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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는 아무나 하나~ 목록

조회 : 2000 | 2012-08-10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린 격’이라는 말이 와 닿는 요즘이다. 열흘 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어차피 잠들기 힘든 밤인데 마침 올림픽 시즌이 겹치면서 아예 밤에 잠들기를 포기한 것일까. 점심시간 사무실을 둘러보면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기댄 채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 역시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에는 ‘시간대도 안 맞는데 뉴스에서 결과만 보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지만 스포츠는 생중계가 묘미인지라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축구 같은 경기에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나 보는 양궁, 유도, 수영, 육상 같은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이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TV 화면으로 보면 한 20~30미터 떨어져 쏘는 것 같은 양궁도 실제 거리는 70미터다. 이 거리면 과녁도 제대로 안 보일 텐데(실제 코치들은 망원경으로 선수가 쏜 화살이 몇 점인지 확인한다) 어떻게 12센티미터 지름인 10점 원 안에 명중시킬 수 있을까. 게다가 화살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도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등장한 유도선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윗도리가 풀어헤쳐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의 근육을 보면 이 선수들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식스팩을 만들려고 운동한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장정 서너 명이 달라붙어도 서 있는 유도선수를 쓰러뜨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근육 하면 트랙을 질주하는 단거리 육상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100미터 출발점에 나란히 선 선수들(주로 흑인이다)을 보면 과연 저들과 기자 같은 왜소한 사람이 같은 종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우리도 이 선수들처럼 수년 동안 열심히 꾸준히 운동을 하면 화살을 과녁에 맞출 수 있을 것이고 웬만한 사람은 단숨에 업어 칠 수 있을 것이다. 또 보통 사람은 70~80미터쯤 왔을 때 100미터를 주파할 것이다. 그렇지만 올림픽 선수들 수준의 기량이 될 수 있을까.

●운동능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 200여개 밝혀져

영국에서 간행되는 과학저널 ‘네이처’ 7월 19일자에는 런던올림픽을 기념해서인지 관련 글이 몇 편 실렸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유전자 변형 올림픽 시대가 오고 있다(Genetically enhanced Olympics are coming)’라는 제목의 기고문이다. 미국 보스턴의 엑셀벤처매니지먼트라는 생명과학연구투자회사의 이사인 후안 엔리케즈와 스티브 굴란스는 이 글에서 올림픽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유전자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즉 선수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건 그들이 해당 종목에 맞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변이가 없는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결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는 어렵다. 물론 운동을 안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놀랍게도 운동능력과 관련돼 알려진 유전자 변이가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ACTN3이라는 유전자는 근육이 힘을 낼 때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단거리 선수들은 대부분 577R이라는 타입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85%가 이 유전자 한 쌍(부모로부터 받으므로)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이 타입인 반면 유럽과 아시아 사람들은 50%만 적어도 하나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한국사람 절반은 이 타입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필자들은 이런 사람은 단거리육상선수가 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ACE란 유전자의 I 타입은 지구력을 보장한다. 뛰어난 장거리 육상선수들은 대부분 이 타입이라고 한다. 올림픽 크로스컨추리스키 종목에서 메달을 7개나 딴 핀란드 선수 이에로 맨티란타라는 EPOR이라는 유전자에 드문 변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POR은 에리스로포이에틴(EPO)수용체의 약자로 에리스로포이에틴은 적혈구를 만들라는 신호를 주는 호르몬이다. 맨티란타는 변이 수용체 때문에 에리스로포이에틴의 신호에 과민하게 반응해 보통 사람보다 적혈구를 훨씬 많이 만들었고 그 결과 산소를 운반하는 능력이 25~50%나 더 높았다는 것.

에리스로포이에틴은 빈혈치료제로 쓰이는데 언제부터인가 운동선수들도 이 약물을 이용해 경기능력을 높였다. 1990년 에리스로포이에틴은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불공평해 보이기도 한다. 호르몬 신호에 민감한 수용체 유전자를 갖고 있어 핏속에 적혈구가 훨씬 더 많게 태어난 건 괜찮고 외부에서 호르몬을 투여받아 적혈구를 늘리는 건 안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필자들에 따르면 개인게놈을 해독하는 시대가 임박함에 따라 맨티란타처럼 뛰어난 선수마다 그런 능력을 갖게 한 유전자 변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출발점(유전자)이 다른 선수들이 경쟁하는 게 과연 공평한 일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유전자 치료를 통해 유전자를 업그레이드하는 걸 허용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지금 체급 경기가 있듯이 유전자 타입별로 나눠서 경기를 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한다.

●운동이 유전자 발현에 영향 줘

여기까지 읽고 ‘역시 유전자가 전부구나’라는 생각을 할까봐 노파심에서 하나 덧붙인다. 위의 얘기는 올림픽 선수 같은 엘리트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이지 보통 사람들의 운동능력이나 체형은 유전자보다는 노력에 더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은 왜소한 사람도 매일 한 시간씩 꾸준히 근육운동을 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내년 이 맘 때쯤에는 몰라볼 만큼 근육질이 돼 있을 것이다.

이렇게 근육이 커질 수 있는 건 운동이 유발한 복잡한 생리메커니즘의 결과인데 그 가운데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이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마이오스타틴은 근육의 분화와 성장을 억제한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가 고장나면 운동을 안 해도 근육질이 될까. 놀랍게도 정말 그렇다.

소 가운데 벨지언 블루라는 품종은 보통 소보다 근육량이 훨씬 많고 지방은 적은데 마이오스타틴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로 밝혀졌다. 2007년 온라인저널 ‘플로스원’에는 휘펫이라는 품종의 경주용 개의 마이오스타틴 유전자 변이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즉 이 유전자 한 쌍 가운데 하나만 고장난 개가 둘 다 정상인 개보다 경주 능력이 뛰어났다고. 반면 둘 다 고장나면 너무 근육질이 돼 오히려 정상보다도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마이오스타틴 유전자 발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운동을 해 마이오스타틴이 줄어든 결과 근육질이 된다는 말이다. 또 비만인 사람에서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가 많이 발현된다고 한다. 한편 간에서 만들어지는 폴리스타틴(Follistatin)이라는 단백질이 마이오스타틴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 폴리스타틴 수치가 7배가 늘어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엘리트 체육 선수가 되는데는 ‘유전자 로또’에 당첨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웬만큼 운동능력을 발휘하고 몸짱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몸에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많은 활동과 마찬가지로 관건은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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