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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동반자인가, ‘킬러’인가…? ‘선풍기 사망설’의 진실은? 목록

조회 : 1491 | 2013-08-09

 

당신의 방에 무서운 ‘킬러’가 있다. 그는 이 뜨거운 계절을 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기의 형상으로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 비싼 에어컨을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월급쟁이나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사랑스러운 기기다. 어두운 밤, 약한 모터 소리와 함께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그의 이름은 선풍기.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금 바로 포털 사이트의 예전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보라. ‘선풍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기사가 우르르 쏟아질 테니. 
 
선풍기 살인 사건은 기본적으로 밀실에서 일어난다. 물론 선풍기가 머리를 굴려 트릭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모기나 비를 싫어하는 피해자가 창문을 닫으며 알아서 만들어 놓는다. 그 안에서 선풍기를 밤새 틀어놓으면 게임은 끝난다. 선풍기가 피해자를 노리는 수법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질식. 얼굴에 직접 닿는 강한 바람으로 코를 막고 공기를 흩어 숨을 못 쉬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산소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는 늘려 저산소증을 일으킨다’는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안타깝게도 킬러 선풍기의 살인은 늘 실패다. 서울대 법의학연구실 이윤성 교수는 “선풍기로 사람이, 그것도 질식해서 죽는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선풍기의 바람은 최대 약 8m/s 정도로, 나뭇가지가 흔들릴 정도의 약한 바람에 속한다. 선풍기 바람으로 숨이 막힐 정도라면, 시속 수십㎞로 달리는 자동차 뒤나 초속 수십m의 태풍 바람 앞에서 인간은 목을 부여잡고 숨을 헐떡대며 쓰러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산소증이나 이산화탄소 증가설도 마찬가지다. 2013년 한 방송국 뉴스에서 측정한 결과 선풍기를 세게 틀어도 공기 중 산소 비율은 20%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창문틈까지 테이프로 꼼꼼하게 틀어막아 완전히 밀폐된 차량에서 사람이 산소 부족으로 죽는 데도 약 7시간이 걸린다. 방은 그보다 밀폐되기 힘든 구조일뿐더러, 이산화탄소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넌센스다. 혹시라도 선풍기를 틀다가 산소 부족에 괴롭다면 의심해 보라. 당신이 틀고 있는 기계는 선풍기가 아닐 수도 있다!

 

70년대의 ‘선풍기 질식사’는 80~90년대엔 저체온증으로 슬며시 모습을 바꿨다. 킬러 선풍기가 쥐고 있는 강력한 마지막 카드다. 실제로 선풍기는 액체가 기체로 바뀔 때 생기는 기화열로 몸을 식히는 냉방 기계다. 피부의 열을 계속 빼앗기며 체온이 내려간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몸에서 열이 빼앗기는 원인 가운데 25~30%가 피부 및 호흡기에서의 수분증발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도 ‘거짓’이다. 저체온증이 오기 위해서는 몸의 중심부 체온이 35℃ 미만으로 내려가야 하며, 28℃ 미만까지 떨어져야 심폐 정지에 이른다. 그런데 사람의 몸 보호 본능은 생각보다 강한지라, 추위를 느끼면 혈관이 수축해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리는 등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이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주변의 이불이나 옷을 끌어당겨 몸을 보호하기도 한다. 조난이나 사고, 약물로 인해 의식이 없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한 체온이 떨어지는 몸을 가만히 두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체온이 떨어져 몸의 기능이 정지하기 전에 잠에서 깨 선풍기를 끄는 것이 인간”이라며 “실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선풍기 바람을 계속 쐬는 실험을 했을 때조차 몇 시간이 지나도록 체온은 내려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풍기를 틀고 자다 저체온증으로 죽은 사람들은 애초에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술이 잔뜩 취했거나, 원래 지병이 있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자, 이제 선풍기를 예전처럼 사랑해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마음을 놓지 말자. 선풍기의 킬러로서의 기생(機生)은 이대로 끝나고 말지라도 새로운 킬러들이 당신의 목숨을 속속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비행기, 따개비, 봉숭아, 렌즈…. 뜨거운 여름밤을 오싹하게 만들어 주는 괴담 속 킬러들의 진짜 모습을 ‘어린이과학동아’ 8월 1일자 특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gomu5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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