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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DNA에 버릴 건 없더라 목록

조회 : 745 | 2012-09-27

이번 주 ‘사이언스’는 독특한 모양의 전자회로를 표지로 선정했다. ‘네이처’는 레코드판 또는 둥근 도서관에 빼곡히 들어찬 책장과 같은 그림을 표지에 담았다.

놀랍게도 두 표지 그림은 공통된 연구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두 학술지가 동일한 연구진의 연구를 같은 주의 표지로 선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의 32개 연구소 과학자 442명이 참여한 국제 연구프로젝트팀은 인간 DNA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DNA 백과사전(ENCODE)’을 완성해 사이언스, 네이처 등의 학술지에 총 30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03년 완료된 인간게놈(유전체)프로젝트에서 의문으로 남았던 이른바 ‘쓰레기(정크·junk) DNA’의 역할을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팀은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생명활동과 관련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2%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문을 품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나머지 98%에서 기능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400만 개의 ‘스위치’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스위치가 다른 유전자의 활동을 시작하게 만들거나 중단시키고, 또 언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새롭게 밝혀낸 DNA의 기능을 전자회로의 모습으로 간단히 표현했다. 회로 가운데에는 순서대로 구분된 DNA 염기서열이 길게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수많은 질병과 특정 형질들이 다양한 색깔의 원으로 표현돼 있다. 특정 유전자와의 관련성이 밝혀진 것들은 서로 선으로 연결돼 있다.

이 그림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회색 삼각형의 존재다. 이들은 회로에서 ‘스위치’ 역할을 한다. 유전자와 질병을 잇는 회로에서 스위치가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네이처는 연구진이 DNA 백과사전을 완성했다는 데에 주목했다. 먼저 12시 지점을 기점으로 DNA 염기서열을 원형으로 배열했다. 여러 개의 동심원은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달리해 기능이 밝혀진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원판은 총 23개 구획으로 나뉘어 있는데 인간의 염색체 23쌍에 해당한다. 연구진이 DNA의 각종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시킨 그림이다.

이번 연구를 회로로 나타내든 원형 지도로 그리든 강조점에 차이가 있을 뿐 의미 자체가 바뀌진 않는다. DNA에 쓸모없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연구진에게는 새롭게 기능을 알아낸 부분이 정확히 어떤 질병과 형질에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하는지 밝혀야할 더 큰 과제가 주어졌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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