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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 상상도 못한 과학자 꿈이… 한국생활 자신감도 커졌죠” 목록

조회 : 622 | 201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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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배운 율동을 나와서 해볼 친구 있나요?”

하미란 음악치료연구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자기가 해보겠다며 손을 들었다. 사회자인 하 씨가 한 어린이를 지명했다.

인천 신촌초등학교 4학년 박민성 군(10)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앞으로 나가 다소 어색하지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율동으로 표현했다. “잘했어요”라는 칭찬을 들은 민성이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평범한 여느 행사장의 풍경 같지만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다.

박 군은 한국생활이 9개월에 불과한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은 박 군은 우리말도 서툴러 그동안 학교에서 친구 사귀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여느 초등학생 같으면 지나갈 한 번의 칭찬이 박 군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 과학캠프 활동으로 자신감 가져

지난달 28일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무주덕유산리조트에는 가족 91개팀과 교사, 서포터스 등을 포함한 460여 명이 ‘2012 과학창의가족캠프’를 위해 모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 체험을 통해 가족 화합을 이룬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91개팀은 수도권 호남 영남 영동 등 4개 권역별로 2박 3일간 과학탐구활동을 벌였다. 참가한 가족 중에는 다문화가정 11개팀, 새터민 출신 7개팀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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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과학창의가족캠프에 참가한 가족들이 권역별 프로그램을 즐겁게 즐기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박 군은 어머니가 중국인인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아버지 박금철 씨(49)는 “중국에서는 민성이가 활달했는데 한국에 와서 힘들어한다”며 “한국어가 서툴러 그런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나 박 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듯했다.

“재밌어요.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요. ‘견보쿵(경복궁)’이 좋아요.”

아직 긴 문장을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박 군은 참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힘주어 대답했다.

박 군은 앞에 나서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여기서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29일 대전에서 해단식을 한 뒤에도 박 군은 “집에 가기 싫어요, 과학이 재밌어요. 또 오고 싶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과학자가 되고 싶은 새터민 김민경 양

중학교 1학년 김민경(가명·14) 양 가족은 한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1개월밖에 안 된 새터민이다.

김 양은 북한에서는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다. 농촌마을 출신이어서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한 김철규(가명·41) 박혜옥(가명·41) 씨 부부는 김 양과 초등학교 5학년인 동생 김충일(가명·12) 군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말 북한에서 탈출했다.

김 양 가족은 이번 캠프에서 남한 사회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한글 창제의 원리와 과학을 탐구하는 ‘세종대왕 코드’에 참가했다. 김 양은 이번 행사에서 북한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지 몰랐어요. 과학기기도 만들고…. 북한에서는 한글을 만들었다고만 알고 있었거든요.”

김 양은 특히 세종대왕이 독서를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있을 때 김 양이 살던 지역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 책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번 행사에서 우수가족상 상품으로 나온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사서 읽을 계획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학에 관한 책도 많이 사고 싶어요.”

어머니 박 씨는 “민경이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과학자를 직접 본 뒤 수학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 “다문화가정 청소년에 꿈 심어줘 뿌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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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새터민 출신 학생이 과학창의가족캠프에 참가한 뒤 수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니 뿌듯하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네요. 이번 캠프를 통해 꿈을 심어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사진)은 지난달 27∼29일 진행된 ‘2012 과학창의가족캠프’에서 새터민,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이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게 된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행사 참가자의 절반가량을 소외계층에서 선발한 것에 대해 강 이사장은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과학문화를 함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전파하는 것이 재단이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 가족 프로그램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여유를 즐기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면서 “이번 행사도 과학기술 체험을 통해 가족들이 화합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이번 행사 외에도 ‘소외 지역 및 계층을 대상으로 한 생활과학교실 운영’ ‘우수 과학도서 보급’ ‘점묵자 우수 과학도서 보급’ ‘대학생 과학봉사단 운영’ 등 과학문화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주·대전=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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