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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비소(As), 탈륨(Tl) - 목록

조회 : 10074 | 2012-02-07

마지막 인사
“어명이오~” 사극에서 반역죄와 같은 중한 죄를 짓고 머나먼 곳으로 귀양을 간 죄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귀양을 보냈지만, 처벌이 약하거나 후환을 없애기 위해 사약을 내렸던 것이다.










조광조와 송시열





역사 속의 인물로는 폐비 윤씨(1445~1482), 조광조(1482~1519), 송시열(1607~1689) 등이 사약을 받았다. 이들은 죽음이 눈앞에 있음에도 왕명을 받드는 예의를 갖춘 후에 사약을 마셨다. 그리고 피를 토하면서 극심한 고통과 함께 죽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사약이란 죽이는 약(死藥)이 아니라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약(賜藥)이었다. 왕족이나 사대부는 신분을 고려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형전에 기록된 교수형과 참수형이 아닌 사약으로 자살하게 했던 것이다. 조광조는 사약을 마셔도 숨이 끊어지지 않아 나졸들이 목을 조르려 하자 “임금께서 이 머리를 보전하려 사약을 내렸는데, 어찌 너희들이 감히 이러느냐"라고 꾸짖으며 사약을 더 마셨다고 한다. 사약의 주성분은 비소와 황의 화합물인 비상이다. 조선의 왕들 중 네 명의 한 꼴로 독살설이 있듯이 그들은 항상 독살의 위협에 시달렸다. 수라간에서 올라오는 음식은 상궁들이 은수저로 비상이 섞여있는 지 미리 맛을 봐야 했다. 비상의 황과 은이 반응하면 검은 색의 황화은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달걀에 들어 있는 황도 은수저를 검게 만든다.




사형수의 선물
인체에서 칼륨은 세포 안에, 나트륨은 주로 세포 밖에 있다. 이들의 농도는 세포막의 이온펌프에 의해서 조절되며 두 이온은 몸에서 신경계의 전기신호와 관련이 있다. 즉, 세포 안으로 나트륨 이온이 들어가고 칼륨 이온이 밖으로 방출되는 전위의 변화와 함께 전기 신호가 전파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물로 사형을 집행하는 방법은 염화칼륨을 주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세포 밖의 칼륨의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칼륨이 세포 밖으로 방출되지 않아 신경 자극이 마비되어 죽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사형을 집행할 경우 장기가 손상되지 않기 때문에 사형수는 불치병 환자들을 위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것이다.




독극물, 비소
움베르토 에코(1932~)의 소설 ‘장미의 이름’는 이탈리아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당시 교황과 황제 사이의 세속권을 둘러싼 다툼과 교황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사이의 청빈 논쟁 등이 줄거리이다. 황제와 교황의 회담이 열릴 수도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윌리엄 신부는 죽은 수도사들이 희극을 번역하고 있었음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장서관의 밀실에 잠입했으나 그곳에는 호르헤 수도원장이 있었다.










수도원장은 두려움이 없다면 종교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수도사는 절대로 웃어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는 수도사들이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지 못하도록 책장 사이에 비소를 묻혀 두었다. 결국 시학을 읽은 수도사들은 비소 중독에 의해 서서히 죽어갔던 것이다. 나폴레옹의 머리카락에서도 많은 양의 비소 화합물이 발견되었다. 나폴레옹의 죽음을 재촉한 것은 벽지에 바른 녹색의 비소 염료 때문이었다. 이 염료는 습한 날에 벽에서 자란 곰팡이에 의해 트리메틸비소 기체로 공기 중으로 퍼졌고, 이를 흡입한 나폴레옹은 죽어갔던 것이다. 비소는 인체에 작용하면서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독극물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채석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소를 이용한 살인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게다가 비소는 냄새가 없고 맛이 거의 없는 흰색 가루라서 설탕이나 밀가루에 섞어도 표시가 나지 않았다.




