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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학자, 잊혀진 학술 탐험가 목록

조회 : 169 | 2019-06-05

1845년 찰스 다윈은 그의 후원자이던 조지프 후커에게 쓴 편지에서 “내 온 삶이 한 청년(훔볼트)의 체험담을 읽고 또 읽은 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영영 잊지 못할 것이오”라고 썼습니다.
 <종의 기원>을 써 유명 인사가 된 다윈에게 평생 잊지 못할 영향을 준 훔볼트는 누구일까요?

 

 

슈퍼스타 박물학자, 훔볼트

 

박물학(博物學)은 갖가지 광물과 동식물을 발견, 기술, 분류하고 이해하는 학문을 말합니다. 18세기 전까지만 해도 근대과학은 대부분 박물학자에 의해 수행되었습니다. 각 학문이 전문적으로 분화하기 전에 자연과학의 기초를 닦은 과학자를 박물학자라고 합니다.
 
독일 귀족 출신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는 자신의 전 재산을 들여 남아메리카의 산악 지대와 숲을 탐험하였고 시베리아까지 조사하였습니다. 그의 저서 <개인적 서술>은 탐사의 바이블처럼 여겨져 이후 박물학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19세기의 유럽 사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나폴레옹이고, 다음가는 사람은 훔볼트이다.”라고 기술했습니다.
 
언어와 과학적 탐구에 관심이 있었던 훔볼트는 프라이베르크 광산기술원 과정을 마친 후 5년 동안 정부 기관인 광산개발부에서 감독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동물 전기실험, 지층조사. 식물과 지구자기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하여 박물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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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남아메리카 탐험 (1864) (Wikimedia Coomons)

 

훔볼트는 1799년부터 5년간 남아메리카를 탐사했습니다. 우림을 뚫고 평원을 지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에콰도르, 멕시코를 탐사했고 쿠바와 미국도 들렸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만난 현지인은 “당신이 여기까지 와서 강 모기에 물어뜯기고 자기 것이 아닌 땅을 측량하기 위해서 당신네 나라를 떠나왔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박물학자가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탐사 소식은 당시로 보면 거의 실시간으로 유럽에 알려졌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탐사 이후 훔볼트는 파리에서 30년간 머무르면서 <개인적 서술> 등 탐사 이야기를 저술했고 수집한 자료 정리에 매달립니다. 오늘날 훔볼트의 이름은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훔볼트 해류, 훔볼트 오징어, 훔볼트 펭귄 등 아직도 동식물과 세계 지명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훔볼트의 가장 훌륭한 업적은 자연은 학문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더 차원이 높은 더 일반적인 법칙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입니다.

 

 

훔볼트 키즈, 찰스 다윈

 

훔볼트를 흠모했던 찰스 다윈(1809~1882)은 훔볼트의 저서에 감명받아 비글호에 타게 되었습니다. 애딘버러대학에서 배운 의학 공부는 싫어했고, 캠브리지대학에서 공부한 신학에는 아무 의욕이 없었던 다윈은 박물학, 식물학 등의 지식을 습득하고 비글호를 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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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젤란 해협의 비글호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다윈은 뱃멀미 때문에 비글호 선창에 누워지내며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를 파고들었습니다. 나중에 종이 진화하려면 지구의 나이가 아주 많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탐사 후 가장 처음 집필을 시작한 것은 생물의 변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윈은 오랜 연구와 고민 그리고 걱정 속에서 <진화론>을 출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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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 미국판 중에서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어려서부터 말더듬증, 불면증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린 다윈은 비글호 출항 전 매우 불안해했으며 탐사 후에는 탐사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하게 됩니다. 또 갈라파고스 제도 방문 시 섬마다 생물종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근 지역 관료가 알려줄 때까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표본에 대한 정확한 수집장소 등도 기록하지 않아 나중에 비글호 선장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다윈은 뛰어난 저술가이자 연구가이었지만, 박물학자로써의 면모에서는 그가 존경했던 훔볼트만큼 치밀하지 못하였습니다.

