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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부피도 반감기도 뚝~ 파이로프로세싱의 모든 것 목록

조회 : 1281 | 2013-05-10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설치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시설 ‘프라이드’의 모습. 로봇팔을 이용해 핵연료 처리 작업을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설치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시설 ‘프라이드’의 모습. 로봇팔을 이용해 핵연료 처리 작업을 순서대로 진행할 수 있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미원자력협정이 2년 연기됨에 따라 그동안 우리 쪽이 요구해온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기술 확보가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4곳의 원자력발전소 사이트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포화상태에 이른다.

사실 우리나라는 1956년 미국에서 원자력기술을 도입하면서 핵무기 제조에 유용될 수 있는 ‘핵연료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도입한 기술 수준을 넘어 원자로를 제작해 해외에 수출할 만큼 원자력 선진국이 된 만큼 아직도 규제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는 것이 우리측 주장이다.

●재처리 기술 경제성 막대

사용후 핵연료에는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우라늄 238’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경수로나 중수로 등 발전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93~96%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 선진국들은 우라늄 238을 다시 뽑아 발전원으로 만드는 ‘재처리 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재처리 권한만 획득하면 한 번 썼던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차례 다시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차례 쓴 뒤 나오는 최종 핵 폐기물은 방사선 발생량이 적어 폐기장에 보관할 때도 훨씬 안전하다. 또 핵연료를 해외에서 수입하지 못하더라도 핵 폐기물을 재처리해 쓰면 되기 때문에 에너지 자립도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전 이외에도 각종 방사성동위원소를 직접 생산해 과학이나 의학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부가적 이익도 있다. 골칫덩이인 핵폐기물을 값진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이득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규제 대상인 농축과 재처리, 두 기술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재처리’를 꼽는다.

●한국형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뭐가 다르지?

재처리를 통한 핵연료 재활용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일본, 프랑스 등 원전을 가동 중인 국가에서 흔히 쓰는 방법은 ‘퓨렉스 기법’이라고 불리는 ‘습식 재처리’ 기술이다.

습식 방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초산 등으로 녹여 액체로 만든 다음, ‘인산트리뷰틸’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플루토늄’이나 ‘우라늄 238’ 등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물질만 흡착시켜 뽑아낸다. 이렇게 뽑아낸 핵연료는 기존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쓸 수 없고, ‘고속로’라는 전용 원자로에서만 쓸 수 있다. 이 방법은 상업용 혹은 학술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핵무기 제조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미국은 결사 반대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있는 건식 재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 을 써서 재활용할 수도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금속 처리방법과 비슷하다. 쇳덩어리를 제련하고 정련하면서 불순물을 뽑아내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 먼저 사용후핵연료를 ‘용융염 매질’이란 물질로 처리해 금속처럼 단단히 굳혀낸 다음, 500℃ 이상의 고온에서 다시 정련 공정을 거쳐 발전에 필요한 우라늄 성분을 선택적으로 뽑아낸다. 그리고 다시 제련 공정을 통해 잔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포함한 미량의 핵물질군을 회수한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핵연료 재처리를 하더라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핵비확산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반길만 한 기술이다.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의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기술을 쓰면 최종적으로 나오는 핵 쓰레기의 부피가 20분의 1로 줄어들고, 발열량은 100분의 1, 독성 감소 기간인 반감기는 100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 퓨렉스 기법처럼 ‘소듐냉각고속로(SFR)’이란 전용 발전시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파이로프로세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갖추고 있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재처리는 금지이지만, 예외적으로 연구는 허용해 수년 간 공동으로 연구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원자력계 일부에서는 “미국이 공동연구를 통해 실리만 챙기고 원자력 협정으로 묶인 제한은 풀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안정성 확보와 긴 개발기간이 걸림돌

또 하나의 문제는 여전히 개발 중인 기술이어서 기술의 안전성 등의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에 따르면 2020년 기술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용화 기간을 감안하면 2025년이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만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한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파이로기술부장은 “원전에서 나온 일반 쓰레기인 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하는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운용에도 19년이 걸렸다”며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쓰면 핵확산을 막으면서도 핵연료를 안전하게 재활용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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