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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보다 못한 인간이 있다?! 목록

조회 : 1271 | 2013-08-07

   

 

  장마, 높은 습도, 에어컨, 무더위… 기자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맞닥뜨리는 이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며,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에어컨은 여름철의 필수품인데 싫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기자는 에어컨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혹시 짐작한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앓아본 사람만 안다는 알레르기 비염은 참 괴로운 병이다. 코 점막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됐을 때 발병한다. 만성 질환으로 이렇다 할 완치제도 없다.


  그런데 눈여겨 볼 것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다른 알레르기 질환인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도 많아졌다. 그 원인으로 환경 오염과 면역력 저하가 거론된다.

 

 ‘기생충 열전’이라는 책을 소개한다면서 뚱딴지처럼 알레르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뭘까.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기생충학을 전공한 특이한 경력의 저자인 서민 교수는 이 책에서 단순히 기생충의 종류와 특징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기생충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책의 부제처럼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기생충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알레르기의 경우 기생충학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기생충이 없어지면서 면역세포들의 과민반응으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기생충과 공존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면역세포들은 기생충이 없어지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잃어버리게 되고, 기생충 비슷한 것만 봐도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곳이 호흡기라면 천식이, 피부라면 아토피가, 코 점막이라면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인 기자는 기생충이 없어지면서 알레르기 질환이 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충격으로 흥미진진한 기생충의 세계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갔다.


  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장 기생충 살펴보기는 기생충의 정의와 생식, 역사, 연구 등을 흥미롭게 기술했다. 2, 3, 4, 5장은 소화기계에 사는 기생충, 조직을 침범해 사는 기생충, 뇌에서 사는 기생충, 우리 몸 이곳저곳에서 사는 기생충으로 나눠져 우리에게 익숙한 ‘요충’에서부터 최근 영화로 재구성된 ‘연가시’까지 특징과 생활사, 전파, 증상, 진단과 치료까지 알차고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과 네이버캐스트를 통해 알려진 저자의 필력은 징그러우면서도 딱딱한 주제인 기생충을 때로는 말랑말랑하고 앙증스러운, 때로는 끔찍한 캐릭터로 바꿔놓았다.


  백미는 1장 기생충 살펴보기의 첫 번째 챕터인 ‘기생충이란 : 비열하지만 탐욕스럽진 않다’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욕인 ‘이 기생충 같은 놈아’라는 표현이 기생충에게는 상당한 모욕감을 안겨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생물체가 다른 종의 생물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 양쪽이 서로 이득을 취하면 공생이다. 하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한다면 이득을 보는 생물체를 기생충, 손해를 보는 생물체를 숙주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 몸에 들어온 기생충은 숙주인 인간을 괴롭히지 않고 숙주도 면역을 작동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면역을 억제했다. 이게 일반화되면서 인간과 오래 같이 산 기생충들은 숙주 안에서 언제나 먹을 만큼만 먹는다. 저자의 말처럼 ‘세상에 뚱뚱한 사람은 있어도 뚱뚱한 기생충은 없다.’ 비열하게 기생하지만 적어도 인간들처럼 탐욕스럽지는 않다는 뜻이다. 다소 기발한 저자의 기생충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세상에는 기생충보다 못한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은 아닐까.


  저자는 다양한 기생충에 대한 연구 내용과 의학적 지식 외에도 각 기생충의 생활사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보는 이를 배려했다. 새로운 기생충의 생태와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생충을 직접 삼켜야 했던 연구자들의 이야기부터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증상과 기생충의 관계, 알레르기나 크론씨 병(소화기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착한 기생충인 ‘돼지편충’까지 풍성하고 입체적인 읽을거리를 담았다.

 

김민수기자 min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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