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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소리로 가득 찬 바다 목록

조회 : 4566 | 2009-01-07


바닷속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딱총새우는 캐스터네츠를 치듯 집게를 ‘딱딱’ 거리고,
숭어는 입으로 ‘둥둥둥’ 소리를 낸다.
‘쏴아’ 파도소리는 바다 깊은 곳까지 전해지며 여기에 배의 엔진 소리와
잠수함의 탐지용 초음파까지 곁들여진다.
진정한 ‘소리바다’가 여기에 있다.

바다 밑 삶은 환상적이야.여기엔 음악이 있으니 인생이 행복해. 자연스러운 음악.
심지어 철갑상어나 불가사리도 충동을 느끼고 연주를 시작하지. 우린 활기에 차 있어. 한번 들어보라고.
여기 바다 밑에서. -‘인어공주’ 삽입곡 ‘Under the Sea’ 중

31989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는 활기찬 바닷속 세계가 잘 묘사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온갖 바다 생물들이 가재의 지휘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합창을 하는 장면이다. 가자미가 베이스를 치고, 복어는 배를 부풀려 트럼펫을 불며, 조개는 타악기를 연주한다. ‘언더 더 씨’(Under the Sea)라는 후렴구가 귓가에 맴도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바닷속에서 정말 저런 멋진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언더 더 씨~’ 수중생물의 합창


만화영화에서처럼 환상적인 하모니는 아니지만, 바다는 다양한 수중 생물이 내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연구를 위해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면 지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바다 생물의 합창이 귀를 즐겁게 한다.

숭어는 ‘두두둥 두두둥’ 북소리를 내고, 쥐치는 ‘찍찍’ 쥐 울음소리를 낸다.
눈을 동그랗게 뜬 황복은 ‘꿰엑 꿰엑’ 돼지 울음소리를 내며, 굴두꺼비고기는 ‘꾸욱 꾸욱’ 소 울음소리를 낸다.






미국 하와이대 티모시 트리커스 박사팀은 2006년 미국 음향학회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최소 1000종의 물고기가 다양한 방법으로 소리를 낸다고 주장했다. 물고기들이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거나 적을 만나 스트레스를 받아 내는 이런 소리는 대부분 청음기를 사용해야 들을 수 있을 만큼 소리가 작다.

하지만 수중 생물의 소리를 해안가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동서남해를 막론하고 여름철 해안가(깊이 수 m이내)에 가면 바위틈 작은 웅덩이 근처에서 ‘딱딱딱’ 하는 소리가 난다. 캐스터네츠를 박자에 맞춰 치는 듯한 이 소리의 주인공은 딱총새우다. 딱총새우는 몸길이가 약 5cm 정도로 모래진흙 바닥에 숨어 사는데 한쪽 집게가 다른 한쪽보다 훨씬 큰 특이한 생김새를 가졌다. 어부들은 이 특이한 소리를 내는 새우에 일찌감치 딱총새우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딱총새우가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소리를 내는지는 최근에야 밝혀졌다.





2000년 네덜란드 트웬티대 응용물리학과 로세데틀레트 교수팀은 딱총새우 소리의 메커니즘을 밝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딱총새우는 먹이 사냥을 할 때 집게를 벌렸다가 순간적으로 닫으면서 집게사이에서 지름이 3.5mm 안팎의 작은 공기방울을 강하게 분사한다. 이때 공기방울은 시속 100km로 정도로 튀어나가며 ‘딱’ 하는 소리를 내는데, 1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소리의 크기는 190~210dB에 이른다. 공항에서 들리는 비행기 엔진소리가 120dB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 큰 소리다. 공기방울을 맞은 무척추동물의 유생과 같은 작은 생물이 그 충격으로 기절하면 딱총새우는 만찬을 시작한다.

그동안 딱총새우는 우리나라 해군이 바닷속 잠수함을 탐지할 때 잡음을 만드는 훼방꾼이었다.
필자의 연구팀은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딱총새우 소리의 특성을 분석해, 잠수함 탐지장치에서 딱총새우의 잡음을 분리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미지


딱총새우(1) 소리의 비밀은 커다란 집게발에 있다. 딱총새우는 먹이를 잡을 때 집게를 벌렸다가 순간적으로 닫으면서(2) 작은 공기방울(점선)을 강하게 분사한다(3). 이때 공기방울이 튀어나가며 ‘딱’ 소리를 낸다.
파도소리로 너울과 쓰나미 예측한다
바다에 가면 우리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가 또 있다. 바로 ‘쏴아쏴아’ 하는 시원한 파도 소리다. 바닷속에서도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파도가 칠 때 물 표면에서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공기방울들은 강한 탄성력 때문에 매우 빠르게 진동한다. 공기방울의 진동수는 대략 500~1000Hz다. 이때 작은 공기방울은 높은 소리를, 큰 공기방울은 낮은 소리를 내는데, 수많은 공기방울이 하모니를 이뤄 전체적으로는 ‘쏴아쏴아’ 소리를 낸다.

