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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은 뭘까 목록

조회 : 1737 | 2012-06-14

예전에 책에서 본 것 같기는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1998년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란 영화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진행자가 뭔가를 물었고 대답을 하던 디아즈가 갑자기 돌발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이 뭐예요?” (상대성이론이 아닐 수도 있다)
“네?”
진행자는 이게 뭔 소린가 해서 여배우를 빤히 쳐다봤고 둘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잠시 뒤 얼굴이 빨개진 디아즈가 이렇게 말했다.
“전 정말 그게 궁금한데….”

이 에피소드가 실린 맥락을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결코 과학에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사실은 내심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있다. 아무튼 그 뒤 디아즈의 얘기가 나오면 이 에피소드가 마치 그 장면을 본 것처럼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된다.

●1그램에 7경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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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프랭크 클로즈 교수가 2009년 펴낸 ‘Antimatter’. 반물질과 관련된 사실과 허구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석기)


 

그런데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분들과 점심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한 분이 말을 꺼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 얘기 들으셨어요?”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요….”
“2등이 다이아몬드던데(사실은 3등) 1등은 반물질이더라고요.”
“예.”
“그런데 반물질이 뭐예요?”
“예?”

과학기자를 만났으니 궁금증이 해결되겠거니 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에 정신을 수습하고 설명을 하려다보니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물질이라는 게 복잡한 개념이라 사실 저도 본질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두서없이 말하다보니 빅뱅 얘기도 나오고 지금 우주가 물질로만 이뤄진 게 미스터리란 얘기도 나왔지만 질문한 분의 기대에는 한 참 못 미쳤다.

“어려운 얘기네요. 그런데….”

옆에서 듣던 분이 다시 식품 쪽으로 대화를 돌렸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이 순간을 생각하던 기자는 문든 앞에 소개한 디아즈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 읽어보니 외신을 소개한 건데 반물질은 1그램에 7경 원(62조 5000억 달러)으로 2위인 캘리포늄의 307억 원보다 200만 배 이상 더 비싸다. 다이아몬드는 3위로 1그램에 ‘불과’ 6200만 원.

그런데 기사들은 하나같이 반물질이 “우주선 연료나 미래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반물질 1그램이면 한 나라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이다.

●햇빛 10%는 반물질이 기원

마침 이 일이 있기 전날 기자는 해외에 주문한 책을 받았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책소개란에서 새로 나온 페이퍼백 책들을 보다 ‘Neutrino’란 책을 주문했다. 지난 연말 뉴트리노(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해프닝도 있었고 얼마 전 서울대 김수봉 교수의 뉴트리노 변환상수 측정 얘기도 있고 해서 이참에 뉴트리노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프랭크 클로즈 교수가 2010년에 출간한 책으로 이번에 페이퍼백이 나온 것이다. 영미권에서는 신간은 하드커버로 먼저 나오고 1, 2년 뒤 페이퍼백이 나온다. 몇 페이지 읽어보니 너무 잘 썼다. 감탄을 거듭하며 보다가 저자가 2009년에는 ‘Antimatter’라는 책을 냈다는 걸 알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주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 점심 에피소드가 있은 뒤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지난 주 월요일 책이 도착했다. 반쯤 읽던 ‘뉴트리노’를 접고 ‘반물질’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순서상으로도 이게 맞다. ‘뉴트리노’를 제대로 읽으려면 반물질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난 연휴 동안 꼼짝도 못하고 ‘반물질’을 읽으며 보냈다. 이 자리에서 반물질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책에서 알 게 된 한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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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중 양성자(p)가 헬륨(4He)으로 바뀌는 과정을 3단계로 나타냈다. 양성자 두 개가 만나 중양성자(d)로 바뀌는 과정에서 양전자(e+)와 뉴트리노(v)가 나온다(제공 ‘Antimatter’).


 

먼저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의 10%는 반물질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태양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에서 수소원자핵(양성자) 4개가 헬륨원자핵이 되는 과정에서 양전자(전자의 반물질)가 2개 나온다. 이 양전자는 나오자마자 주변의 전자를 만나 소멸되며 강력한 감마선을 낸다. 그런데 이 감마선이 반지름이 수십만 킬로미터인 태양의 내부를 빠져나오면서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 결국은 표면에 나왔을 때는 가시광선이 돼 지구로 오는 것.

