듭니다. 장치를 해놓고 나면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30~40년 팔아먹을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습니다.

 

  “액체 로켓기술은 인프라만 갖추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 우주강국이 되자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로켓이 경쟁력 있는 가격과 안정적으로 위성이나 탐사선을 쏘아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가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 개발할 때는 가격경쟁력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지만 이제 나로호를 겪으면서 한눈에 압니다. 75톤 액체엔진 핵심 부품 만들어놓고 시험인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개발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경쟁력 있는 발사체가 되기 위해 수정하는 것입니다.”

 

항우연 제공

▲ 항우연제공

 

●발사체 조기 개발, 미래를 위한 투자

 

-발사체 조기 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기 달성하기 위해서 예산을 신청했지만 개발을 앞당기는 데 필요한 예산은 일부밖에 안됩니다. 필요한 시험 설비 인프라를 갖추는 데 일부가 쓰이지만 나머지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액체 엔진의 터보펌프를 만든다고 생각해 보죠. 한국형발사체는 엔진이 6개로 터보펌프도 6개 씁니다. 지금은 터보펌프 케이스를 기계가공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하면 나중에 양산할 때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고민하는 게 주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베어링이 초저온 상태에서 견뎌줘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기술입니다. 손 크기 만한 베어링 1개를 수입하려면 3000~4000만원 소요되는데 이를 국산화하려는 겁니다.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투자하자는 것이지요.”

 

-조기 개발과 국민 경제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주변에서는 달 탐사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만 조기 개발은 세계 발사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어렵게 개발한 발사체를 세계 시장에서 팔 수만 있다면 충분히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발사체 사업은 산업체 인프라 게임입니다. 발사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전에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용성, 경제성을 높여야 합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가격경쟁력 있는 발사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발사체를 저렴하게 개발하는 것을 포기한 것 아닙니까.

 

  “수조원이 소요되는 한국형발사체의 성공은 국가경제와 직결돼야 합니다. 2020년부터 한국형발사체 성과가 드러나는데 결국 양산 단가를 싸게 만들어야 합니다. 스페이스X가 일부 선진국들의 반값(약 5500만 달러)에 5톤 규모의 인공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려줍니다. 세계 시장을 스페이스X와 같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선점해 버리면 우리는 굉장히 늦어집니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저렴한 발사체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현재 조기 개발에 대한 예산 적정성 검토를 하고 있는데 2020년대, 2030년대가 되면 국가 경제의 기둥으로 우주개발 사업이 자리잡도록 될 것입니다.”

 

항우연 제공

▲ 항우연제공

 

●녹슬지 않는 나로우주센터 만들겠다

-출연연의 기술사업화가 요즘 화두입니다.

 

  “그런 압박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받습니다. 그런데 항우연은 조금 다른 선상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연구과제가 많지 않고 목표가 뚜렷합니다. 바로 성공이냐 실패냐가 평가의 척도인 셈이죠. 기술사업화는 산업체 인프라와 함께 우주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나로호 성공했을 때 기관 평가에서 평균 정도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톡 터놓고 얘기하자며 우리는 기관 평가를 준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나로호 발사 시점 모두가 긴박하게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기술사업화를 우선시하는 평가위원들은 오히려 우주에 묻힌 항공을 어떻게 할 거냐고 얘기했습니다. 조금 억울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항공 분야는 관심이 덜 하신 것 아닌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은 발사체에 ‘올인’했습니다. 인공위성은 체계가 잘 잡혀 있습니다. 항공은 항우연이 푸시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시작부터 산업체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격상 아주 먼 것을 보지 않습니다. 발사체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핵심으로 가야 합니다. 당장 창조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결국 산업체 역량을 키워줘야 합니다. 발사체 핵심 부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만들 수 있게 이끌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장비들을 설치해주고 공장설비 등이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조기 개발이 필요합니다.”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어떻게든 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연구원의 엔지니어들은 긴 시간과 많은 돈을 원합니다. 그런데 이건 엔지니어가 원해서는 안됩니다. 사이언티스트가 원하는 것이죠. 달 탐사는 과학기술적인 탐사로서도 중요하지만 우리로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달 탐사 성공은 한국형발사체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한국형 발사체 상업화입니다. 3조원을 들인 사업인데 나로우주센터가 발사체 한번 개발하고 녹슬면 되겠습니까. 이것은 항우연으로서도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일입니다.”

 

김민수 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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