물 표면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공기 중 뿐만 아니라 물속으로도 전달된다. 공기 중으로는 약 초속 340m의 속력으로, 물속에서는 약 초속 1500m로 퍼져나간다. 물속에서 소리가 더 빨리 전달되는 이유는 물이 공기보다 탄성이 좋기 때문이다. 탄성이 좋으면 매질의 떨림이 빠르게 일어나 진동이 더 빨리 전달된다.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앞 바닷가에서 한 연구원이 파도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파도소리를 분석하면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의 규모를 알아낼 수 있다.

수중음향 연구자들은 수중마이크를 물속에 설치한 뒤 여기에 감지되는 소리의 특성을 분석해 수십~수백km 떨어진 곳에서 밀려오는 파도 크기를 알아낸다. 약한 파도는 수백~수천 Hz 진동수 대역의 소리가 나타나며, 큰 파도는 수십~수백 Hz의 저주파 소리가 잡힌다. 또 태풍이 만들어낸 대형 너울성 파도는 수 Hz 대역의 초저주파 소리가 강하게 잡힌다.

기상예보만으로는 너울성 파도나 쓰나미(지진해일) 같은 위험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도소리는 이를 예측하고 경보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된다. 바닷속 소리 정보로 파도의 규모와 진로를 알아내 이를 예보하는 연구가 현재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 바다 속에서는 파도 소리뿐만 아니라 바다 위를 달리는 각종 배에서 내는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소리를 분석하면 어떤 크기의 배가 어느 방향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바닷속에 수중마이크 여러 개를 TV수신 전파안테나처럼 십자 형태로 배열한 뒤 음파가 도착하는 시간차를 분석해 방향을 알아낸다. 또 소리의 진동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하면 도플러효과로 배의 속력을 유추할 수 있다.




물속에서는 빛보다 소리가 강하다


해양조사선을 타고 동해에 나가 바닷속 소리를 연구하면 조사선 근처로 돌고래 떼가 지나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돌고래는 진동수가 30kHz~100kHz의 특이한 초음파를 내는데,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음향수신센서에서는 ‘틱틱틱’ 하는 소리가 난다.

돌고래는 얼굴전면 이마부분의 딱딱한 뼈를 강하고 빠르게 진동시켜 초음파를 물속으로 쏜 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온 음파를 비쭉 튀어나온 턱으로 수신한다. 돌고래는 되돌아온 소리의 진폭과 수신시간으로 물체의 크기와 모양, 거리를 알아내는데, 이를 ‘반향정위음’이라고 한다.

초음파발생센서를 배 아래 면에 달고 물고기 떼를 추적하는 어군탐지기나 해저바닥에서 반사하는 소리를 수신해 바닥이 얼마나 깊으며 딱딱한지 알아내는 음향측심기, 그리고 잠수함을 탐지하는 해군 함정의 소나가 바로 반향정위음의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물속에서는 공기 중에서 사용하는 레이더 역할을 초음파가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물속에서는 왜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을까. 전자기파는 물속에서 속도가 약 20만 km/s이기 때문에 초음파(속도 1500m/s)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 말이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물체의 크기와 모양, 거리를 알아낸다(1). 잠수함도 똑같은 원리로 물속 지형이나 물체를 탐지한다(2). 물속에서는 전자기파가 물 분자에 흡수되기 때문에 레이더를 사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물속에서는 극성을 띤 물분자가 전자기파를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바닷속에서 전자기파를 이용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고작 수백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구름이 많이 끼고 안개가 자욱한 날이나 비오는 날 라디오 수신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따라서 물속에서는 레이더 같은 탐지 장치뿐만 아니라 무전기 같은 전자기파를 이용한 통신장비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음파를 사용하면 물속에서도 통신이 가능하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음파에 정보를 실어 주고받는 수중음파통신 장비를 개발해 2007년 7월 거제 장목시험장에서 시험통신에 성공했다. 장목항을 출발한 두 선박은 7.4km 거리를 두고 항해하면서 초음파를 통해 9600bps 속도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앞으로 초음파 수중 통신이 실용화되면 수중에서 음성통화는 물론 동영상 전송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바다 속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그곳에는 온갖 수중 생물이 내는 삶의 소리와, 바다와 맞닿아 있는 대기의 소리, 그리고 바다를 탐구하는 인간의 소리가 뒤얽혀 언제나 시끌벅적 활기가 넘친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물체의 크기와 모양, 거리를 알아낸다(1). 잠수함도 똑같은 원리로 물속 지형이나 물체를 탐지한다(2). 물속에서는 전자기파가 물 분자에 흡수되기 때문에 레이더를 사용할 수 없다.

도플러효과


파동의 근원이 다가오면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지면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
예를 들어 다가오는 기차의 소리는 높은 음으로 들리지만, 멀어지는 기차의 소리는 낮은 음으로 들린다.

최복경 연구원은 성균관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포음향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에서 동해 해양관측네트워크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수중음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 글 | 최복경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 동해특성연구부장 ㆍbkchoi@kordi.re.kr |




주제!
동물 ,소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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