빛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여행하는 데는 불과 8분 30초가 걸리지만 태양 중심에서 표면으로 빠져나오는 데는 무려 1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느끼는 햇빛 가운데 10%는 10만 년 전 핵융합으로 만들어진 양전자가 그 출발점인 셈이다. 반면 핵융합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뉴트리노는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태양내부를 통과해 거의 광속으로 지구에 도달한다.

책 말미에는 ‘반물질의 비용’이라는 제목의 부록이 실려 있는데 앞에 소개한 반물질 가격 기사와 관련해 소개한다. 먼저 물질로 이뤄진 우리 세상에서 반물질을 1그램이나 모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1그램이면 적은 양 같지만 반수소일 경우 아보가르도 숫자(6×1023)만큼 있어야 한다.



그런데 책 부록에 따르면 현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반양성자감속기(AD)에서 만들 수 있는 반양성자(반수소 원자핵) 개수는 1년에 약 10조 개(1013) 정도다. 이런 ‘생산성’이라면 지금 우주의 나이 만큼 더 지난 뒤에도 1그램을 만들지 못한다.

게다가 반물질은 물질과 만나면 소멸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반물질을 격리해야 하는데 이것도 큰 문제다. 반물질 격리는 1984년 독링의 물리학자 한스 데멜트가 처음 성공했다. 그는 양전자 하나를 엄지손가락 절반 크기의 작은 실린더(페닝 트랩이라고 부른다) 안에 포획해 3개월 간 살려뒀다. 내부에 전자기장을 교묘하게 걸어 안의 반물질이 뱅뱅 돌면서 벽에는 안 부딪치게 한 것이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8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한편 지난해 CERN의 알파(ALPHA) 프로젝트로 불리는 반수소연구그룹은 반수소를 만들어 1000초 동안 살려두는데 성공했다(반수소는 전하가 0이라 잡아두기가 훨씬 더 어렵다). 따라서 설사 반수소 1그램이 있다고 해도 온전하게 보존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반물질 1그램이면 한 나라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도 엉터리다. 물론 반물질이 물질과 만나 소멸되면 폭발력이 엄청난 건 맞다. 질량이 온전하게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보면 반물질 0.5그램(+물질 0.5그램)이 히로시마에 터진 핵폭탄 하나와 맞먹는 파괴력이 있다고 한다. E=mc2으로 계산해보면 답이 나온다. 결국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반물질의 이미지는 상상(imagination)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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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폴 디랙의 묘비에는 반물질의 개념이 나온 유명한 디랙방정식이 새겨져 있다. (제공 ‘Antimatter’)


 

반물질의 개념은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폴 디랙이 양자역학에 특수상대성이론을 적용해 얻은 식(디랙방정식)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디랙은 1928년 전자의 에너지를 구하는 식을 얻은 뒤 해를 구했는데 음의 에너지 값도 나왔던 것. 3년 간 그 의미를 고민하던 디랙은 마침내 놀라운 통찰력으로 에너지 값은 양으로 두고 거꾸로 전자의 전하를 음에서 양으로 바꿔 이 해의 의미를 찾아냈다. 즉 반전자의 존재를 예언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칼 앤더슨이 우주선에서 반전자의 궤적을 찾았다고 보고했다. 올해는 반물질의 존재가 확인된 지 80주년 되는 해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폴 디랙의 무덤은 물리학의 거성 아이작 뉴턴의 무덤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고 한다. 그의 묘비에는 이름, 직업, 생몰 년도와 함께 반물질의 개념이 들어있는 유명한 디랙방정식이 새겨져 있다. 아인슈타인의 E=mc2과 달리 무덤을 찾는 사람들 대다수는 디랙방정식의 의미는 물론 그 기호가 뭘 뜻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클로즈 교수의 ‘Antimatter’는 160쪽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내용도 쉽고 재미있다. 반물질은 대중적으로도 꽤 흥미로운 대상인데 이런 책이 아직 번역이 안 된 게 오히려 의외다. 혹시 인연이 돼 기자가 이 책을 번역하게 돼 한글판이 나온다면 반물질을 궁금해 한 그분께도 한 부 드려야겠다. 세월이 지났다고 설마 이렇게 반응하지는 않겠지.

“제가 반물질을 궁금해 했다고요? 왜 그랬을까요….”

강석기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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