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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이 넓은 내 얼굴, 유전체 5개 때문이야! 목록

조회 : 1646 |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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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이스터 섬에 가면 볼 수 있는 모아이. 동아일보DB 제공

 

칠레 이스터 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모아이(Moai)’. 작은 것도 크기는 3.5m에 이르고 무게는 20t 정도 되는 석상인데, 꼭 사람처럼 생겼다. 대체 누가 어떻게 왜 이런 석상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수수께끼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아이 제작자는 화산암 돌덩이를 사람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마 넓이와 눈과 눈 사이의 거리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웠을 거라는 점이다.

모아이처럼 사람 얼굴 모양도 미리 정해진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다. 이마 넓이, 코 높이와 길이, 눈 사이의 거리(眉間) 등을 결정하는 유전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DNA가 100%로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나 다른 형제자매와 달리 똑같은 생김새를 가진다는 점이 유력한 증거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유전체가 얼굴 생김새에 영향을 준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유전체가 어떤 것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최근 네덜란드 연구진이 사람의 얼굴 모양을 만드는 독립적인 유전체 5개를 찾아냈다. 이 결과는 앞으로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 같은 얼굴 기형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래 어느 날, 범죄현장에서 얻은 DNA로 범죄용의자의 외모를 파악하는 과학수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의료센터의 맨프레드 카이저(Manfred Kayser) 교수팀은 네덜란드와 호주, 독일, 캐나다, 영국 출신의 유럽인종 5388명의 얼굴 모양을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정밀촬영해(scan) 각 얼굴의 3차원 영상 지도를 얻었다.

또 ‘눈과 코 사이의 거리’ 등의 얼굴 특성 48개와 연결되는 250만 개 이상의 DNA 표지를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3867개의 2차원 얼굴 사진은 얼굴 모양과 연결된 유전적인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기존에 얼굴 생김새에 영향을 줄 거라고 믿어온 3가지 유전체를 확인하고, 새로운 유전체도 2가지 더 찾았다. PRDM16와 PAX3, TP63는 기존에도 조금씩 알려졌고, C5orf50와 COL17A1는 이번에 새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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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연구진은 MRI를 이용해 스캔한 사람들의 얼굴 모양과 2차원 영상에 드러난 얼굴 모양 등을 함께 분석해 얼굴 모양에 영향을 주는 유전체 5가지를 찾아냈다. 얼굴 스캔은 현재 턱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아 한계가 있다. 하얀 점과 다양한 색깔의 십자 표시는 연구자들이 유전체 분석시 염두에 둔 얼굴의 주요 부분이다. PLoS Genetics 제공

 

5개의 유전체 중 PAX3은 근육세포 생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얼굴에서는 코의 최고 높이과 오른쪽과 왼쪽 눈 사이의 거리를 결정해 ‘코의 위치’를 잡는다. 이 유전체에 변이가 생긴 사람들은 ‘바르덴부르크증후군(Waardenburg syndrome)’에 걸리기도 한다. 이 질병은 아주 드문 유전적인 이상이며 눈 사이가 비정상적으로 멀어진 얼굴을 만든다.

PRDM16는 지방을 사용할지 저장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스위치 유전체로, 이 유전체에 변이가 나타난 쥐는 입에서 찢어진 모양을 만든다. 카이저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이 유전체는 코의 넓이와 높이에 영향을 줬다.

TP63 유전체의 변이는 ADULT증후군( acro-dermato-ungual-lacrimal-tooth syndrome)이라는 희귀 질병을 유발한다. 이 질병은 치아를 빠지게 하거나 피부를 얇게 만들며, 광범위한 영역에 주근깨를 만든다. 연구팀은 이 유전체가 눈 사이의 거리, 즉 미간과 관계있다고 밝혔다.

새로 밝혀진 두 유전체 중 COL17A1은 콜라겐 유전체와 상관됐다고 알려졌으며, 여기서 변이가 생기면 물집 등을 유발한다. C5orf50에 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카이저 교수팀은 두 유전체 ‘나지온(nasion)’이라 불리는 코뼈와 앞머리뼈 사이의 봉합선 모양에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C5orf50은 나지온의 위치를 결정하고, COL17A1은 나지온과 양 눈 사이의 거리와 연결됐다는 것이다.

카이저 교수는 “우리가 사람 얼굴 모양과 관련된 유전체를 찾았다는 게 가장 놀라운 일”이라며 “이제 실제 사람 얼굴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먼 미래에 범죄수사관들이 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DNA를 확인해서 범인의 얼굴 묘사가 가능해진다면, 목격자의 증언보다 확실한 증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격자의 증언은 사람의 기억이나 인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DNA 분석은 이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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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을 거쳐 만든 범인 몽타주의 모습. 현재 용의자의 몽타주는 목격자의 증건 등에 의존해 그리지만 먼 미래가 되면 DNA를 분석해서 그릴 수 있을지 모른다. 동아일보DB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DNA를 이용해 범인의 초상을 그리는 건 아직은 먼 일이라고 조언한다.

영국 브리스톨대 라비니아 파터노스터(Lavinia Paternoster) 교수는 “키처럼 얼굴 모양도 다른 수백, 수천가지 유전제의 작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간 얼굴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이해한다고 해도 어떤 사람의 DNA 코드에서 얼굴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카이저 교수는 “유럽인의 경우 DNA 분석으로 눈이나 머리 색깔을 맞힐 확률은 70~80%에 이르며, 앞으로 더 많은 얼굴 요소들을 예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 기술로 DNA 샘플을 이용해 용의자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시각 특성 유전학(VisiCGen) 컨소시엄의 작업 중 일부이며, 연구결과는 13일자 미국국립공공도서관회보 유전학(PLoS Genetics)에 소개됐다.

박태진 기자 tmt198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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