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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이의 비밀...이런 것이? 목록

조회 : 2047 |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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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포경수술을 한 남성 비율. 녹색은 20% 미만, 청회색은 20~80%, 남색은 80%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포경수술 대국이다. 사진 제공 WHO

 

위의 지도를 보자. 아직 설명은 읽지 말고. 동아시아 대부분은 녹색인데 우리나라만 남색이다. 북한도 일본도 중국도 녹색인데. 그런데 남색인 나라는 아프리카와 중동에 몰려있고 동남아에도 몇 나라 있다. 미국은 중간인 회청색이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동남아시아 나라들과 공유하고 있는 이 특성은 무엇일까.

이번 에세이 제목을 보고도 감이 안 온다면 이제 설명을 읽어도 좋다. 이 지도는 나라별로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남색은 전체 남성의 80% 이상이 포경수술을 하는 나라이고 녹색은 20% 미만이 하는 나라, 청회색은 그 사이인 20~80%다. 세계 평균은 셋에 한 명 꼴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말이다.

●에이즈 예방 효과 있어
위의 지도는 과학저널 ‘네이처’ 8월 30일자 기사에 실린 것인데 기사는 최근 미국소아과학회에서 ‘소아과학’지에 실은 보고서에 대한 논란을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소아과학회는 처음으로 남자아이에게 포경수술을 해주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미국의 포경수술 비율은 55% 수준인데 이 보고서로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소아과학회는 무슨 근거로 포경수술을 권했을까.

먼저 포경수술이 아프리카에서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수년 전 확인됐다. 또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와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감염을 줄인다.

도대체 포경수술이 어떤 식으로 이들 바이러스의 감염 효율에 영향을 줄까. 연구결과 이들 바이러스는 점막을 통해 침투하는데 성관계시 여성의 질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점막인 포피 내벽을 통해 들어온다는 것. 반면 포경수술을 하면 포피가 없기 때문에 이런 경로가 원천봉쇄된다. 참고로 귀두로는 이들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으면 습도가 높아 잡다한 미생물이 살기 좋아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 또 포경수술을 하면 음경암에 걸릴 가능성이 뚝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미국소아과학회의 권고가 때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에이즈 같은 질환에 대해서는 에이즈가 만연된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이면 몰라도 다른 나라들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드물다는 것. 게다가 이들 나라는 주로 남자들끼리 관계를 가질 때 HIV에 감염되는데 이때 감염률은 포경수술 여부에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직장에는 질에 비해 HIV가 워낙 많아 포피를 없애 침투 면적을 확 줄여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음경암에 걸릴 확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도 대단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니라고. 음경암 자체가 워낙 희귀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경수술 30만 건당 음경암 환자 한 명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이점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희생이 너무 크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즉 포경수술의 약 2%에서 과다출혈, 감염, 포피를 너무 많이 자르거나 적게 자른 경우 같은 합병증이 있다는 것. 대부분은 별 문제가 없이 해결되지만 ‘괜한 손찌검’으로 천추의 한을 남기는 남성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포피가 없어지면 성적 쾌감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포피에는 신경이 분포해있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그만큼 성관계시 쾌감도 줄어든다는 것. 한편 포경수술이 비윤리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멀쩡한 신체 일부를 ‘돌이킬 수 없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유아나 어린이의 경우)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당사자가 어른이 돼 수술을 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

●튀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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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도에게 포경수술은 신과의 계약이다. 유태인들이 신생아에게 할례의식을 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위키피디아
 
흥미로운 사실은 이 문제를 두고 전문가들이 수십 년째 싸우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포경수술을 하는 건 의학적 사실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 지도를 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남성 대다수가 포경수술을 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 국가가 이슬람을 국교로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이슬람은 포경수술을 종교의식의 하나로 행해왔다.

사실 이 전통은 성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구약을 보면 유대인들이 ‘할례’를 언급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리스도교는 포경수술에 반대해 15세기에는 로마 카톨릭이 포경수술을 금지하는 포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예전에 한 전기(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읽다 본 내용인데 나치가 유대인을 색출할 때 의심이 가는 남자들에게 바지를 내리게 했다고 한다. 즉 포경수술을 했으면 유대인, 안 했으면 비 유대인이라고 구분했을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 포경수술 비율이 이렇게 높은 건 유대교와 이슬람처럼 포경수술을 종교의식으로 행하거나 소년들이 청년이 되는 성인식의 한 과정으로 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도대체 왜 이렇게 포경수술 비율이 높을까.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회상 효지시야’ 즉 우리 몸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다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며 개화기 때 머리카락도 자르지 않으려고 목숨까지 걸던 나라에서 어떻게 불과 수십 년 사이에 ‘감회상 효지시야’(본인은 하기 싫어도 부모가 끌고 가니까) 수준으로 포경수술이 만연하게 됐을까.

우리나라에 포경수술이 퍼지기 시작한 건 해방 뒤 미군정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은 포경수술이 위생적이라며 권했고 절대적인 문화 우위에 있던 미국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이렇게 포경수술이 통과의례로 자리잡다보니 어느새 미국을 뛰어넘어 종교적 이유인 나라를 빼고는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포경수술 시술 나라로 등극했다.

2004년 서울대 최항 교수팀은 소아과학저널인 ‘액타 페디아트리카’에 실은 논문에서 10~59세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73.1%가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필요한 이유로는 77.9%가 위생을 꼽았다. 필요없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7.1명.

흥미로운 사실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수술을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응답자의 60.8%가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런 생각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았다. 자료를 보면 특히 유럽 나라들이 수술 비율이 낮은데 스페인이나 덴마크는 2%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 국민들이 위생관념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최근 포경수술 논란을 보며 문득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문화에 따라 거의 전국민(남성)이 포경수술을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생존(자연선택)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포경수술을 하면서 과학(위생)에서 당위성을 찾지만 결국은 문화(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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