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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OOO 먹고 개로 진화하다 목록

조회 : 784 | 201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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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늑대와 달리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단을 잘 소화시킬 수 있다. 이는 인류와 함께 살면서 함께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다. 네이처 제공
 
단군신화에는 사람이 되고 싶은 곰이 동굴에서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고 ‘웅녀’로 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과학적으로 납득이 안 가지만 ‘어떤 것을 먹고’ 변했다는 점은 새겨들을 만하다. 무엇을 먹느냐가 사람을 포함한 생물 진화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웨덴 연구진은 개가 늑대와 갈라진 비밀 중 하나가 음식에 있다는 연구결과를 24일자 네이처에 발표했다. 고기를 먹는 늑대와 달리 개는 쌀과 감자처럼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잘 먹는데, 이는 ‘개의 가축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스웨덴 웁살라대의 케르스틴 린드블라드-토(Kerstin Lindblad-Toh) 교수팀은 늑대와 개의 게놈(유전체)을 비교해 ‘두 종간의 차이를 뇌 발달과 탄수화물 소화능력에 있다’고 발표했다. 소화능력 부분은 인간과 개가 비슷한 진화 과정을 겪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개-늑대 게놈, 36개 부분 달라… 뇌 발달·소화능력 차이

대부분의 개가 늑대보다 작고, 더 사교적이며, 덜 공격적이지만 그의 조상이 동아시아 늑대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러나 개가 정확히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아직 논쟁거리다.

린드블라드-토 교수팀은 늑대 무리 중 하나가 반려견으로 변한 건 단순히 사람과 함께 지내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가 길들여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늑대 12마리와 14품종의 개 60마리의 게놈을 분석해 ‘유전적인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늑대와 개의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36개 부분을 찾았다. 이중 19개는 뇌 발달에 대한 것이었고, 이중 8개는 신경시스템과 관계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유전적인 차이가 개의 감각이나 행동을 변화시켜 사람과 가장 친한 친구로 만들어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놀라운 점은 10개 부분이 녹말질을 소화하고 지방을 부수는 걸 돕는 기능에 관여한다는 것이었다. 개는 장에서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를 위한 유전자가 늑대보다 많았다. 실험실에서 이를 검증한 결과 개는 늑대보다 녹말 소화 능력이 5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녹말 소화에 중요한 효소인 말타아제에 관한 유전자(MGAM)도 달랐다. 유전자 숫자는 같았지만 개의 말타아제는 늑대보다 더 길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토끼나 소 같은 초식동물, 쥐나 여우원숭이 같은 잡식동물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 한 마디로 개는 풀 같은 음식도 잘 소화시킨다는 뜻이다.

● 비슷한 음식 먹은 인류-개 ‘진화 과정’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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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유전자는 늑대와 달리 초식동물이나 잡식동물과 비슷한 소화효소를 만들 수 있도록 진화했다. 네이처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늑대가 농경에 정착한 사람과 협력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농경 사회에서 나오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쓰레기 더미가 일부 늑대에게 좋은 식량이 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식단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에릭 알렉슨(Erik Axelsson) 웁살라대 박사는 “효과적으로 녹말을 소화했던 초기 개들이 살아남는 데 더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며 “농경이 발달하기 시작할 때 개와 인류는 매우 비슷한 방법으로 극적인 변화를 겪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린드블라드-토 교수는 “1만 년 전경 중동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인류 역시 녹말질을 쉽게 소화하도록 진화했다”며 “인류와 개가 함께 탄수화물 소화에 맞게 진화한 ‘평행진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가장 오래된 개 화석이 3만3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기록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 더럼대의 고고학자 그레저 라손(Greger Larson) 교수는 “소화에 관한 유전자가 가축화를 촉진시켰는지 의문”이라며 “초기 개 화석은 농경의 시작보다 앞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고대 개의 게놈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대 유전학자 로버드 웨인(Robert Wayne) 교수도 “탄수화물의 대사는 개에게 있어 중요한 적응”이라면서도 이런 특성이 드러난 시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연구결과가 개와 늑대의 음식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로는 충분하다”며 “반려견에게 늑대처럼 생고기를 먹여야하는지 묻은 질문에 대해 명백히 ‘아니오’라고 대답할 논문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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