쥐잡기 운동
1960년대,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쥐잡기 운동을 실시했다. 쥐잡기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일시에 다 같이 잡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쥐약을 놓았다. 그리고 학생들은 쥐의 꼬리를 잘라서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쥐잡기 운동은 공중 보건보다는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쥐가 1억 마리라면 이로 인한 양곡의 피해는 무려 32만 톤에 달한다. 1970년에 실시된 제1차 쥐잡기 운동에서는 무려 4,300만 마리를 잡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잡은 쥐의 가죽은 ‘코리안 밍크’로 가공되어 수출되기도 하였다. 쥐약의 주성분도 비소이다. 비소는 파리끈끈이, 벽지용 인쇄잉크 등에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쥐잡기 운동으로 인한 피해도 있었다.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는 2차 중독으로 여우가 멸종되었다고도 한다.




기적의 신약으로
독약인 비소는 약으로도 이용되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매독은 흔한 질병이었으며 지금의 에이즈와 같은 불치병이었다. 베토벤(1770~1827), 슈베르트(1797~1828), 링컨(1809~1965), 모파상(1853~1890), 고흐(1853~1890), 니체(1844~1890) 등이 매독이나 매독 치료제인 수은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균학의 발달로 전염병은 특정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에를리히(1854~1915)는 동물에게 염료를 주사하면 특정 부위만 색깔이 변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것은 다른 조직과는 관계없이 세균만을 죽일 수 있는 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에를리히의 살바르산 606 개발을 기념하여 발행한 독일 200 마르크 화폐





소리없는 살인자, 비소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매독 치료약인 ‘살바르산 606’을 개발했다. 이 이름은 ‘세상을 구원하는 비소’인 살바르산이 606번 째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합성되었다는 뜻이다. 페니실린이 보급되기 전까지 살바르산 606은 ‘마법의 탄환’이라 불렸다. 에를리히는 190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살바르산 606의 주성분도 비소였다. 독약인 비소가 기적의 약이 되었던 것이다. ‘잘 쓰면 명약, 잘못 쓰면 독약’이라는 말처럼 사용 방법이나 양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허준(1537~1615)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비상은 학질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광해군(1575~1641)의 학질을 비상으로 치료하기도 하였다.




보톡스
18 세기 후반 독일에서 식중독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익히지 않은 상한 소시지에서 자라난 독소인 보툴리늄 톡신에 의한 신경마비였다. 보툴리늄은 라틴어로 소시지이다. 이 독소는 1 g으로 백만 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독이었다.










보톡스





보톡스는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떨리고 움직이는 신경장애, 근육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약품이었다. 그러나 보톡스로 치료 받던 안과 환자가 눈 주위로 퍼진 보톡스에 의해 근육이 마비되면서 주름살이 펴지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후 보톡스는 주름살 제거에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주름진 피부를 젊고 아름답게 만드는 보톡스는 상한 소시지에서 발견된 독이었던 것이다.




치사량
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정도는 양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인체에 해를 미치는 양을 파악하기 위해 쥐나 토끼와 같은 작은 동물 실험으로 ‘치사량’을 결정한다.










