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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무게가 변한다…1kg 기준 바뀔까? 목록

조회 : 1213 |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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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 때 새로운 물질량 표준이 정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10~14일까지 닷새 동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측정연합총회(IMEKO) 참석차 방한한 마이클 퀴네 국제도량형국(BIPM) 사무국장은 7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BIPM는 세계 표준을 정하는 곳으로 퀴네 국장은 그곳의 수장이다.

현재 물리학계에서 최대 관심사인 ‘질량(kg) 표준’을 지정하는 문제는 과학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표준지정에 기여 정도에 따라 학계에서 영향력도 올라가기 때문에 세계 표준과학계의 연구경쟁은 치열하다.

●실리콘공 vs. 전기저울 방식 각축전

물리표준(SI규정)은 모두 7가지로 길이(미터), 시간(초), 온도(캘빈), 전류(암페어), 질량(킬로그램), 광도(칸델라), 물질량(몰)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1미터를 잴 때 금속막대 하나를 표준으로 지정한 다음 똑같은 길이의 막대를 만들어 여러 나라에 나눠주는 ‘원기’ 방식을 썼다. 지금은 이런 불편함과 측정오류를 피하기 위해 ‘빛이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라고 물리적으로 규정해 뒀다. 누구든 실험을 해서 1m를 정확히 알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7대 물리규정 대부분은 오류를 피하기 위해 이런 물리적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질량은 여전히 고전적인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즉, 프랑스 파리에 있는 BIMP에 보관중인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만든 금속덩어리가 세계 표준이다.

문제는 이 원기의 질량이 변하고 있다는 것. 미세하지만 계속해서 원소붕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비해서 질량이 50μg(마이크로그램, 1μg=100만 분의 1g) 정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질량도 다른 기준들처럼 물리적 정의를 내리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물리적 정의를 내리느냐 인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두 가지 방식이다.

독일, 호주, 일본, 이탈리아 등의 국제 공동연구진은 ‘아보가드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쉽게 말해 지름 93.6mm인 실리콘 공을 만들고, 그 안에 있는 원자 갯수를 세서 이를 질량 표준으로 삼자는 것.

반대로 미국과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와 한국는 정밀한 전기력을 발생시켜, 이 힘을 중력으로 환산하는 ‘와트 저울’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이 두 방법은 새로운 질량정의로 뽑히기 위해 2011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한 차례 맞붙었지만 결정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쪽 진영 모두 필요한 만큼 불확도(측정값의 불확정한 정도)를 낮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BIMP가 제시한 불확도는 2X10-8이다.

현재 양측 모두 필요한 만큼의 불확도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불확도만 놓고 보면 아보가드로 진영이 조금 앞서 있다. 가장 최신 연구결과로 보면 2.5X10-8불확도를 달성했다. 그러나 아보가드로 방식의 측정값이 들쭉날쭉해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와트저울 진영은 과거 불확도 면에서 다소 뒤져 있었으나 올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아보가드로 진영에 필적하는 2.7X10-8의 수치를 얻어내는데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진희 표준연 기반표준본부 전기센터 팀장은 “2~3년 전만 해도 불확도는 아보가드로 방식이 우수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최근 와트저울 방식에서 불확도를 크게 낮추는데 성공하고, 안정성도 높아 무게가 기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적과 동침?… ‘두 방식 함께 쓰자’는 주장도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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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퀴네 국제도량형국(BIPM) 사무국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미국 NIST는 질량표준 지정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014년 총회까지 2년 정도 시간이 있으므로 그 안에 요구 불확도를 달성해 새 질량표준 정의를 거머쥐겠다는 것이다. NIST는 다음달 열릴 예정인 BIMP 산하 질량분야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표준안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의 독자적 움직임에 대해선 같은 와트저울 방식을 연구하는 국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한국형 와트저울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김 팀장은 “미국 NIST의 독자적 실험 결과만 믿고 국제표준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건 다소 위험한 판단”이라며 “몇 년 더 시간을 두더라도 여러 나라가 불확도를 달성했을 때 공동으로 실험해 정확한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와트저울 방식을 지지하는 스위스 표준기관 ‘METAS’의 렌리 바우만 연구원 역시 부산 국제측정연합총회에(IMEKO)서 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식적인 연구성과 발표를 진행하며 “2015년 이후에 제작중인 실험장비가 완성되므로 그 이후에 공동으로 표준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사실 아보가드로와 와트 저울, 두 가지 방식이 모두 불확도와 안전성을 달성하지 못하면 표준 지정은 불가능하다.

퀴네 국장은 “BIPM 규정에 따르면 한 쪽에서 1kg을 정확하게 정의해 냈다고 해도, 반대쪽 이론으로도 검증이 가능해야 표준으로 정의 할 수가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BIMP는 두 진영이 모두 불확도를 달성하면 서로 교차 검증을 하고, 그 다음에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쪽의 손을 들어 주겠다는 입장이다. 퀴네 국장도 “그렇다면 이미 완성된 두 가지 방식을 이용해 서로 보완하는 형태로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와트저울 진영은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쓰자는 제안에 대해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질량표준을 보급하려면 정밀한 저울이 필요한데, 그만한 정밀도를 가진 건 사실상 와트저울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진희 팀장은 “결국 보급을 위해선 와트저울을 쓰게 되어 있다”며 “결국 아보가드르 방식은 상징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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