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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 만나는 천재 과학자들 목록

조회 : 1301 | 2012-06-08

전공이 천문학이어서 그런지, 가끔 미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귀가 번쩍 뜨이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우리 우주 전체는 뜨겁고 밀집한 상태였지요(Our whole universe was in a hot dense state)”로 시작해서 “모든 것은 빅뱅에서 시작되었죠(It all started with the big BANG)!”로 끝나는 흥겨운 리듬의 노래인데, 흥미롭게도 드라마의 테마곡이다.

CBS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방영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바로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이다. 우주나 천문학에 대해 심각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천재 과학자와 공학자 4명의 좌충우돌 일상을 다루는 시트콤이다. 등장하는 괴짜 천재들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일하는 셸든 쿠퍼, 레너드 호프스태터, 하워드 왈로위츠, 라제쉬 쿠스라팔리(일명 라지).

또 미드 ‘빅뱅이론’의 배경은 바로 이곳 패서디나다.

이 시트콤은 2007년 9월 24일 첫 방송이 시작되어 5월 10일 현재까지 총 5시즌 111회 분량이 방송됐다. 2009년 시즌3의 첫 방송은 128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시청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서 2009년 북미비평가협회(TCA)상, 2010년 미국 대중문화상(People's Choice Awards)을 잇달아 수상했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셸든 역을 맡은 짐 파슨스는 2010년, 2011년 연속 에미상 프라임타임 코미디 시리즈 부문에서 최우수 주연상을 받았다. 이런 인기와 호평에 힘입어 ‘빅뱅이론’은 가을부터 6번째 시즌에 들어간다.

괴짜 천재 셸든은 아이큐 187에, 양자역학과 끈이론을 전공한 이론 물리학 박사이고, 룸메이트인 레너드는 아이큐 173의 실험 물리학 박사다. 항공공학자인 하워드는 석사출신이라서 특히 셸든에게 무시당하고, 인도 출신의 라지는 여자 앞에서는 말 한 마디 못하는 천체물리학자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은 일반인의 상식에서 벗어나 기상천외하고 너무 과학적․공학적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셸든은 “양자물리학 때문에 너무 행복해. 우주의 알몸을 보는 거 같아”라며 흥분하는(?) 대사를 서슴지 않는다. 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 맛을 얘기할 때 음식의 분자 구조를 논하고, 자기 어깨를 주무르게 하려고 개발한 로봇팔을 이상한 행위(?)에 사용하다가 병원에 가는 사고를 치기도 한다. 반면, 셸든과 레너드의 패서디나 아파트 맞은편에 사는 여자주인공 페니는 평범하게 문제를 해결해 이 괴짜들과 비교된다.

4명의 괴짜들은 스타트렉 같은 SF나 슈퍼맨·배트맨 등 슈퍼영웅이 등장하는 코믹북 마니아다. 특히 셸든은 스타트렉의 등장인물 스팍 박사에 강한 동질감을 느껴 스팍 박사를 연기했던 배우가 사용한 냅킨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자 그의 DNA를 가지게 됐다며 무척 기뻐한다. 핼러윈 데이에는 4명이 슈퍼맨, 배트맨 같은 슈퍼영웅의 옷을 입고 분장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들은 때로 힉스 입자, 초끈 등을 다루는 과학이론이나 과학뉴스에 관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물론 그 배경이나 관련 지식을 알지 못하면 웃기 힘든 경우도 있다. 2011년 에피소드 중에는 셸든이 노트북컴퓨터로 노벨상 수상식을 보면서 그 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사울 펄뮤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질투하는 장면이 있다.

셸든은 “노벨상을 꽉 움켜잡고 저기 서 있는 사울 펄뮤터 박사 좀 봐. 무슨 일이야, 사울? 누군가 그걸 훔쳐갈까 봐 걱정하는 거야? 당신이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를 훔친 것처럼?”이라며 “오, 이제 펄뮤터가 왕이랑 악수하고 있군. 그래, 당신의 시계를 살펴보라고, 구스타프, 그가 훔쳐갔을지도 모르잖아”라고 덧붙인다.

이 대사는 펄뮤터 교수가 아주 멀리 있는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는데, 우주의 가속 팽창은 아인슈타인이 제시했던 우주상수로 설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펄뮤터 교수가 2월 중순 패서디나 힐튼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적외선 우주망원경(WFIRST) 워크숍’에서 초신성 연구에 대해 발표하는 걸 지켜본 적이 있다. 이때 그가 발표한 내용은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자신의 발표를 마치고 들어간 뒤 다음 발표시간에 맨 앞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잠깐씩 졸던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가 셸든의 말처럼 뭔가를 훔칠 만큼 교활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또 미드 ‘빅뱅이론’이 유명한 이유는 드라마 중간중간에 가끔 유명인이 카메오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극 중에서 스무트 교수는 셸든이 자기와 함께 노벨상 탈 논문을 쓰자고 제의하자 “쿠퍼 박사, 미안한데 너 미쳤니?”란 대사로 단박에 거절했다(그의 연기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또 최근인 4월 5일 방송분에는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2분간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됐다. 호킹 박사는 특히 셸든이 대단히 존경해 만나기를 원하는데,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하워드가 호킹 박사의 휠체어를 담당하게 된다. 셸든은 하워드에게 애걸복걸하며 5가지 미션을 해결한 끝에 호킹 박사를 만나 자신의 논문을 건넨다. 하지만 자신의 수학 계산이 틀렸다는 말을 듣고 셸든은 기절해 버린다. 이에 호킹 박사는 “또 기절하는 녀석이 나왔군!”이라며 기계음의 대사를 던진다.

올해 70세가 된 호킹 박사는 1월~3월에 캘리포니아공대를 방문했고, 3월 12일에는 캘리포니아공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빅뱅이론’ 드라마 제작팀은 우여곡절 끝에 호킹 박사를 섭외해 3월에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유서 깊은 건물 중 하나인 애서니엄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미드 ‘빅뱅이론’은 엄청난 인기 덕분인지 이름만큼이나 놀라운 일을 터뜨리며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것도 과학의 도시라고 하는 이곳 패서디나에서 말이다.

이충환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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