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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는 기생충? 아니 함께 사는 공생충(共生蟲)! 목록

조회 : 1031 | 201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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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날 갑자기 물을 통해 사람 몸 속으로 들어온 기생충. 이 기생충이 뇌를 조종해 자살하게 만든다는 국내 영화 ‘연가시’는 여름철에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흥행한다는 공식을 깨트리고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위력에는 ‘국내 최초 감염재난 영화’라는 수식어 뒤에 있는 ‘의학용 기생충 연구’과 그에 대한 공포심이라는 남다른 설정이 한 몫 했다.

영화는 연가시를 이용해 뇌질환 치료제를 만들려던 한 제약회사의 욕심에서 시작한다. 연가시는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기생충으로 사마귀나 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의 몸 안에서 자란다. 성충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곤충의 뇌에 특정 신경조절물질을 보내 물에 뛰어들게 만든다. 문제의 제약회사는 연가시의 이러한 특성을 의학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곤충에게만 기생하던 연가시를 개나 사람에게도 감염되도록 변종을 만들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기생충을 의학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극중 설정은 아니다. 실제로 기생충을 활용하는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생충을 이용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기생충이 사람의 몸에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하는데, 이를 활용한 ‘면역 강화’를 시킨다는 것.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에게 사람에게는 기생하지 않는 기생충의 알을 먹이면 기생충이 배설물로 빠져나올 때까지 환자의 면역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원리다.

올 초 미국 뉴저지대 의대 월리암 가우스 교수팀은 쥐에게 십이지장충을 감염시켰더니 면역물질을 만드는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 메디슨’지 1월 15일자에 발표하기도 했다. 가우스 교수는 “면역물질이 분비되자 기생충을 몰아냈을 뿐만 아니라 폐 질환이나 피부 재생에도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기생충이 사람의 몸속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람 몸에 큰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면역 시스템을 버티며 살 수 있는 능력이 기생충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서 착안해 기생충에서 면역 시스템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굴했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맞춤형 기생충’도 가능하다. 우리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기생충을 골라 유전자를 조작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기생충을 만들어, 당뇨병 환자에게 감염시키면 기생충이 분비하는 인슐린이 환자의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을 거라는 구상이다. 원래 사람의 몸에 살던 기생충을 이용했기 때문에 어떤 치료제보다도 부작용이 적을 거라는 기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대단한 의약물질이나 치료법이 아니더라도 기생충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구도 있다. 알레르기와 기생충 감염률은 반비례한다는 조사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기생충 감염률이 떨어진 나라는 전반적으로 아토피나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는 꽃가루와 같은 물질이 몸속에 들어올 때 면역 시스템이 지나치게 반응해 발생한다.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신명헌 교수는 “사람의 면역 시스템은 예로부터 기생충에 대비해 면역 시스템을 강화시켜 뒀는데 기생충이 사라지자 과잉된 면역 시스템이 알레르기를 일으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존재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 최근 존재 가치가 급상승한 장내 미생물처럼, 기생충 역시 언젠가는 ‘공생충’으로 바뀌어 불릴 지도 모를 일이다.

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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