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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때문에 나트륨 많은 라면 허용한다고? 목록

조회 : 1300 | 201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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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제공

 

 

  라면 속 나트륨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어린이 기호식품의 품질인증기준을 일부 개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컵라면에 대한 나트륨 기준을 1회 제공량당 ‘600mg 이하’에서 ‘1000mg 이하’로 완화시킬 예정이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식품업체들이 품질인증에 부합하는 용기면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준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나트륨 소비를 줄이려는 국가적 움직임에 역행하고, 식품업계의 의견만 반영해 문제가 많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시행되지 않은 행정예고 단계임에도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짠 음식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진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나트륨 과다 섭취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비만이나 소아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서 선진국에서도 각종 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려는 추세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 중 나트륨 일일 섭취 권고량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2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정부에서도 '나트륨 적게 섭취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 “현실 반영한 것” vs “나트륨 줄이자는 추세 역행”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컵라면에 대한 나트륨 함유량 완화에 있다.

 

  현재 기준은 1회 제공량당 600mg 이하 함유인데, 이 기준이 ‘1000mg 이하’로 변경되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보통 컵라면이 1500mg 이상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 이를 600mg까지 줄이는 식품업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컵라면 중에서는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마크를 받은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컵라면을 안 먹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기준을 현실성 있게 맞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저나트륨 컵라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식약처 문귀임 영양안전정책과 연구관은 “청소년들이 나트륨 함량이 많은 컵라면을 아무런 제약없이 먹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덜 짠 컵라면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인데 의도치 않게 해석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국가가 “나트륨을 줄이자”고 캠페인을 하면서 도리어 함량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해 3월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를 출범해 운영 중에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허혜연 녹색식품연구소 부장은 “라면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먹이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를 논의해도 모자랄 상황에 기준을 완화해 품질인증까지 해준 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번 개정을 계기로 음료업체들이 품질인증 획득을 목적으로 음료내 당성분 기준 완화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 나트륨 과하게 먹었다가는 뒷 목 잡는다고?

 

  과연 나트륨이 뭐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을까.

 

  나트륨은 생체 내에서 양이온(Na+) 형태로 존재하면서 생체 내·외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체내 안정을 돕는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신경전달, 섬모운동, 영양물질 체내수용 등에도 관여한다. 또 체내에 나트륨이 부족하면 탈수, 저나트륨혈증, 근육경련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 청소년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물질이다.

 

  문제는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환경에서는 나트륨 부족현상을 겪을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품에 나트륨이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나트륨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고염도 음식은 피해야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나트륨 과잉섭취시에는 암과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등에 걸릴 수 있는데, 이들 질환은 모두 우리나라 사망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연경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일일 나트륨 권고섭취량은 2000mg인데 이를 지키는 사람은 5명 중 1명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나트륨을 과잉섭취 할 경우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연구팀은 짜게 먹는 어린이들의 경우 고혈압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또, 짠 음식을 먹으면 단 음료를 찾을 확률도 높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동아일보DB 제공
동아일보DB 제공

 

● 나트륨 없는 라면, 맛있을까?

 

  소비자단체가 이번 식약처의 행정예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나트륨이 어린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요구에 손을 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컵라면이 이미 '국민 간식'이 되버렸고,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어린이들의 컵라면 섭취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안호일(44)씨는 “부부가 직장생활로 바쁘다보니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교통카드 겸용 티머니(T-money)로 컵라면을 사먹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며 “지금보다 나트륨 성분이 적게 함유된 컵라면이 나온다면 다행 아닌가”라며 식약처의 행정예고를 반기기도 했다.

 

  한 라면 제조업체 관계자는 “염화칼륨을 나트륨 대체재로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쓴 맛이 나고 신장질환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핵산, 효모추출물, 해조류 등으로 짠 맛을 내고 나트륨 함량은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나트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말했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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