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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하나로 성층권을 찍는다고? 목록

조회 : 3570 | 2012-10-09

지행합일(知行合一).’

아는 것을 행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뜻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도 직접 체험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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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가한 전남 장성고등학교 과학동아리 ‘사이언스올‘의 학생과 지도교사. 왼쪽부터 안재윤 선생님, 김하민,
  박하영 양, 안영태, 이상준 군.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장성고등학교 과학동아리 ‘사이언스올’은 이를 과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5월부터 준비한 ‘성층권 상공에서 지구촬영’을 전남 신안군 흑산도 기상대의 지원을 받아 추석을 앞둔 지난달 28일 실시했다. 필자는 지행합일의 현대적 실천에 도전하는 고등학생들을 옆에서 함께 했다.

사실 ‘성층권 상공에서 지구촬영’은 2010년 10월 충남대 강상현 학생팀이 ‘똑딱이’라고도 불리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고도 30㎞에서 성공한바 있다. 국내 대학생 최초로 성공한 실험이라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최초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실험에 참가한 박하영 양(17)은 “인공위성같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실험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학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눈을 반짝였다.

2012년 5월~:
사이언스올 소속 2학년 학생 25명은 5월부터 성층권에서 지상을 촬영하기 위한 모임을 갖고 팀을 나누어 준비했다. 카메라를 매달 풍선(기구), 카메라가 떨어질 때 보호하기 위한 낙하산, 고층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카메라, 카메라를 보호하는 상자 등을 제작할 수 있도록 팀을 나눴다. 카메라를 띄운 뒤 GPS 신호에 따라 카메라를 찾으러 움직일 추적 팀도 구성했다.

자체 토론을 거친 뒤 카메라 제작회사에 카메라가 작동할 수 있도록 문의하기도 했다. 30km 고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각종 물리법칙을 동원해 풍선의 크기를 계산하고, 편서풍을 고려해 카메라가 낙하할 지점도 계산했다. 고도 30km의 극한 환경에 대해서는 기상청에 문의했다.

카메라 보호 상자 제작을 담당했던 김하민 양(17)은 “단순하게 생각했던 실험이었지만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는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하고 고도30㎞에서 떨어져도 카메라가 부서지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9월 27일 오후 3시 30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박 양과 김 양을 포함해 장성고 학생 4명이 전남 신안군 흑산도 기상대를 찾았다. 완성한 카메라 장비를 기상대의 도움을 받아 날리기로 했기 때문. 기상대는 오전과 오후 8시에 지름 2m가 넘는 거대한 풍선에 온도와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상관측기기를 달아 날린다. 이 장비는 레이더를 이용해 실시간 추적되어 풍선이 지나간 자리의 기상 정보를 알려준다. 흑산도 기상대는 이렇게 추적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라디오존데를 날린 직후 사이언스올의 카메라를 날리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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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전 라디오존데가 날아가는 경로를 확인하는 학생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28일 오전으로 정해진 실험에 앞서 학생들과 기상대 연구원들의 공동회의가 있었다. 기상대 측은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동안 라디오존데가 떨어진 위치와 풍향을 분석해 카메라가 떨어질 지점을 예측했다. 라디오존데를 날린 경험으로 사이언스올이 만든 카메라 장비의 단점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회의가 계속될수록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상층 온도를 고려하지 않은 접착제와 GPS 신호를 붙잡기 어렵게 만드는 은박 포장이 문제였다. 카메라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온도를 높여줄 핫팩은 지속적으로 열을 발산하지 않는 제품을 썼다.

회의를 통해 은박 포장은 떼어내고 상자를 이어붙인 접착제 대신 끈으로 단단하게 묶기로 결정했다. 핫팩은 최대한 열을 많이 내도록 작동시킨 뒤 보온에 집중하도록 하기로 했다. 이상준 군(17)은 “친구들과 함께 토론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지적당해 당황했다”며 “미리 조언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9월 28일 오전 8시 48분:
밤새 수정한 카메라 장비를 라디오존데용 풍선에 매달았다. 헬륨 47ℓ가 들어가는 풍선은 90g짜리 라디오존데를 30km 상공까지 올려준다. 사이언스올의 카메라 장비 무게는 약 500g. 라디오존데만큼 높이 올라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비를 날리기 직전 생각치 못한 문제를 발견했다. 사이언스올은 카메라가 그네처럼 흔들리면서 올라갈 것이라 예상해 옆과 아래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풍선이 올라가는 힘과 카메라를 지상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실에 작용하면서 카메라는 계속 한 방향만 보고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카메라 낙하산을 담당한 안영태 군(17)은 “옆과 아래 중 한 방향만 찍을 수 있다면 아래 방향을 찍는 것이 영상을 분석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며 아래 방향을 찍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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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장비를 날리기 위한 준비를 마친 모습. 상층에 올라갔다 내려온 카메라를 회수한 뒤 영상을 확인해야
  실험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본래 장비를 날리기 위한 예정시간은 8시 30분이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제 날린 시간은 8시 48분. 하늘로 날아가는 흰 풍선과 장비를 보며 학생들은 약 4개월동안 준비한 실험 결과를 기다리며 손을 흔들었다. 박 양은 “오랫동안 준비한 실험을 끝내니 시원하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올을 지도한 안재윤 교사는 “교사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25명의 동아리원이 팀을 나눠 실험을 계획하고 실행까지 했다”며 “실험의 성공여부를 떠나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봄으로써 학생이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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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올에서 성층권 촬영 실험 영상. 9월 28일에 실시한 실험에서는 카메라를 상자에 넣을 때 전원이 꺼진 탓에 회수했을 때 아무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흑산도 기상대에서 제공한 풍향 정보에 따라 10월 3일 전남 무안에서 추가 실험한 결과 영상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전남 장성고 제공.


흑산도(신안)=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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