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사이언스랜드

전체메뉴보기 검색 과학상자

“과학은 호기심과 실험으로 완성하는 것” 목록

조회 : 758 | 2012-05-04

.

이규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봄꽃이 한창 핀 17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를 찾았다. 7월 6일 ‘금요일의 과학터치’(금과터) 강연을 앞둔 이규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45)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교수가 금과터에서 강연을 한 것은 2008년 첫 번째 강의 이래로 벌써 다섯 번째다.

이 교수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나노 단위 소재를 막대 구조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맨체스터대 안드레 가임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받은 ‘그래핀’ 위에 나노 막대 구조를 만드는 연구도 하고 있다.

대중 강연에서 나노, 그래핀 등 어려움 개념을 어떻게 설명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 교수는 “강연에서 연구 내용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다소 뜻밖의 대답을 했다. 이 교수에게 어째서 자신의 연구 내용을 강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북돋는 강연이 필요

“‘금요일의 과학터치’에는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부터 그 친구들을 데려오는 어른까지 매우 다양한 청중이 모입니다. 처음 강연을 했을 때는 어떤 수준을 맞춰 어떻게 강연해야 할지 곤혹스러웠습니다. 요즘에는 과학에 대해 호기심을 생기게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나이를 먹을수록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연을 듣는 초등학생들은 질문도 많고, 이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도 활발하게 하는데 비해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으로 커갈수록 질문은커녕 대답도 없다는 것. 이 교수는 대중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호기심이 생길 틈도 없이 지식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학은 호기심이 생기고, 호기심을 풀기 위해 직접 실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고교 과학 수업은 호기심이 생기고 실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지요. 학생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전에 문제에 대한 답이 주어집니다. 대학 입시 위주 수업 때문에 실험을 하며 생각해볼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문제가 제대로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지지요.”

호기심을 갖게 할 수만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강연을 들은 대중들이 알아서 관심을 갖고 공부도 하고, 최신 연구도 스스로 찾는다는 설명이다.

●과학자와 대중을 이어줄 중간 다리가 필요해

“과학자들은 연구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지식수준은 물론 쓰는 단어조차 대중과 거리가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에게 대중이 감동할 수 있는 강연을 들려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는 분야는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배우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서 훌쩍 벗어난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은 물론, 대학교에서 관련 전공을 선택하고 많은 수련을 거쳐야한다. 이 교수는 과학자들이 곧장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초등학생들이 반도체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알아보니 제 강연이 시작하기 전에 반도체에 대한 실험 교실이 있었더군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교수는 성공적인 강연을 위해서 과학자와 교사가 짝을 이뤄 강연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금요일의 과학터치’의 주된 대상이 학생들인 만큼 학생들의 수준에서 과학과 연구 내용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교사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교사와 짝을 이뤄 기초적인 내용과 주요 내용을 교사가 설명을 하고, 더 깊은 내용과 청중의 호기심과 질문을 과학자가 답한다면 보다 알찬 강연이 될 것이라는 충고다.

● 과학자와 대중이 만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해

“연구를 잘하는 것과 강연을 잘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완전히 대중과 떨어져서 연구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훌륭한 연구자지만 결코 실험실과 연구실에만 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다니지요.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대중과 만나야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 있습니다.”

다양한 청중이 있는 만큼 청중이 과학자에게 원하는 강연 내용은 모두 다르다. 학생들은 과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 하지만 학생과 함께 오는 부모님은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지를 궁금해한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가 자신과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 교수는 과학자가 하는 강연에 대해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는 자리’라고 정의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현대 미술이나 음악은 기초적인 지식이 없이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즐기지도 않고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이 과학에 흥미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를 갖는 사람들에게는 만족할 수 있는 강연과 답변을 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과학자가 하는 강연이 ‘과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갖고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즐겁게 대화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주제!
관련주제가 없습니다.
관련단원 보기
관련 콘텐츠가 없습니다.
사진올리기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