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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의 전쟁?’…대재난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목록

조회 : 1023 |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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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비상, 남서쪽 코너, 빌어먹을, 수백 명이 몰려오고 있다!”
그 저택은 우라지게 커서 내 사격 위치에 도착하는 데 몇 분이 걸렸어. 나는 망보는 자식이 왜 그리 안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 밖에 200명 정도 몰려오는게 어때서. 그 좀비 놈들이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다 그 친구 소리 지르는 걸 들었지.

“그들이 달려오고 있어! 이런 제기랄, 겁나게 빨라!”
겁나게 빨리 달리는 좀비란 말을 듣는 순간 속이 뒤집어지더군. 만약 좀비들이 달릴 수 있다면, 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벽을 타고오를 수 있다면,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세계대전Z 中)

호러물 매니아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인 맥스 브룩스의 장편소설 '세계대전Z'는 2006년 영어로 처음 출간됐고, 2008년 우리말로 번역됐다.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로도 제작돼 올해 6월 말 '월드워Z(World War Z)'라는 이름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좀비와의 전쟁에 대한 생생한 기록

'세계대전Z'는 미래의 언젠가 벌어진 좀비와의 전쟁을 논픽션 인터뷰 형식으로 다뤘다. 소설 속의 필자는 유엔 전후 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좀비 바이러스와 관련해 격전이 벌어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인터뷰를 했다.

정체불명의 좀비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중국의 충칭을 시작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좀비 증상과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써 내려간다. 이후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세계로 확산됐는지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장기 밀거래, 보트피플, 국경 붕괴 등과 관련된 상황이 나온다.

책의 중간에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좀비와 어떻게 전쟁을 벌이는지 묘사된다. 좀비는 반드시 뇌를 없애야 죽는다는 얘기부터 해결방안을 놓고 자중지란을 벌이는 인간들, 살아남기 위해 도망가는 얘기 등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좀비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뒤, 사회를 재건가는 과정도 다뤘다.

●정보통신 시대 좀비도 빨라졌다?

SF나 호러 작품에서 좀비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레지던트 이블” “나는 전설이다”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 이외에도 흥행에 성공한 수십 편의 영화 목록을 볼 수 있다.

좀비는 보통의 귀신과는 좀 다르다. 귀신은 원한을 갚기 위해 저승으로 못한 채 남을 몸을 빌어서 억울한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 복수하고 사랑도 하는 뱀파이어와도 구분된다.

좀비는 영혼이 없다. '세계대전Z'에서도 좀비바이러스에 걸리면 부모형제도 못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을 물어뜯어 먹으려고 한다. 어쩌면 좀비는 귀신 중에서도 가장 ‘저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좀비는 ‘영혼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냉전시대에 나온 작품에서 좀비는 ‘공산주의’ 또는 ‘자본주의’라는 한 쪽의 이데올로기에 철저하게 조종당하는 집단을 상징했다.

과거 작품에서 좀비들을 대체로 느릿느릿 행동하면서 사람들의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세계대전Z'에서의 좀비는 달리기도 한다. 소설에 의하면 매우 빠르다. 이미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도 좀비들은 사람들을 사냥하기 위해 집단으로 뛰어다닌다.

소설에서는 생각을 한다고 표현하기 힘들지만 좀비들이 나름대로는 공동의 작전을 펼치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여하튼 최신판 좀비는 빠르기 뛰기도 하고 나름대로 작전을 세우는 듯하지만 여전히 무비판적인 사람을 상징한다. 스마트폰, 인터넷 등으로 매우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보조를 맞추고 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비판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꼬집고 있다.

 

●좀비, 공황 그리고 우리의 모습

'세계대전Z'에서는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공황상태가 잘 드러난다. 재난 소설과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한계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본성을 담아냈다.

처음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하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혼자 살겠다고 배신을 한다. 그리고 서로 총구를 겨누며 내분을 벌인다. 그러다가 결국 좀비에게 잡아먹힌다. 좀비가 되지는 않았지만 좀비처럼 생존만을 위해 행동을 하다가 파국에 이른다.

어찌 보면 최근 우리나라 과학계 상황도 이런지 모르겠다. “과학기술이 중요해”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생겨야해”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왜 그런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난 논거를 제대로 지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렇다. 집단으로 몰려다니기는 했어도 “워~ 워~”소리만나는 좀비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우려다.

또 ‘미래창조과학부’를 놓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과학계는 공황 상태에 빠진 생존자들의 모습도 연상시킨다. 외부에서 좀비가 뛰면서 벽을 오르고 있지만 대책을 내지 못한 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만 말하고 다니는 인사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족(蛇足)
좀비는 치료될 수 없을까. ‘세계대전Z’에서 좀비는 민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조만간 개봉할 ‘웜바디스(Warm Bodies)’에서는 감정을 느끼는 좀비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미안함을 느끼며 사랑하는 여자와 감정을 나눈다. 좀비 증상에서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코믹하게 다뤘다. 여기서 과학기술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다음 기회에!
 
김규태 기자 kyou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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