실험용 흰 쥐 / 위키백과(www.wikipedia.org) (cc) Janet Stephens





치사량이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양으로서 동물에 투여하여 반이 죽는 양을 반수 치사량(LD 50)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소금의 반수치사량은 동물의 kg당 3.0 g, MSG는 19.9 g, 설탕은 29.7 g이다. 물은 어떨까? 물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몸 안의 나트륨 농도가 내려가면서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장애나 경련을 일으켜 죽게 된다. 물의 반수 치사량은 약 10 L이다. ‘허용기준’은 치사량보다 훨씬 작다. 예를 들어 멜라민의 치사량은 1 ㎏당 3 g이지만, 허용기준은 하루에 1 ㎏당 0.5 ㎎이다. 치사량의 0.02% 보다도 작다. 따라서 허용기준을 조금 넘더라도 생명에 바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Poisoner's Poison
1861년 크룩스(1832~1919)는 황철광에서 선명한 녹색 스펙트럼선을 나타내는 탈륨을 발견했다. 어원은 녹색 가지를 뜻하는 라틴어 ‘thallus’에서 유래했다. 탈륨은 수은, 비소, 안티모니, 납과 함께 독살에 가장 널리 쓰인 다섯 원소 중의 하나이다. 탈륨 화합물도 비소처럼 쥐약으로 사용되었다. 탈륨은 칼륨과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칼륨 이온에 의해 활성화되는 효소가 탈륨에 의해 방해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혼수상태나 마비, 탈모 등의 증상과 함께 죽음에 이르게 된다. 탈륨의 치사량은 불과 1 g이며 복용 후 2주 이내에 사망한다. 특히 후세인(1937~2006)은 정적을 암살할 때 탈륨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탈륨으로 범죄를 저지른 대표적인 사람은 영국의 그레이엄 영이다. 어릴 때 가족을 독살하고, 회사에 취직한 후 탈륨 화합물을 찻잔에 묻혀서 동료들을 살해하였다. 종신형을 선고 받은 그는 ‘찻잔 독살자(Teacup Poisoner)’라 불렸다. 2005년에는 일본의 여고생이 어머니를 대상으로 탈륨을 실험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 학생은 블로그에 엄마의 증상과 심전도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죽지 않도록 약을 주어야 한다고 기록했다. 그녀는 화학 실험용으로 약국에서 탈륨을 구입한 후 컵을 씻으며 탈륨을 발랐던 것이다.




독극물
청산가리는 사약과 함께 대표적인 독극물이다. 화학명은 시안화칼륨(KCN)으로 시안화수소산(HCN)의 일본식 이름인 청산과 칼륨의 일본식 발음인 가리가 합쳐진 이름이다. 청산가리의 치사량은 0.15 g으로 독극물의 대명사이다. 청산가리가 물에 녹아 생기는 시안화 이온은 미토콘드리아가 음식물을 산화시켜 생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즉, 전자가 결합해야 할 효소에 시안화 이온이 결합하면서 세포의 산소 호흡이 방해를 받아 질식사하는 것이다. 청산가리는 이름과는 달리 흰색의 결정이다. 시안화합물은 청사진용 염료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이때 시안이라는 이름은 파란색을 의미하는 시안에서 유래한 것이다. 컬러 프린터기의 파란색도 시안이라 부른다.










자주복 위키백과(http://wikipedia.org) (CC) Chris 73





복어독에 함유된 테트로도톡신은 자연계에서 가장 강한 독으로 알려져 있다. 복어의 알과 내장, 껍질 등에 들어 있으며 청산가리보다 천 배나 독성이 강하며 단 0.001 g 으로도 사망에 이른다. 복어 독은 맛과 냄새가 없으며 300 도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영하 20 도로 얼리거나 소금에 절여도 독성이 남아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인체에서 신경전달물질이 통과하는 나트륨 이온 채널을 막음으로서 신경마비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이러한 테트로도톡신으로 개발된 진통제는 모르핀보다 3천 배에 달하는 진통 효과를 나타내었다.





양잿물 속담에 “꽁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양잿물은 빨래를 세탁하는데 사용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손에 화상을 입고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물질임에도 ‘꽁짜’라면 가리지 않고 마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재를 논밭에 뿌려 식물에 칼륨 이온을 공급해왔다. 또한 재에 포함된 탄산칼륨은 토양이 산성화 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이러한 재에 물을 섞은 잿물은 염기성으로 때를 잘 제거하기 때문에 세제나 표백제로 사용한다. 양잿물은 그냥 재가 아니라 강한 염기성의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말한다. 이 용액도 잿물처럼 세탁력이 있고 서양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양잿물이라 부르는 것이다. 수산화나트륨 용액은 부식성이 강해 극약으로 취급된다.




주제!
화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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