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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과학자 목록

조회 : 773 | 2012-05-14

우주 먼지, 가스 속에서 막 태어난 별, 태양 같은 항성 주변을 너무 가까이서 돌고 있어 불타듯 뜨거운 외계행성, 주변 물질을 몽땅 빨아들여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원시블랙홀….

그림으로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은 어느 SF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사무실에는 온통 아름다운 우주 사진이나 그림, 스타트렉과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 속 인물과 우주선의 모형이 가득차 있었다.

이런 소년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천문학과 건물 옆에 자리한 스피처과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시각화 과학자(visualization scientist)’ 로버트 허트 박사가 주인공이다.

시각화 과학자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낯선 직함이지만, 연구결과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현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멋진 천체 사진이나 영화 장면처럼 신비한 우주 상상도를 보고 누구나 한 번쯤은 감탄사를 내뱉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허트 박사 같은 시각화 과학자들 덕분이다.

허트 박사는 NASA의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영상을 예쁘게 처리하거나 그 결과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으로 우주의 ‘속살’을 관측하기 때문에 허트 박사 같은 시각화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천문학 시각화 분야의 작업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망원경으로 관측된 영상을 처리하는 작업(rendering)이다. 특히 적외선영상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원래 색이 없어서 각 파장마다 가짜 색을 지정한 뒤 여러 장을 합쳐 컬러 영상으로 만든다. 그는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우리은하 중심의 영상을 자신의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베일에 가려 있던 우리은하 중심부가 적외선을 통해 멋지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둘째,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작업(data visualization)이다. 허트 박사는 주변에 원반이 있는 백색왜성에서 파장에 따른 밝기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관련 그림을 함께 그려 넣으면 그 밝기가 백색왜성 때문인지, 주변 원반 때문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구결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상상도를 그리는 작업(artwork)이다. 이 작업이야말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느낌과 다르지 않단다. 허트 박사는 낯선 외계행성의 모습, 원시 블랙홀 주변, 특이한 별 탄생 장면 같은 자신의 여러 작품 중에서 ‘위에서 바라본 우리은하 지도’를 특히 흥미진진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8년 당시에 우리은하 구조에 대한 최신 자료를 모두 모아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스피처과학센터가 소속돼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는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자료와 관련된 연구성과가 나오면 보도자료를 만들 때 허트 박사와 같은 시각화 과학자가 참여한다.

먼저 다른 사람이 보도자료의 글을 작성하고 나서, 시각화 과학자는 연구자의 논문과 함께 이 글을 훑어보고 그 글의 초점을 맞춰서 필요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렇게 그린 그림은 연구자가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림은 보도자료에 포함돼 언론에 배포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심사숙고하는데,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지난 2월 22일에 스피처연구센터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보도자료는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우주공간에서 고체 상태의 풀러렌을 처음 발견했다는 내용인데, 탄소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연결된 분자인 풀러렌을 흥미롭게도 나무상자 안에 오렌지를 차곡차곡 쌓아서 채워 넣은 그림을 그렸다. 허트 박사는 “이런 그림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왜곡하지 않고 정확히 표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시각화 작품을 그려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1월 19~20일에는 ‘영상처리의 예술’이란 제목으로 ‘2012년 JPL 폰 카르만 강연’의 문을 열었고, 3월 9일부터 5월 6일까지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칼리지에서 계속되는 ‘우주사진의 역사’란 전시회에 관련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또 2008년부터는 ‘숨겨진 우주’라는 제목의 팟캐스팅용 비디오를 제작해오고 있다. 그의 목소리와 그가 만든 비디오가 궁금하다면 스피처우주망원경 홈페이지(www.spitzer.caltech.edu)에서 ‘비디오 및 오디오(Video & Audio)’ 메뉴 중 ‘숨겨진 우주(Hidden Universe)’를 클릭해 보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스피처우주망원경의 적외선으로 관측한 영상. 영상처리(rendering) 작품.
▲지구에서 157광년 떨어진 백색왜성에서 파장에 따른 밝기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작품.
▲수레바퀴살 같은 나선팔이 돋보이는, 위에서 바라본 우리은하의 상상도(artwork).
▲스피처우주망원경으로 우주공간에서 최초로 발견된 고체 상태의 풀러렌 상상도.

이충환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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