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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걸리는 사람 완전히 사라지는 날 올까? 목록

조회 : 1562 | 2013-05-10


 최근 미국에서 독감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독감 사망자가 이미 100명을 넘고 보스턴과 뉴욕은 공중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고 한다. TV에서도 병원 응급실마다 환자로 넘쳐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다시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병원을 찾는 독감환자가 늘고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할 때다.

13일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독감은 H3N2형이고 우리나라는 H1N1형이란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는 미국 독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로 건너와 유행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신종플루 같은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까지 확대되지는 않을거란 말이다.

사실 필자도 수년 전 독감으로 고생한 뒤 매년 독감예방접종을 받는다. 더군다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유행하고 있는 독감은 물론 우리나라에 돌고 있는 독감 종류는 백신 내에 포함돼 있다니 일단 안심은 된다. 그럼에도 매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고 2009년 신종플루처럼 예측하지 못한 유형이 나타나면 그마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는 하다.

●변신에 최적화된 구조

 누구나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을 1년에 한 두 번씩은 겪는다. 다른 전염병들은 이미 백신으로 퇴치한 인류가 유독 이 바이러스 질환 예방에는 손을 못 쓰고 있다. 언제까지 무대책으로 감기에 걸리거나 기껏해야 번지기 시작하며 그 때부터 부랴부랴 확률에 기초한 독감 백신을 만들어 때워나가야 할까.

최근 중증 감기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감기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편이고, 워낙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자체가 다양해 현실적으로 백신 연구가 활발치 않다. 반면 독감은 증상도 심하고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도 정해져 있어 백신이 나온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보통 백신으로 활성이 없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인체 면역계는 바이러스 표면 분자를 이물질로 인식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백혈구(B림프구) 숫자를 늘린다. 그 결과 표면구조가 비슷한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금방 충분한 양의 항체가 생성돼 제압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표면에 튀어나와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다제(NA)라는 단백질이 항원이 되는데, 항원이 자물쇠면 이를 인식하는 항체는 열쇠인 셈이다.


이런 방어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독감이 매년 기승을 부리는 건 독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와 재조합으로 표면 단백질의 구조를 끊임없이 바꾸기 때문이다. 자물쇠가 바뀌니 옛날 열쇠는 소용이 없다. 독감 바이러스가 이렇게 신출귀몰한 건 게놈이 DNA가 아니라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RNA로 이뤄져 있는데다 8가닥으로 쪼개져 다른 유형과 재조합이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독감 백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소아마비 백신처럼 한두 번 접종하면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항체를 형성하는 독감백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수 십년간 연구를 하고 있다. 이른바 ‘범용독감백신(universal flu vaccine)’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실마리 찾아

 1931년생인 벨기에 겐트대학 분자생물학자 발터 피어스(Walter Fiers) 교수가 이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피어스 교수는 1972년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했고 1976년 역시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전체 게놈을 해독한 분자생물학의 개척자다. 1980년, 그는 독감 바이러스로 관심을 돌려 1965년 유행했던 독감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를 해독했다. 1968년에는 홍콩독감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의 헤마글루티닌 유전자도 해독해 둘 사이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마침내 피어스 교수팀은 독감 바이러스의 게놈에서 범용독감백신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냈다. 바로 M2라는 이온통로단백질의 유전자다. 바이러스 지질막에 박혀 있는 M2단백질은 정도를 벗어난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구조가 잘 보존돼 있다. 다만 헤마글루티닌이나 뉴라미니다제에 비해 숫자가 적고 덜 노출돼 있어 자연상태에서는 항원이 되지 못했던 것.

그렇다면 면역계가 M2단백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만들게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어스 교수팀은 당시 알려진 흥미로운 현상을 이용하기로 했다. B형간염바이러스의 HBc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어주면 대장균은 이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때 단백질들이 조합돼 바이러스처럼 보이는 입자를 만드는 것. 이를 ‘바이러스유사입자’라고 부른다.

피어스 교수팀은 M2단백질에서 표면에 노출된 부분(M2e)의 유전자를 HBc 유전자와 붙인 뒤 대장균에 집어넣어 표면에 M2e가 박혀있는 바이러스유사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입자를 백신으로 써서 실험동물이 항체를 만들게 하는 데 성공했고, 이 결과는 1999년 ‘네이처 메디신’에 실려 유명해졌다.

2008년 영국의 바이오회사 아캄비스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실시해 90%에서 항체가 형성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다양한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동물실험에서 이 자체만으로는 면역생성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과학자들, 범용독감백신 개발에 다가서

 

 그런데 최근 한국인 과학자들이 M2e의 능력을 향상시켜 범용독감백신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연구결과를 지난해 12월 18일자 ‘분자치료(Molecular Therapy)’에 게재해 화제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강상무 교수팀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성신여대 등 국내외 연구진은 사람과 돼지,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서 각각 얻은 M2e유전자 조각 5종을 이어 붙인 뒤(M2e5x) 곤충세포에서 바이러스유사입자를 만들었다.

그 결과 입자 표면에 노출된 M2e단백질 밀도가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에서보다 100배나 더 높았고 이를 백신으로 써서 실험동물에 주사했다. 그 뒤 다양한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항체를 충분히 만든 동물들이 이를 이겨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효과적인 범용독감백신이 실현될 수도 있다.

●평생 내성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한편 몇몇 과학자들은 뛰어난 항원인 헤마글루티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구를 계속했고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몸에서 형성된 다양한 항체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일부가 헤마글루티닌에서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 부분을 항원 타깃으로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은 숙주 세포 표면의 시알릭산에 달라붙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과정을 시작하게 한다. 길쭉한 단백질인 헤마글루티틴은 땅에 말뚝이 박혀있듯이 바이러스 지질막에 박혀있는데 시알릭산을 인식하는 바깥쪽은 머리영역, 막을 향하는 안쪽은 줄기영역이라고 부른다. 항체 대다수가 타깃으로 삼는 머리영역은 유전자 변이가 심한 반면 줄기영역은 변이가 적다.

그런데 최근 줄기영역을 대상으로 한 항체들이 몇 가지 밝혀진 것. 즉 독감에 걸렸던 사람 가운데 소수는 이런 형태의 항체를 형성했고 그 결과 독감에 대해 평생 면역이나 적어도 다양한 유형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됐을 거라는 말이다. 독자 가운데도 그런 행운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백신을 써서 우리 몸이 이런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 머리영역을 떼어내고 줄기영역만 있는 헤마글루티닌을 항원으로 이용하는 방법 등이 시도되고 있다.

한편 독감에 걸렸을 때 이런 항체를 치료제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현실성이 없다. 치료제로 쓸 정도로 항체를 생산하려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항체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약물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디이비드 베이커 교수팀은 지난 2011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헤마글루티닌의 줄기영역에서 항원이 되는 부분을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 조각을 디자인해 실제로 바이러스 표면에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공 항체인 셈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보면 언젠가는 독감예방접종을 맞는 연례행사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독감 바이러스가 이런 사람들의 대응책을 무너뜨릴 는 예측불가의 비밀병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적어도 한 동안은 ‘붉은여왕 가설’처럼 바이러스는 해마다 변신하고 사람은 이에 발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백신을 만드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그동안은 귀찮아도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수밖에….

 

강석기 과학칼럼리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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