 

훔볼트의 <개인적 서술>은 다윈을 자극해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게 했으며 비글호 선장 피츠로이는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를 다윈에게 주어 지질학적 영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다윈에게 비글호 탑승은 처음이자 마지막 탐사였습니다. 한편 훔볼트의 책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 또 있었는데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1823~1913)가 그 사람입니다. 

 

 

생물지리학의 아버지, 월리스


훔볼트나 다윈과는 다르게 윌리스는 집안의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 측량기사인 형의 조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이를 통해 영국의 지질, 기하학과 삼각법의 원칙, 정밀장치 수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라이엘과 훔볼트의 책을 읽으며 박물학에 꿈을 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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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선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윌리스는 인생 친구인 곤충학자 헤리 월터 베이츠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 서신을 교환한 지 8년이 넘어서 남아메리카로 출발하게 됩니다. 당시 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새, 나비, 딱정벌레 등의 표본 수집품을 팔아 탐사경비로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4년을 모은 표본 수집품은 세관에 압수되었고, 남은 표본 수집품은 유럽으로 운송되지 않았고 마지막에 귀국하던 배 역시 화재로 노트 등 몇 가지 외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아마존 탐사까지 목표를 삼은 남아메리카 탐사가 허무하게 끝난 후, 윌리스는 다시 기회를 잡아 말레이 제도로 출항하는 증기선을 타고 탐사에 나섭니다. 수많은 생물종을 발견하고 채집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개념을 구체화합니다. 이 과정에서 윌리스는 말레이 제도 동부와 서부의 생물학적 지역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동물분포 차이를 보이는 경계선을 ‘윌리스선’이라고 부릅니다. 이로써 윌리스는 생물지리학의 아버지로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는 8년이 걸린 이 탐사의 결과 다윈과 함께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가 되고, 런던 과학계의 유명 인사로 자리 잡게 됩니다. 

 

 

잊혀진 박물학자


19세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대상을 관찰, 분류 및 기록하는 것은 과학의 핵심 활동이 아니라 부수적인 활동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분명하게 정의된 가설과 이를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미개척지 탐사를 통해 표본을 수집, 정리하는 방식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찰스 다윈으로 대표되는 19세기는 과학이 아마추어가 추구하던 활동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직업으로 바뀐 첫 시대이자 박물학의 존재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였습니다. 아마추어 박물학자들은 생물학과 지질학 전문가들로 대치되었고 생물학은 더욱 전문화된 유전학, 생화학, 계통학으로 세분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첫째 현미경과 같은 과학 연구의 필수 도구들이 발달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유럽이 해외로 팽창하면서 자연계에 관한 정보가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이 되자 이미 박물학자라는 개념은 낡고 인기 없는 개념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열리는 박물학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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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유인탐사계획 (NASA) 

 

많은 우주개발 주체들은 2030년대 중반 인류의 화성유인 탐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편도 6~7개월이 걸리는 이 계획에 참여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우리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 마지막 유인우주선인 17호에서 지질학자인 해리슨 슈미트가 달 표면을 걸은 과학자라는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탐사를 떠날 때에 박물학자 역할을 하게 될 사람은 분명히 탑승하게 될 것입니다. 즉, 박물학자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습니다.

 


§  참고도서
    
1. 내추럴 히스토리, 존 앤더슨 저, 최파일 역, 삼천리, 2016.07.
2. 네이버캐스트, 알렉산더 폰 훔볼트
3. 위대한 박물학자, 로버트 헉슬리 저, 곽명단 역, 21세기북스, 2009.10.
4. 자연의 발명, 안드레아 울프 저, 양병찬 역, 생각의힘, 2016.07.
5. 훔볼트의 대륙, 울리 쿨케 저, 최윤영 역, 을유문화사, 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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